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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신독, 그리고 이사회 thebell note

양도웅 기자공개 2024-03-22 08:19:16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4일 07: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언급하는 심리학 용어 중 하나가 '메타인지'다. 나의 부족한 점과 넘치는 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인데 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학습 능력이 우수하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를 근거로 교육의 목표를 메타인지 향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비슷한 개념을 고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논어·맹자와 함께 사서로 꼽히는 대학과 중용에는 "군자는 홀로 있을 때도 삼간다"는 문장이 있다. 이른바 신독(愼獨)이다. 군자는 누가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언행을 스스로 통제한다로 해석할 수 있지만 실은 누가 나를 보지 않는 게 아니다. 내가 나를 보며 감독할 수 있어야 군자라는 얘기다.

메타인지는 교육의 목표, 신독은 군자의 덕목이라는 점에서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능력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인간 본성과 아주 먼 성질인 듯하다. 타고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이 능력은 갖추기 어렵다. 주변에 자기 객관화를 못 하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른 것도 하나의 증거겠다.

갑작스레 메타인지와 신독을 꺼낸 건 이사회를 둘러싼 논의를 이해하는 데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최고 감시감독기구인 이사회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강한 '독립성'을 요구받고 있다. 어디로부터 독립이냐 하면 바로 '오너'로 불리는 지배주주와 경영진(사내이사)이다.

구체적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뒤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선임하라거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참여시키지 말라거나, 사외이사 비율을 대폭 높이라는 등의 주문이다. 이를 관통하는 건 결정적 순간에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를 구성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는 지배주주와 경영진도 어디까지나 한 인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높은 메타인지를 갖고 신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애당초 지배주주와 경영진에 군자를 기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감시·감독을 받는 게 효율적·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메타인지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의 피드백'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들은 어떨까.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지난해 267개 상장기업(금융업 제외)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은 평균 51%로 절반을 갓 넘긴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비율도 10%대에 불과하다.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사추위에 들어간 경우도 흔하다. 8할이 넘는 사외이사 비율,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많은 글로벌 기업과 대비된다.

분명 높은 메타인지를 갖고 신독이 가능한 비범한 이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이 다수라고 말하기도, 어느 기업과 세대에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손댈 곳이 있을까' 싶은 많은 글로벌 기업이 계속해서 유능한 사외이사를 데려오고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골몰하는 것도 자기 객관화는 인간 본성이 아니라는 높은 메타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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