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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수탁 시대 개막]단기 수익보다 선순환에 방점, 생태계 바꾼다③자사 PBS 계약펀드 수탁 우선 집중키로

이민호 기자공개 2022-09-15 08:15:00

[편집자주]

NH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수탁 비즈니스에 진출한다. 정영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결단과 실무진의 추진력으로 오는 10월 정식 론칭에 나선다. '쇼티지'인 수탁 시장, PBS·판매망과의 시너지 등을 감안하면 새 먹거리로 부족함이 없는 여건이다. 나아가 PBS 파트를 글로벌 시장처럼 거대한 사업 영역으로 도약시킬 발판으로 여겨진다. NH증권이 수탁업에 도전하는 배경과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3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탁업에 진출하는 NH투자증권이 자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계약펀드에 대한 수탁 수임에 우선 집중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단기간 내 수탁고 확대에 치중하기보다는 수탁을 지렛대 삼아 수익성이 높은 PBS 비즈니스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증권사 최초 수탁업 진출…비상장자산 운용사 ‘숨통’

NH투자증권의 수탁 서비스 개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반사모운용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라임펀드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를 경험한 이후 일반사모운용사들 사이에서 수탁사 확보는 큰 숙제가 돼왔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일반사모펀드를 설정하려면 수탁계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하지만 운용행위에 대한 관리·감시 의무를 짊어진 수탁은행들이 몸을 크게 움츠렸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다음달이면 일반사모펀드에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초의 증권사가 된다. 벌써부터 수탁 서비스에 대한 문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비시장성 자산을 주로 취급하는 이벤트드리븐(Event Driven) 전략 중심의 일반사모운용사들이다.


이들 일반사모운용사는 수탁은행 업무 위축으로 피해가 가장 컸던 곳들이다. 대표적인 비시장성 자산으로는 비상장주식과 메자닌이 꼽힌다. 이들 유형은 이미 국내 일반사모펀드 업계에서 투자기회 제공과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핵심 자산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동시결제가 가능한 시장성 자산과 달리 비시장성 자산은 자금 결제와 회계가 간편하지 않아 운용행위 관리·감시에 부담을 느낀 수탁은행들이 번번이 퇴짜를 놨다.

비시장성 자산만 편입하는 프로젝트펀드는 수탁계약이 애초 불가능하거나 설정규모 100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그나마 계약 검토가 가능해지는 등 기존에는 없었던 허들이 생겨났을 정도다. 설정규모가 50억원 수준으로 작거나 투자 집행 시한에 쫓긴 일반사모운용사들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에 운용보수의 절반을 나눠주면서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신기술사업금융조합 공동운용(Go-GP) 형태를 취하기도 했다.

중소형 일반사모운용사들도 NH투자증권의 수탁 서비스 진출을 크게 반기고 있다. 대부분 수탁은행이 자본금 100억원 이상과 운용규모 1000억원 이상 등 재무 요건을 주요 계약 가능 요건으로 내걸면서 중소형 일반사모운용사들은 편입자산 유형을 막론하고 수탁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들 일반사모운용사는 대부분 자본금이 자본시장법이 요구하는 최소 등록요건인 10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특히 신생인 곳은 운용규모를 단기간 늘리기 쉽지 않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상반기 수탁 시스템 구축을 본격적으로 선포한 이래로 이벤트드리븐 하우스들 중심으로 거래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며 “그동안 내부통제를 제대로 갖추고 있더라도 수탁에서 소외됐던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NH투자증권의 수탁 비스니스 진출을 활로로 보고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사 PBS 계약펀드 수탁 수임 우선 집중…PBS 점유율 확대 ‘선순환’

이처럼 수탁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상당하기 때문에 NH투자증권이 이들 수요를 블랙홀처럼 모두 빨아들인다면 단기간에 수탁고를 크게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수탁은행은 신탁업자인 PBS 증권사로부터 수탁 업무를 재위탁받으면서 신탁보수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이 KB증권이나 삼성증권 등 다른 PBS 증권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일반사모펀드들에 대해서도 수탁계약을 수임한다면 수익성 측면에서도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6개 PBS 사업자의 총 계약고는 약 42조원이다. 이중 NH투자증권은 약 10조원의 계약고로 25%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최근 수개월간 1위와 2위 자리를 오르내리고 있다. NH투자증권 외에는 약 26%의 KB증권과 약 22%의 삼성증권이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로 따지면 NH투자증권이 PBS 계약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다른 PBS 사업자들의 재위탁 물량까지 확보한다면 단기간 폭발적인 수탁고 확대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서비스 개시 초기에는 NH투자증권과 PBS 계약을 체결한 일반사모펀드에 한해 수탁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신규 비즈니스지만 당장 단기 수익에 집착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 수탁에서의 초기 고객은 향후 NH투자증권과 PBS 계약을 신규 체결하는 펀드나 기존에 NH투자증권과 PBS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면서 수탁사를 변경하려는 펀드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PBS와 수탁의 장기적인 선순환 구조다. 수탁은 자본시장법에서 강제하고 있으면서 운용에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만큼 펀드 산업에서 일종의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비교적 큰 비용이 소요돼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한 PBS 증권사가 신탁보수를 나누면서까지 수탁 업무를 재위탁한 이유도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내재화를 주저했던 이유가 컸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탄탄한 수탁을 지렛대 삼아 PBS 시장에서의 영향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 수탁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NH투자증권과 PBS 계약을 체결할 유인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PBS 계약고와 수탁고가 동시에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수탁 서비스는 현재 과점 구도인 PBS 시장을 흔드는 열쇠가 될 수 있다.

NH투자증권이 수탁 비즈니스보다 PBS 비즈니스 확대라는 큰 그림에 주목한 데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PBS 계약 수임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탁 자체로 수취할 수 있는 보수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PBS 계약을 체결한 펀드에 매매, 스왑, 대차 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창출해낼 수 있는 연관수익이 크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NH투자증권과 PBS 계약을 체결한 일반사모펀드뿐 아니라 다양한 펀드에 대한 수탁계약 수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역외펀드와 연기금펀드에 대한 유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펀드 외에도 벤처투자조합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수탁도 점진적으로 진행한다. 향후 이들 자산에 대한 수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발에도 미리 반영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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