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롯데온이 올해로 출범 5년차를 맞이한다. 3조원 투자 선언을 곁들인 떠들썩한 시작과 달리 성과는 미지근한 모습이다. 매출 기여도는 1%에 채 못 미치고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5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습으로 업계 판도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롯데온에도 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익진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온이 롯데쇼핑의 계륵이 될지, 그룹 유통사업의 재도약을 이끌 날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조 투자·20조 매출' 목표로 이커머스 사업부 출범, 6년간 누적 영업손실 5720억

롯데온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쇼핑은 당해 8월 이커머스 사업부를 만들고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시스템개발에 5000억원, 통합물류 시스템 개발에 1조원, 고객 확보 마케팅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년의 준비 끝에 2020년 4월 그룹의 7개 유통계열 온라인몰을 합친 통합앱 '롯데ON'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7개 유통사업을 연결한 쇼핑 플랫폼으로 약 1조50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롯데온은 출범 첫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2020년 매출액은 1379억원으로 전년대비 27.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60억원에서 948억원으로 69.3%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주요 이커머스 경쟁사들이 큰 폭의 매출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법인이 다른 롯데홈쇼핑과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과 일원화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상품 입점 등 제한적인 형태로 통합된 점과 통합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부문별 개별배송을 진행한 점 등이 한계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롯데온은 자체적인 역량만으로는 이커머스 사업을 육성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티몬, 이베이코리아 등 M&A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자체 이커머스 롯데온을 키우는 데 주력하기로 하면서 외부 전문가 수혈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1년 롯데온은 나영호 당시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나 전 대표는 오프라인 유통에 모태를 둔 롯데온에 이커머스 DNA를 심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온라인 조직을 비롯한 시스템 및 설비자산을 모으는 거버넌스 통합도 이뤄냈다.


조직 정비와 사업 방향 수입이란 과제를 달성했으나 실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롯데온의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1351억원, 856억원으로 공식 출범 첫해인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쇼핑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년째 1% 아래를 밑돌고 있다. 2018년부터 누적된 영업손실 규모는 5720억원에 달한다. 야심찬 시작과 달리 롯데쇼핑의 계륵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 227조, 기존 유통 사업 대비 압도적 규모

롯데그룹은 2024년도 정기인사에서 박익진 어피니티 오퍼레이션 총괄헤드를 롯데온 대표로 영입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나섰다.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안으면서 롯데온에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결국 이커머스가 포기하기엔 너무 큰 시장이라서다.

통계청이 추정한 2023년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27조원으로 전년대비 8.3% 증가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나머지 사업부문인 백화점과 할인점, 전자제품 전문점, 슈퍼, 홈쇼핑의 시장규모를 모두 합친 수치가 214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게다가 기존에 롯데쇼핑의 실적을 책임지던 사업들의 실적 부진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수년째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이마트를 제외한 모든 유통사업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부문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백화점이 33.8%에서 31.1%로 가장 하락폭이 컸다. 할인점은 17.1%에서 15.5%, 슈퍼는 33.3%에서 31.4%, 홈쇼핑은 23%에서 21%로 시장 지배력이 낮아졌다.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8년 17조8200억원에서 2021년 15조원대로 감소했고, 2023년에는 전년대비 6% 줄어든 14조5559억원을 기록했다. 마땅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외형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하는 지금 결국 시선이 모이는 곳은 이커머스다. 롯데온의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은 약 5%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반대로 성장의 여지가 크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업계는 쿠팡 등 거대 이커머스 업체의 주도 아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시장의 무게추가 완전히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올해 중국발 이커머스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뒤집힐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롯데온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자리를 잡는 게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