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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C형 VC 톺아보기]'작지만 알찬' 비하이인베, AUM 2000억 달성 '정조준'①자본금 20억으로 2017년 출발, 창투사 아닌 '유한책임회사' 선택

이기정 기자공개 2024-05-02 08:39:31

[편집자주]

2005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의 등장은 변곡점이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없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독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시작으로 LLC형 하우스가 생겨났고, 2016년 모태펀드에서 마이크로 VC 계정을 신설하며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는 LLC 특성상 필연적으로 펀딩에 어려움을 겪지만 내공을 쌓으며 수천억원 규모까지 AUM(운용자산)을 불린 곳들도 있다. 더벨은 업력 5년 이상, AUM 1000억원 이상의 LLC형 VC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과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09: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하이(BEHIGH)'는 주류 기업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가 자사 제품 중 가장 도수가 높고 상징적인 맥주에 붙인 이름이다. 김중완, 남정석 비하이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는 HB인베스트먼트 시절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에 투자하면서 비하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 이후 2017년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VC)을 설립하면서 '수익률에 취해보자'는 생각에 사명으로 낙점했다.

설립 8년차를 맞은 비하이인베스트먼트는 지금까지 총 8개의 펀드를 결성했고 한 개의 펀드를 청산했다. 빠른 성장보다는 내실에 집중했기에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1600억원으로 큰 편은 아니다. 다만 매년 평균 AUM을 300억원가량씩 늘려가며 꾸준하게 성장을 이어왔다. 올해 역시 추가 펀드레이징을 계획하며 AUM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동행'이라는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초기부터 투자에 나서 포트폴리오가 성장 궤도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수익률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AUM 규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넓은 출자자(LP)풀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투자 기업들의 회수가 본격화되면서 성과보수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12년 우정' 김중완·남정석 공동대표…설립 당시 지인 '엔젤투자' 유치

비하이인베스트먼트 파운더인 김중완, 남정석 대표의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HB인베스트먼트에서 만나 같은 투자팀에서 근무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중 심사역이 보다 책임있게 펀드를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회사를 설립한다.

자본금은 20억원을 모았다. 두 대표와 함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경란 상무가 출자사원으로 합류했다. 또 지인들이 엔젤투자로 도움을 줬다. 이후 회사에 합류한 직원들에게 경영진의 지분을 조금씩 나눠주며 현재의 체제를 구축했다.

왼쪽부터 김중완, 남정석 대표

자본금은 다른 LLC형 V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실제 LLC형 VC 중 가장 큰 AUM을 보유한 프리미어파트너스의 자본금이 11억원 수준이고 그 다음으로 규모가 큰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자본금이 3억원이다. 위벤처스의 자본금이 현재 약 20억원 수준이지만 설립 초기에는 5억원에 불과했다. BNH인베스트먼트 역시 5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비하이인베스트먼트는 설립과 동시에 첫 펀드를 결성한데 이어 지난해까지 7년 동안 8개의 펀드를 만들었다. 결성한 펀드 종류도 다양하다. 블라인드펀드가 대부분이지만 프로젝트펀드 2개와 사모펀드 1개를 만들었다. 규모가 제일 큰 펀드는 4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 AUM은 1575억원이다.

김중완 대표는 "2017년말 먼저 회사를 설립했고 이듬해 남 대표가 합류했다"며 "같은 팀에서 6년 동안 근무하면서 합을 맞췄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투자 성향 역시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금이 충분했기에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었지만 책임 운용 강점이 있는 LLC형 VC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동행' 철학 눈길…김판석 부대표 합류로 3인 파트너 체제 구축

비하이인베스트먼트는 회사 운영에서 동행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는 초기투자를 시작으로 회사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충분한 후속투자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 조언, 인프라 등을 제공해 포트폴리오의 성장을 지원한다.

LP들에게는 투명한 펀드운용을 통해 신뢰를 쌓고 있다. 또 유일하게 청산한 프로젝트펀드에서 내부수익률(IRR) 30%를 기록해 준수한 투자 성과를 썼다. 이같은 신뢰와 실력으로 주요 정책 LP와 공제회, 금융권, 대기업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았다.

동행 철학은 심사역들을 비하이인베스트먼트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실제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비하이인베스트먼트를 떠난 심사역은 주니어 인력 단 1명에 불과하다. 현재 남아 있는 심사역들은 근속연수 최소 5년 이상이다.


비하이인베스트먼트의 성장 터닝포인트는 김판석 부대표의 합류였다. 김 부대표는 기존 김중완, 남정석 체제에서 처음으로 합류한 새로운 파트너다. 그는 LG전선(현재 LS전선) 중앙연구소와 IBK기업은행 IB본부 출신이다. 인터밸류파트너스를 거쳐 비하이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3인 파트너 체제로 전환할 수 있었고 펀드 운용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산업계와 LP 출신인 김판석 부대표의 합류로 보다 전문성있는 기술투자가 가능해졌다"며 "이외에도 산업계 심사역들이 회사에 합류하면서 회사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하이인베스트먼트는 올해 AUM 2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앞서 한국벤처투자에서 진행하는 모태펀드 1차정시에서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추후 이어지는 수시 계정과 다른 LP들의 출자사업에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투자한 포트폴리오의 기업공개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기대가 크다. 무인항공기 개발 및 관제 서비스 기업 파블로항공이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개인의료정보 사업 스타트업 이지헬스케어,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 H2, 물류 풀필먼트 업체 두핸즈, 임상시험 분석 서비스 기업 센트럴바이오 등이 상장 예정이다.

김 대표는 "펀드 투자 속도가 다른 하우스들과 비교해 빠른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하나의 기업에 투자할 때 더 신중하게 나서고 있다"며 "외부에서 성장은 더디지만 알찬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하우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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