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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이슈 재점검]'세 그룹' 뭉친 OCI, 분할 쉽지 않은 이유⑤계열분리 방향은 뚜렷한데, 지분정리 등 요건 맞추기 '난관'

김위수 기자공개 2024-03-26 07:17:47

[편집자주]

형제경영, 사촌경영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대기업집단은 잠재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재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경영에 참여하는 친족들이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높고, 분쟁을 사전에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분리'였다. 효성그룹 오너가 3세들이 계열분리 준비를 시작하며 다른 대기업들의 분리 가능성에 재계의 시선이 다시 한번 모이고 있다. 더벨이 계열분리 가능성이 있는 그룹들의 현황을 다시 짚어보고 향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라는 기업집단에는 총 세개의 그룹이 소속돼 있다. OCI홀딩스를 지주사로 삼고 있는 OCI그룹과 SGC그룹, 유니드그룹이 같은 기업집단 소속이다.

세 그룹은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그룹의 사명부터 경영진 구성, 소재지, 사업분야 모두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OCI 홈페이지의 계열사 소개를 살펴봐도 SGC·유니드그룹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른 두 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공정자산 12조원',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

많은 대기업집단에서 계열분리를 망설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름값'이다. 새로운 그룹으로 출범해 자리를 잡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신설 그룹으로 취급될 수 있는 만큼 이전보다 사업상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실제 계열분리가 이뤄진 직후 그룹 인지도 제고를 위해 마케팅 지출을 확대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OCI그룹의 경우 이런 우려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OCI 기업집단에 속한 세 그룹은 'OCI'라는 간판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 SGC그룹은 SGC, 유니드그룹은 유니드라는 이름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세 그룹은 OCI 기업집단으로 묶이며 규제 대상이 되는 모습이다. 지난해까지는 공정자산 10조원을 넘긴 기업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공정자산 5조원 이상) 지정시 적용되는 대규모 내부거래·주식 소유현황 공시 의무와 더불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동일하게 받는다. 여기에 더해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에 대한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되기도 한다.

SGC그룹과 유니드그룹은 공정자산 규모가 5조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독립할 경우 대기업집단에 대한 공정위 제재를 모두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즉 SGC그룹과 유니드그룹으로서는 OCI 기업집단에 속해있는게 큰 메리트는 아니다.

◇계열분리 요건 충족, 쉽지 않다

어떻게 봐도 독립경영의 기반을 확실하게 갖춰놓은 세 그룹이 한 기업집단에 속해있는 현재 형태는 어색해보인다. 고(故)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회장이 OCI그룹을, 이복영 SGC그룹 회장의 장남 이우성 사장이 SGC그룹을, 이화영 유니드 회장의 장남인 이우일 사장이 유니드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수영·복영·화영 세 형제가 각 그룹에 대한 영역구분과 후계구도를 명확히 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계열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OCI그룹 유지에 대한 오너 경영인들의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룹 계열분리를 위한 요건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OCI그룹 2세 경영인들과 사촌지간인 이건영 회장이 OCI 기업집단에 속해있던 유니온그룹을 들고 독립한 사례도 있다.
OCI그룹 지배구조도(요약)

친족간의 계열분리를 위해 기업들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은 총 다섯가지다. 지분보유율, 임원 겸임 여부, 채무보증 및 자금대차 현황, 법위반전력이다.

첫번째 요건인 지분보유율 해소부터가 난관이다. 기존 그룹과 독립된 그룹 간 상호 지분율이 상장사 기준 3% 미만이 돼야 한다. 현재 OCI그룹의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이우현 회장이 OCI그룹을, 이복영 회장 일가가 SGC그룹을, 이복영 회장 일가가 유니드그룹을 맡는 방향으로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회장은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의 대주주다. 이복영 회장과 이우성 사장은 OCI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7.37%, 0.67%를 보유 중이다. 두 사람의 지분율 합계는 8.04%다. 이화영 회장은 7.41%, 이우일 사장은 0.25%의 OCI홀딩스 지분을 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니드에도 OCI홀딩스의 지분 0.57%가 있다. 유니드는 SGC에너지의 지분 5.58%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회장 측이 보유한 OCI홀딩스 지분을 모두 3%대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이복영 회장 측은 5% 이상의 OCI홀딩스 지분을, 이화영 회장 측은 5.2% 이상의 OCI홀딩스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유니드도 SGC에너지 지분율을 3%가량 줄여야 한다.

지분율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는 외부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이우현 회장에게 매각·증여 등의 방식 등이 있다. 이 회장이 당장 이들의 지분을 확보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10% 이상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시장가치만 1820억원에 달한다. 매입이든, 증여든 당장 자금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외부에 지분을 매각하자니 오너가 지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 걸린다. 현재 OCI홀딩스의 오너 및 특수관계인은 전체 주식의 28.67%를 확보한 상태다. 지분율 요건을 맞추기 위한 최소 수준의 매각만 이뤄진다고 해도 오너 측 지분율이 18~19% 수준으로 떨어진다. 특히 이우현 회장이 보유한 OCI홀딩스 지분이 6.55%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요소다.

다른 요건인 임원겸임 여부의 경우 걸리는 부분이 없다. 채무보증과 자금대차는 상호출자기업집단 지정 이후 거의 해소된 상태다.

지난해 OCI그룹이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의 삼광글라스(현 SGC솔루션)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11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일이 있다. SGC그룹 내부에서 일어난 거래로 법위반전력에서 살펴보는 △비친족측계열회사와 친족측계열회사 간의 거래 △비친족측계열회사와 독립경영친족간의 거래 △친족측계열회사와 동일인간의 거래로 인한 공정위의 시정조치 및 과징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친족 계열분리시 공정위에서 살펴보는 부당지원행위인 만큼 썩 유리한 요소는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친족 계열분리시 분리 시점에서 3년 전, 3년 후 기간에 대한 법위반전력을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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