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리더십 시프트]'어제의 경쟁자·오늘의 파트너'…부회장 2인 거취는③양종희 회장 후보자 "부회장직 경영 파트너로서 운영 방향 고심중"
김서영 기자공개 2023-09-18 07:14:15
[편집자주]
KB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낙점되면서 KB금융은 9년 만에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하게 됐다. 양 회장 후보자는 앞으로 두 달여간 왕관을 이어받을 준비에 돌입한다. KB금융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다. 11월 말엔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회장에 취임한다. 임원 인사, 경영 비전, 성장 전략 등 양종희 체제 KB금융의 내일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4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출 프로세스가 가동되면서 부회장단 '트로이카'는 경쟁 구도를 이뤘다. 양종희 회장 후보자가 차기 회장에 낙점되면서 이들 부회장단이 어제의 경쟁자에서 다시 오늘의 파트너로 남을지 주목된다. 양 회장 후보자가 부회장직 체제를 유지할 것을 시사하면서 허인·이동철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KB금융 부회장직은 모두 3인으로 금융업계에선 이들을 두고 '트로이카'로 불렀다. 이들 부회장단은 각기 다른 업무를 분담하고 있는데, 양 부회장은 개인고객, WM/연금, SME 부문장을 맡고 있다. 허 부회장은 글로벌과 보험 부문장을, 이 부회장은 디지털과 IT 부문장이다.
양 부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자로 낙점되면서 부회장단 삼각편대의 균형이 깨졌다. 이들 3인은 1차 숏리스트 6인에 모두 이름을 올렸고, 양 부회장과 허 부회장이 2차 숏리스트에 진출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인터뷰와 평가를 수차례 거치며 경쟁 관계에 놓였다.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에 양 부회장이 오르며 이들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때가 도래했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3/09/14/20230914145238020.png)
주목해야 할 점은 2020년 회장 선출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유력한 회장 승계 후보자인 부회장직도 없었고, 윤종규 회장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이유로 숏리스트에 오른 인물 간 경쟁의식이 강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4인의 숏리스트 명단에는 윤 회장, 허인 당시 KB국민은행장, 이동철 당시 KB국민카드 사장, 김병호 전 하나그룹 부회장이 올랐다. 당시 양 부회장은 숏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는 회장 선임 프로세스 가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윤 회장이 바톤을 넘긴다며 용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새로운 회장 탄생이 확실시 되면서 보이지 않는 경쟁이 격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1년 부회장직이 생겼고 부회장단 3인 모두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차기 회장 자리를 사이에 두고 벌어졌던 부회장단의 '진짜 경쟁'이 끝나자 회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두 명의 부회장 거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다만 KB금융 부회장직 자체는 없애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 회장 후보자는 지난 11일 출근길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KB 지주회사의 모든 제도는 다 역사적 유례가 있는 것 같다"며 "(부회장직은) 어떻게 하면 승계 절차에서 후계자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만든 절차이기 때문에 이사회하고 한번 협의해서 이 문제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회장직에 대해서는 향후에 전반적인 저의 파트너로서 어떻게 운영할지 고심 중"이라며 "승계 회장 후보군을 육성한다는 측면과 KB금융그룹이 워낙 규모가 과대하니까 업무를 분장한다는 측면, 이런 두 가지를 고려해서 이사회와 협의해서 유지 여부를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회장 후보자의 발언으로 봐선 부회장직 자체를 없애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기 회장 인선 작업 이후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 모두 각자 부회장 자리에서 충실하게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 후보자의 의지뿐만 아니라 경영 승계 차원에서도 부회장직은 유지가 필요하다. 부회장직은 회장 승계 프로그램의 근간과도 같다. 부회장단 3인이 여러 사업 부문 돌아가며 경영을 맡도록 돼 있어 전체 금융그룹 업무를 겪어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또 탄탄한 후계 구도를 구축해 'KB 사태' 등 관치 금융 논란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앞서 KB금융은 200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그러나 2009년 12월 31일 강정원 당시 부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퇴하면서 그대로 부회장직이 사라졌다. 부회장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듯했으나 2021년 1월 윤 회장이 양 부회장을 부회장으로 임명하면서 10년 만에 부활했다.
결론적으로 부회장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점쳐진다. 경쟁 구도에 있었던 허인·이동철 부회장 2인의 거취는 본인에게 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 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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