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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광고 놀이터 ETF]차별화 보다 마케팅 "인플루언서 모시기 전쟁"ⓛ홍보 게시글당 최대 2000만원, 운용사 빈부격차 부추겨

윤기쁨 기자공개 2023-11-14 08:18:28

[편집자주]

ETF(상장지수펀드)가 고사 위기에 처한 공모펀드 시장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돈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상품 개발보다는 마케팅에 더 치중하는 모습들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더벨은 3편에 거쳐 ETF 마케팅 현주소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다양한 테마형 상품들을 쏟아내면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투자자 유치에 나서 팔을 걷고 나섰다.

상당수는 고객 유입 효과가 빠르고 확실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부당 광고 사례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명인을 활용해 금융상품을 홍보하는 이른바 '앞광고'가 횡행하면서 금융당국도 칼을 빼들었다.

뒤늦게 운용업계는 자정의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일부 소비자들은 피로함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구조 개선 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상품보다는 마케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케팅으로 ETF 차별화, 핀플루언서 섭외비로 최대 수억씩 지불

지난 6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ETF 시장은 이달 112조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올해 초(79조원)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성장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종목은 총 791개다.

ETF는 낮은 수수료와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가 가능하고 △매매 편의성 △트렌드를 접목한 다양한 유형의 상품 △수익성 △환금성 등이 매력 요소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하우스들은 ETF 사업 확장에 전사적으로 올인하며 점유율 확보에 힘써왔다. 실제 전체 공모펀드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8% △2021년 19% △올해 31%로 매년 올라가는 추세다.

그러나 운용사 입장에서 다른 일반 펀드와 달리 운용 수수료가 현저히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 돼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여기에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날수록 4차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유사한 테마형 상품들로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최저 수수료 전쟁으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이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SNS를 통한 마케팅을 통해 해결했다. 유튜버, 파워블로거 등 '금융(Financial)'과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합친 '핀플루언서'를 내세우는 건 업계 전반에 만연했던 방식이다. 섭외 비용 등으로 통상 약 수억원을 책정하고 있다.

핀플루언서들은 광고성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최소 한편 당 500만원에서 2000만원 수준의 경제적 대가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출시된 테마형 ETF나 수익률이 좋은 상품을 소개, 또는 자산운용사 및 종목과 관련된 이슈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홍보하는 식이다.



◇치열한 '규모의 경제' 싸움, 운용사간 양극화 심화시켜

실제 이러한 마케팅들은 ETF 거래량과 거래대금 증가와 직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과 SNS에 익숙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유명인일수록 최대 수백억원의 자금이 몰려든다는 후문이다. 유행하고 있는 테마형 상품일수록,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인일수록 효과가 크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자금력이 풍부할수록 핀플루언서를 통한 광고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다. 실제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ETF 마케팅 담당자들의 주요 업무는 유튜버 및 블로거 정기 관리와 행사장 섭외, 타사 동향 파악 등인 것으로 알려진다. 상품을 돋보이기 위한 콘텐츠 제작보다는 유명인에 의존하는 바이럴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될 수록 운용사별 마케팅 투자 비용 격차는 물론 양극화도 벌어지고 있다. ETF 진출 기업은 2021년 11개사에서 이듬해 23개사, 올해 24개사로 크게 늘었지만 전체 ETF 순자산총액에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최상위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하위 운용사 비중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현행법상 핀플루언서의 ETF 광고는 규정 위반 사항이다. 금융상품은 투자 판단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증권사, 자산운용사) 임직원이 직접 진행하도록 돼 있다. 게시글에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명시했더라도 이는 법에 저촉된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이 문제가 되면서 현재 운용사들은 관련 게시글을 삭제하는 등 자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도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규제 마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직은 계도 단계로 징계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도 전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금융투자상품 광고와 관련된 유의사항 등을 배포하고 점검에 들어갔다. 당분간 업계에서 핀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은 잠잠해 질 전망이지만 이와 유사한 또다른 홍보 방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버, 블로거 등 핀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상품 개발에 써야할 돈이 이들에게 흘러가고 있다"며 "이에 대한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중소형사나 후발주자들의 진입장벽만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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