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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 Art]사진으로 회화를 뛰어넘고 싶었던 작가상업사진만 30년 서대호 작가, 조형예술 결합 실험적 사진작업 도전

서은내 기자공개 2024-06-26 08:12:01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화는 30년동안 이렇게나 많이 발전했는데 왜 사진은 계속 제자리일까."

상업사진 작가로 30년간 일해온 서대호 작가는 회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아트페어 같은 곳에 가면 회화는 점점 과감해지고 다양해지는데 사진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며 "사진으로서 회화를 뛰어넘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 작가가 예술사진으로 지난 5월 '르무아 청담'에서 첫 개인전 '기억의 행렬'을 개최한 데에 이어 오는 10월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두 번째 전시를 이어가게 됐다. 서 작가는 다수의 국내외 기업광고 프로젝트를 비롯해 유명 인사들의 사진을 찍어온 인사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프로필, 대외 공보물 사진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포트레이트 프로젝트 등을 진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신동빈 회장을 검색하면 나오는 프로필 사진이 모두 서 작가의 렌즈에서 비롯됐다.

서 작가는 "인물 사진에서는 피사체와 작가의 감정선이 넘나들어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며 "롯데월드타워 113층에서 신 회장을 만났는데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지만 촬영 도중 어느 순간에는 해맑게 엄지를 척 올렸다"고 말했다.

르무아 청담 '기억의 행렬' 전시에 소개된 서대호 작가의 작품.
르무아 청담 '기억의 행렬' 전시에 소개된 서대호 작가의 작품.
르무아 청담 '기억의 행렬' 전시에 소개된 서대호 작가의 작품.

올해는 사진작가로서 그의 삶에 새로운 전환의 기회가 주어진 해다. 신생갤러리 '르무아 청담'의 소속작가가 되고 예술사진의 길로 들어서면서다. 그는 "예술사진 작품이 전혀 없는 상태로 갤러리에서 나와 3년 계약을 맺어줬다"며 "국내에서 이런 사례는 거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누군가 다른 이의 이야기를, 고객의 의뢰로 일정 부분 지침 아래 작업하는 것이 상업사진이라면 예술사진은 작가 본인 스스로 이야기를 창작해야 하는 일이다.

갤러리에서 전시 전까지 그에게 준 기한은 1년이었다. 그는 "막상 작업을 시작했는데 고통스러웠다"며 "30년간 사진을 했는데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 두려웠고 모든 평가를 내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망가고 싶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지난 5월 전시된 '기억의 행렬'은 총 열두점의 작품으로 구성돼있다. 작가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기억'을 모티브로 열 두가지의 기억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특히 거의 평생 사진작업을 하면서 그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회화의 색채와 질감을 주제로 유니크한, 실험적이고 개념적인 작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서 작가는 "기억의 잔상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했다"며 "모든 촬영을 직접 만든 세트로 했고 각각의 막들을 중첩시켜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일러스트나 포토샵을 전혀 활용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위에서 아래로 매단 실만 보이지 않게 했을 뿐이다.

사진 작업임에도 캔버스에 그림같은 질감을 주고자 광목천을 판에 붙이고 그 위에 페인팅해 세트를 만들었다. 각 세트의 규격이나 모델의 체형을 미리 모두 체크해 완벽하게 세팅을 끝낸 후 최종 결과물로서 촬영을 진행했다. 각 사진마다 조형예술이 들어가있고 그것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기록한 셈이다.

가림막 같은 세트판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중첩돼 있다보니 그의 작품 속 각 경계마다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각 세트별로 완벽하게 설계하고 각각의 경계지점을 맞추기 위해 촬영 전 구성부터 수많은 고민과 고생이 필요했다고 한다.

서 작가는 "예술은 트렌드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대의 트렌드는 다양한 장치를 결합해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것이며 내 작품은 그런 점에서 미술이기도 하고 사진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작품인만큼 그의 작품은 에디션이 있다. 각 작품당 적게는 12개씩, 많게는 20개 정도씩 에디션이 제작됐다는 의미다. 서 작가는 "이번에 전시를 해보니 판화에 대한 일종의 거부 반응이 있다는 걸 알게됐다"며 "앤디워홀의 작품도 판화 개념으로 판매되는데 유독 국내 사진 시장이 그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13일부터 2주간은 예술의 전당에서 서대호 작가 전시 일정이 잡혀있다. 서 작가는 "이번 전시는 보다 강렬한 기억들을 주제로 기억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보다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호 사진작가 <사진: 서대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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