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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홈즈도 풀지 못한 '이커머스' 난제

서지민 기자공개 2024-05-10 07:43:34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서 코난 도일이 그린 19세기 영국, 미궁에 빠진 사건 앞에는 반드시 그가 등장한다.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셜록 홈즈는 천재적인 추리와 통찰력으로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던 문제를 해결해낸다.

21세기 한국에도 홈즈가 있었다. 2021년 4월부터 2년 8개월간 롯데온을 이끌었던 나영호 전 대표의 영어이름이 바로 홈즈다. 나 전 대표도 직원들도 모두 사내에서 홈즈라 불렀다.

2021년 롯데그룹에게 이커머스는 난제 중의 난제였다.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 내놓은 롯데ON이 연 1000억원의 적자를 내는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롯데의 기업 문화가 온라인 사업과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고자 투입한 명탐정이 바로 홈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롯데에게 이커머스는 아직도 미결로 남아있다. 유통 전통강자로서 굳어진 롯데쇼핑을 이커머스 사업에 맞게 유연화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외형확대와 실적 개선이라는 롯데의 '의뢰'는 결국 해결되지 못했다.

홈즈는 직원들에게 보낸 마지막 이메일에서 자신의 임기를 되돌아보며 롯데ON의 성공을 위한 첫 번째 라운드를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조직정비에서 사업 방향의 전환, 버티컬 서비스를 통한 실체 만들기, 브랜딩을 통해 외부에 알리기까지의 네 단계가 그가 말하는 첫 라운드였다.

홈즈가 추려놓은 단서를 바탕으로 의뢰를 해결하는 건 다음 대표의 몫이다. 신임 수장인 박익진 대표는 취임식과 함께 진행한 내부 Q&A 세션에서 롯데온의 소통 문화에 맞게 '폴'이라는 호칭으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말했다.

폴은 확연히 홈즈와는 다른 유형의 해결사로 보인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시너지'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롯데온의 가장 큰 장점은 롯데 계열사라는 가설에서 비롯된 답이다.

취임 직후 폴은 마케팅팀에 계열사와 협업할 수 있는 방향을 알아보라는 숙제를 내렸다. 직접 계열사 대표를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월간롯데' 프로젝트를 실현해냈다.

대표가 안되면 영업 상무나 마케팅 상무를 찾아가 상품을 같이 기획할 정도로 열정적이라는 후문이다. 차별화된 혜택을 통해 대중에게 "롯데를 이용하기 전에는 롯데온을 꼭 방문해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그의 목표다.

브랜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그의 해결책은 타당해 보인다. 폴은 롯데온이라는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롯데의 이커머스가 미결에서 완결로 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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