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통신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결정했다. 영위하는 비즈니스와 관련이 깊고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기 위한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최근 한 외국계 스타트업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기술 섹터의 검사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로 상장 시 역대 최초의 영국·유럽 소재 회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예전부터 반도체 등 IT 섹터에 강점을 보였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외국 스타트업들도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이점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국내 시장에 상장하는 최초의 유럽권 회사'라는 말이 거론될까?
국내 증시가 갖는 비교우위는 국적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상품 생산에 특화함으로써 교역을 유도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비교우위의 마법은 첨단 산업에 특화된 유수의 국내 전문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가 배가 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반면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외국 스타트업들에게 비교우위의 마법은 그림의 떡과 같다. 비교우위의 효과를 누리려면 국내에 지점을 내서 상장하는 프로세스를 필요로 하지만 여러 장애물로 인해 상장 선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중국을 필두로 한 외국기업 상장 붐이 일었지만 2021년 미국 소재 네오이뮨텍을 마지막으로 맥이 끊겼다. 국내 증시 입성의 서막을 알렸던 중국식품포장 등 중국 기업들도 자진 상장 폐지로 한국을 떠난지 오래다.
주된 이유로는 역시 '비교열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현실이 지목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국내 자본시장이 갖는 상대적 약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후보도 등장하고 있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특례 상장을 추진하는데 파두 사태 이후 수익성 이슈가 부각되면서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우위를 갖는 영역이 4차 산업혁명의 중추를 이루는 첨단 산업이라는 점은 반길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극단적인 전문화를 근간으로 한다. 현실에서의 경쟁력은 비교열위의 해소도 요구하는 만큼 온전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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