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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넥스트 스텝]P2P 태동 속에 핀 KCD, 소상공인 경영관리 동반자로①지난해 LG유플러스 투자 유치, 밸류 1조1000억…캐시노트 130만명 가입 '폭풍성장'

이효범 기자공개 2023-03-27 08:25:50

[편집자주]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이르는 말이다. 스타트업이 상장 전에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성장하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과 같이 희귀하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2013년 벤처 투자자 에일린 리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부터 유니콘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는 총 22곳의 유니콘이 등장했다. 지난해 새로 유니콘에 이름을 올린 곳은 7곳이다. 더벨이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유니콘의 성장 전략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3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P2P 금융시장이 왜 활성화하지 않았을까. 이같은 의문 하나가 유니콘 반열에 오른 한국신용데이터(Korea Credit Data, KCD) 의 시작이었다. 창업주 김동호 대표는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파편화 돼 있던 소상공인들의 현금흐름 데이터를 수집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 등의 투자로 기업가치 1조1000억원으로 평가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핵심은 소상공인들에게 매일 현금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제공하는 '캐시노트'다. 현금흐름를 비롯해 경영관리 데이터를 체계화한 서비스로 13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소상공인들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데이터 사각지대' 소상공인 대상 비즈니스 발굴, '현금흐름 데이터' 핵심 경쟁력

한국신용데이터가 설립된 건 2016년 4월이다. 앞서 김 대표는 모바일 리서치 업체로 창업한 '오픈서베이'의 대표에서 물러나 주주 중 한명으로 남았다. 휴식기에 돌입한 그는 당시 태동하던 P2P 시장에 주목했다. 2015년 12월은 P2P 업체인 에잇퍼센트가 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부터 핀테크 바람을 타고 P2P 업체들이 우후죽순 설립됐다.

김 대표는 특히 보수적인 금융권이 바뀌는 걸 보고 연관된 분야에서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해외 P2P 사례를 살피던 가운데 국내에서는 사업자 대상의 P2P 기업들이 없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해답의 단초를 제공한 건 국내 신용정보업의 구조였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신용평가업(CB·Credit Bureau) 라이선스를 발급할 때 개인신용정보업과 사업자신용정보업에 데이터를 피딩(CB 사업자가 데이터를 수신하는 메커니즘)하는 데 차이가 있었다.

예컨데 개인을 대상으로 하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납부료를 주민등록번호와 연결해서 신용정보법상 허가받은 사업자에게 정보 접근권이 부여된다. 이를 허가하는 주체는 금융위원회다. 이와 달리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려면 국세청 정보를 얻어야 했다. 하지만 국세청으로부터 데이터를 피딩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맹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캐시노트가 나오기 전까지 사업자인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국내 총 8개 카드사를 통해 들어오는 입금액을 일일이 찾아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카드사마다 입금 기준 등이 다르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이를 간소화 한 서비스가 있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김 대표의 창업자 DNA가 발동한 건 이 지점이었다.

*캐시노트 장부 서비스
한국신용데이터는 각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매출, 세금계산서 등의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같은 데이터를 가공해 전달하는 플랫폼이 캐시노트다. 데이터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챗봇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당일 정산될 카드 매출 금액을 매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또 신용카드 정산액, 지출 등을 통해 현금 흐름 전반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체계화했다.

사업장의 현금흐름이 소상공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인 만큼 캐시노트로 유입된 사용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캐시노트 가입자는 2017년말 3만명에서 2년만인 2019년말 50만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캐시노트의 고객은 약 130만명에 달한다. 소상공인들이 가장 많이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한 결과였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사장님이라면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 중요시 여기는 게 현금흐름"이라며 "캐시노트는 매일 매출, 신용카드 정산액, 지출 등을 통해 현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도 목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캐시노트의 장부 서비스는 사장님들이 매일 한번 이상 찾아오는 목에 자리를 잡고 시작한 서비스"라며 "여러 사장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을 해결해드리는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접근 난관 속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우군'…대기업 SI 유치, 시장 신뢰 강화

한국신용데이터는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법인 설립 이후 6년 4개월 여만에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다. 앞서 2020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하는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캐시노트의 핵심 서비스가 소상공인의 현금흐름 관련 데이터라는 점에서 이같은 정보에 접근하는게 쉽지 않았다. 엄밀히 얘기하면 정보를 제공하는 금융사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실제로 캐시노트 서비스 출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관에 부딪혔다.

캐시노트의 정보 수집 방식은 소상공인들의 집사로서 역할이나 마찬가지다. 기술적으로는 ‘스크래핑’이라고 명명하지만 데이터의 주권자인 소상공인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수집, 이를 한눈에 보기 좋게 가공하는 작업이다. 당시 몇몇 금융 기관에서 이러한 캐시노트의 접근을 소상공인 ‘본인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차단했다.

좌초 위기에 놓인 한국신용데이터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건 우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금융기관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던 곳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다. 해당 재단은 은행연합회 사원기관 19개 금융기관(설립 당시 20개 기관)이 2012년 5월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재단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초기에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디캠프 디데이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투자를 유치했다.

디캠프에서 캐시노트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안전한 서비스이자 보안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금융기관에 알렸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이후로 전략적투자자(SI) 유치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쌓아나갔다. 특히 대기업들이 잇따라 출자자(LP)로 나서면서 시장에서 신뢰가 커져갔다.


한국신용데이터는 LG유플러스 투자 유치 전에도 카카오, KT, 신한카드, GS, 국민은행 등 국내 대기업들을 SI로 유치해 투자금을 받았다. 재무적투자자(FI)로 쿼드자산운용, 신한금융투자,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다. 그동안 누적으로 투자받은 금액은 약 16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사업 확장을 확장하는데 SI 유치가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사장님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더 빠르게 전달해 드리기 위해서는 각 분야를 선도하는 사업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그들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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