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증권 M&A 자본부담 최소화…'보험 인수전' 의식했나 인수 아닌 합병 방식, RWA·충당금 부담도 없어…여력 '롯데손보 M&A' 집중 가능
최필우 기자공개 2024-05-07 12:46:01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3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이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진행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을 합병하는 방식을 택해 당장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딜 구조를 만들었다. 온라인 펀드 플랫폼인 포스증권 특성상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나 충당금 적립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우리금융이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집중하기 위해 자본력을 아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롯데손보 인수의향서를 매각 주관사에 제출한 상태로 실사 기회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오버 페이를 지양한다는 입장이지만 자본비율 부담으로 인수를 마다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사 인수에도 영향없는 자본비율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합병을 결의했다. 포스증권이 존속법인이 돼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추후 합병 인가 절차를 밟아 올해 3분기 중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 의결로 우리금융의 증권사 M&A는 일단락됐다. 우리금융은 적합한 매물이 나올 경우 인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증권사 M&A를 반복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형사 매물을 1년 넘게 물색한 끝에 소형사 인수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포스증권 인수 딜은 지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스증권 인수가 아닌 합병 방식을 선택한 게 대표적이다. 합병 비율은 우리종금 주식 1주당 포스증권 주식 0.34주다. 합병 후 우리금융지주가와 한국증권금융이 각각 97.1%, 1.5% 씩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한국증권금융과 협의해 추후 지분을 매입할 계획으로 당장은 M&A에 따른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인수 후에도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포스증권은 온라인 펀드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증권사로 RWA를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곳이다. RWA는 금융회사 M&A에서 자본비율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12%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법인 영업 강화, 해외 법인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등 자본력이 투입될 분야가 많지만 12% 선을 유지하는 게 내부 방침이다. 포스증권 인수 후에도 재무라인이 기존 자본비율 관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포스증권이 부동산 PF를 취급하지 않는 것도 지주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부동산 PF 부실이 심화한 증권사를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는 충당금 적립 등으로 실적 부담이 큰 실정이다. 이와 같은 부담을 진 채 신규 M&A를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버페이' 안하지만 '자본력' 부족하지 않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롯데손보 인수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매각 자문사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금융지주 중 롯데손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순위에 둔 채 M&A를 타진했고 임기 내 보험사도 인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증권사 M&A의 경우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업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의미가 있다. 증권사에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보험사 인수에 여력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보험업 M&A의 경우 증권사와 같이 소형사 인수로 라이선스를 추가하는 형태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 소형사를 중형사로 키우는 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시간도 증권업에 비해 오래 소요되기 때문이다. 대형사를 인수해도 자본 추가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소형사 인수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롯데손보는 우리금융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이 매각가 부담을 감수할 경우 함께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재무적투자자(FI)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인수에 큰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매도자 측은 2조원대 가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부문 부사장은 "(롯데손해보험을) 실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회사에 대해 재무, 비재무적 가치를 평가하고 산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인수를 검토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거론되는 아주 높은 수준의 오버 페이는 전혀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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