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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 워치]신한은행, 대출 속도 통제 가능...전사적 모니터링 강화김임근 CRO(부행장)...2006년 4월1일 리스크관리그룹 정식 출범

고설봉 기자공개 2020-05-26 10:12:17

[편집자주]

1762년 설립된 영국의 베어링은행이 문을 닫은 이유는 단 한 건의 주문실수 때문이었다. 파산 직전까지도 베어링은행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익을 쫓아 리스크를 테이킹하려는 영업조직과 사전에 위기를 감지하려는 리스크관리 조직 간의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금융회사와 기업은 성장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고, 금융위기를 거치며 정비된 리스크관리 조직은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더벨은 리스크관리 정점에 있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의 역할과 리스크 대응 전략, 구체적인 사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17: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대출을 큰폭으로 늘리며 수익 규모를 키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 1분기에도 신한은행은 순이익 증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NIM은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가계 대출이 지난해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와 리스크 관리 조직은 좌불안석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가계 할 것 없이 유동성 확보 전쟁을 벌이며 리스크 관리에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활용하지 않던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인 한도대출 미사용잔액을 꽉 채웠다. 자영업자 중심의 소호대출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도 빠르게 늘었다.

급증하는 대출잔액은 경영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자본적정성·자산건정성 지표는 아직 당국이 제시한 기준을 큰폭 웃돌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악화가 지속될 경우 위험가중자산(RWA)이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김임근 신한은행 부행장(CRO)

◇20년 리스크 관리 전문가…야전사령관으로 전장에

김임근 신한은행 부행장(사진)은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야전사령관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리스크 부서 특성상 그는 평소 경영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각종 지표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전면에 나서 적정한 수준의 경영 안정성 유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부행장은 "리스크 관리는 평상시 적정한도 및 연초 경영계획 범위 내에서 각 수치들이 유지되로록 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특별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정규분포를 보이던 각 지표들이 예측 가능성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변하고 있어 종합위기관리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신한금융지주 CRO로 그룹 전반의 리스크 관리를 총괄해 왔다. 신한은행에서 신용리스크관리부 부장과 리스크총괄부 부장을 거쳐 2015년 신한금융지주 리스크관리팀 상무(CRO)로 선임됐다. 지난해 3월 부사장보로 승진하며 신한금융 리스크 관리의 전체적인 틀을 재정비했다.

경력의 대부분을 리스크 관리 분야에 쌓은 김 부행장은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테일리스크'로 규정하고 있다. 테일리스크는 통계상의 정규분포도 양쪽 끝(꼬리) 부분을 뜻한다.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일어나면 평균값과 차이가 커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리스크다.

그만큼 김 부행장의 대응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은 60개 이상 지표를 일별·주별·월별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단순히 지표들을 모니터링 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체 구축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통해 부실을 사전 차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사전에 정의된 액션플랜에 따라 모든 부서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위기대응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코로나 19 장기화에 대비해 소호·중기·가계신용 대출 등에 대한 세분화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으로 사전 점검을 수시로 진행해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부행장은 "아직 요경계를 넘지 않고 있다"며 "대출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비교적 취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소호·중기·가계신용 대출인데, 이들 여신에 대한 특별 관리를 전사적으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기존 고객들의 대출을 연장하지 않는 등 대출 축소 전략은 펼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책금융사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기업·소호 신규대출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신한은행이 비교적 여유롭게 여신 관리를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지난 몇 년간 지속 관리를 통해 은행 자본적정성의 핵심 지표인 자기자본(BIS)비율을 지난해 말 15.9%로 높여 놓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은 11.5%다.

김 부행장은 "정부에서 소상공인 대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신한은행도 이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다소 리스크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감내할 수 있고,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내 리스크위원회 조직…역사 깊은 '리스크관리 철학'

신한은행은 옛 조흥은행과 통합 출범한 2006년 4월1일 리스크관리그룹을 정식 출범시켰다. 초대 리스크관리그룹장은 오상영 부행장이 맡았다. 당시 CRO라는 직함은 없었다. 초창기 리스크관리그룹에는 총 45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오 전 부행장은 신한은행 출신으로 통합 전에도 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았다. 2004년과 2005년 그는 종합기획부장으로 기획부·리스크관리부·여신감리부·상품개발실·홍보실을 총괄했었다. 리스크 관리는 그의 주업무가 아니었다. 회사도 여러 부서를 그에게 맡길 정도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 전 부행장은 종합기획부장 출신으로 대부분 경력을 기획업무에서 쌓았다.

2004년 이전에는 신한은행 내에서 부행장급 인사들이 리스크 관련 부서를 맡은 기록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특별한 것은 신한은행이 통합 전부터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 8명 중 4명이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이사회의 역할'에 '은행경영 건전성을 위해 리스크 관리 등 내부통제시스템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위한 내부통제환경을 조성한다'라고 못박고 있었다. 그때만해도 전문적·전사적 리스크 관리라는 개념이 아직 국내에 정착되기 전이었다. 비교적 일찍부터 신한은행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관심을 쏟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4년 금감원의 '은행 리스크 조직 점검'이 진행된 뒤 신한은행 이사회는 ‘은행이 부담하고 있는 각종 리스크에 대해 적정한 자본을 보유하고, 은행 스스로 리스크를 모니터링, 관리함에 있어 보다 우수한 리스크 관리 기법을 개발·활용하도록 노력해 한다’고 명문화 했다. 리스크 관리를 조금 더 전문화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에 합병된 옛 조흥은행은 2004년 최방길 전 부행장이 리스크관리부와 함께 기획부·경영지원실·홍보실을 총괄했다. 2005년에는 이남 전 부행장이 리스크업무와 함께 기획부·뉴뱅크추진부·홍보실·신탁부·수탁업무실을 함께 맡았다. 리스크 조직을 총괄하는 부행장의 겸직이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그만큼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심은 낮았다는 방증이다.

옛 조흥은행도 이사회의 역할에 ‘리스크 전반에 관한 종합적인 인식·측정·감시·통제’라고 명시했다. 그렇다고 이사회 내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았다. 사외이사의 역할에는 명시해 놨지만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환경을 조성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리스크 전문가 120여명…체계적 육성 상비인력 30여명

신한은행이 전통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한 것은 리스크관리그룹의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2020년 5월 현재 신한은행 리스크관리그룹은 총 120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룹 내 리스크총괄부, 리스크공학부, 여신감리부 등 3개 부서를 두고 있다.

2006년 45명으로 시작한 리스크 관리 전담 인력은 약 14년 만에 3배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대출채권 2.4배, 자기자본 2.1배, 위험가중자산 1.6배 각각 늘었다. 자산의 증가폭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리스크 관리 인력을 충원한 셈이다. 그 만큼 리스크 관리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신한은행은 리스크 관리가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하고 전문 인력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 은행원은 본점과 영업점 등을 거치며 여러 업무를 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2~3년 주기로 보직이 변경된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는 국내외 다양한 지표를 분석하고 그러한 지표들이 실제 얼만큼 민감하게 은행에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는 일을 한다. 더불어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경영계획 등 수립의 기초를 제공한다. 어떤 지표들은 장기간 꾸준히 추이를 살피지 않으면 해석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신한은행은 이러한 리스크 관리 인력의 특성을 고려해 2016년부터 리스크 전문 인력 양성을 시작했다. 매년 10명 안팎의 인력을 선발해 교육한다. 교육 기간은 2년으로 길다. 현재 이 과정을 수료한 인력은 30여명으로 이 중 절반은 이미 리스크관리그룹에서 근무 중이며, 나머지는 리스크관리그룹 밖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할 때 언제든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훈련된 상비군이다.

또 빠르게 다가오는 디지털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신한금융그룹은 고려대학교와 연계해 디지털금융공학 석사 과정을 개설했다. 디지털 기술과 금융현장에서 습득한 지식을 접목할 수 있는 전문가를 길러내는데 목적이 있다.

김 부행장은 "디지털 금융환경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리스크 부문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개별 업무프로세스의 디지털화 뿐만 아니라 머신러닝 기반의 신용평가모형 개발, AI를 활용한 위기관리체계 강화 등 리스크 관리 업무 전반의 변화를 전사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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