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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컬렉터의 수장고]1000여점 소장품, 지역민·컬렉터 공유 공간에 활용임지혁 IMJ그룹 대표, 단색→추상→캐릭터→국가별 장르로 취향 다변화

서은내 기자공개 2024-06-17 07:40:11

[편집자주]

컬렉터는 미술시장의 주요 소비의 축이자 후원가들이다. 그동안의 미술품 수집가들은 대체로 신뢰할만한 갤러리의 추천을 통해 컬렉션을 형성해왔다. 갤러리의 안목을 따르다보니 컬렉션이 개성을 갖기 힘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시장에 신규 유입된 젊은 컬렉터들은 직접 작가를 발굴하고 검색하며 국내외 작가들을 연구하는 등 주체적인 경향을 띠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웬만한 갤러리만큼이나 작가 발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더벨은 다양해져가는 컬렉터들의 취향과 안목, 이들이 창출해가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가치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09: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지혁 IMJ그룹 대표(38)는 30대 초반 판화 구입을 계기로 아트컬렉팅에 빠져든 후 지난 8년간 1000여점의 미술품을 수집한 젊은 컬렉터다. 그는 단순 소장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컬렉션을 지역민, 미술 애호가들과 공유하기 위해 소통 공간을 만들었다. 한 개인의 미술품 소장의 기쁨이 대중을 향해 확장, 또다른 문화적 가치를 창출해 가는 사례다.

임 대표는 대학생 시절 주식 선물 투자에 입문했으며 직접 개발한 트레이딩 기술, 차트 시그널을 기반으로 금융투자교육 전문 골든서퍼아카데미를 설립한 사업가다. 다년간 쌓은 노하우를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리해 일반인, 금융전문가들에게 알리며 전문 트레이더로서 명성을 알렸다.

곽훈 작가의 그림 앞에 선 임지혁 IMJ그룹 대표.

일찍이 투자, 사업을 통해 거둔 이익은 젊은 컬렉터로서 미술품을 수집해 나가는데에 좋은 원천이 됐다. 2016년부터 아트 컬렉팅을 넓혀가기 시작한 그의 컬렉션은 단색화, 추상화, 캐릭터 그림, 국가별 장르 등으로 다변화해왔다. 오랜 기간 직접 검색, 발굴, 연구한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넘쳐난다.

임 대표의 컬렉팅은 곧 작가에 대한 후원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또 자신의 컬렉션을 대중에게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문화 공간을 만드는 계획을 실행해나가고 있다. 성북동에 낡은 토지를 매입, 건물을 직접 설계해 '유알 아트 스페이스', '유로 세븐틴' 아트 레스토랑을 만들고 IMJ그룹도 설립했다. 컬렉션 공유의 첫발을 뗀 셈이다.

국내 미술시장은 GDP 대비 비중을 기준으로 타 국가들과 비교할 때 그 수준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 선호의 저변을 더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 대표의 도전은 미술품 감상과 애호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Q. 아트 컬렉팅 시작의 계기는.

A. 2015년 예술의전당에서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전시가 있었다. 전시장 앞 굿즈샵에 발포지로 싸인 그림이 있었다. 몇 종류의 판화(edition) 정품인데 한 점씩 밖에 없다고 하더라. 한 점에 250만원이었다. 원화는 몇 천억원씩 할텐데 싸게 느껴졌다. 세점을 다 달라고 했더니 예약이 돼 있다고 했다. 연락처를 남겼는데 연락이 와서 구매 가능하다고 했다. 처음으로 그림을 사서 집 바닥에 세워놨다. 멋있더라. 들은 얘기로는 홍라희 리움 전 관장도 비슷한 판화를 샀다더라. 처음 산 그림인데 잘 샀구나 싶어 재미있었다.

그룹 산하의 문화 공간 '유알 아트 스페이스'.

Q. 마크 로스코 작품의 어떤 점이 그렇게 끌렸나.

A. 분위기에 압도됐다. 단색인데 무게감이 있었다. 엄숙했다. 그림 한점으로 공간이 바뀌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작품이 우리 집에도 있으면 좋겠다 상상했다. 원화 가격과 비교도 안되는 싼 가격이라 더 손이 갔다.

Q. 이후 원화 컬렉팅으로 이어졌겠다.

A. 2년 뒤 쯤 유엠갤러리 백동재 대표를 소개받아 갤러리에 놀러갔는데 이건용 작품이 전시돼있었다. 이건용, 박서보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들의 작품을 수집하게 됐다. 당시에도 가격이 싸지 않았지만 작가의 스토리를 깊이 알게되자 그 가치가 느껴졌다. 재테크 목적이라기보단 작가의 흔적을 갖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미술관에서 박서보 선생을 마주한 적이 있는데, 선생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말씀드리니 직접 단색화의 스토리를 들려주셨다. 3년 전 코로나 직후 가격이 오르더니 박서보 선생 작품이 4~5배 수준까지 높아졌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자연히 재테크가 됐더라. 컬렉팅에 재미가 더해졌고 해외 작품에도 눈뜨기 시작했다.

Q. 컬렉션의 변천사가 궁금하다.

A. 마크 로스코 그림이 그랬듯 처음엔 단색화에 빠졌었다. 이후 이건용 작가의 신체드로잉, 추상회화를 좋아하게됐고 또 나아가 곽훈, 김구림 작품에 빠졌다. 보던 그림에서 계속 뭔가 없는 걸 찾게 됐다. 해외 아트페어에서 색감도 다양하고 캐릭터성이 있는 일본 작품들로 취향이 옮겨갔다.

그러다 프랑스의 서정적인 그림이 좋아졌고 강렬한 에너지의 이탈리아 작가 작품도 좋았다.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이 바뀌더라. 주제도 다양해졌고 결국 국가별, 주제별로 다양한 컬렉션이 만들어졌다.

IMJ그룹 산하 문화 공간 '유알 아트 스페이스'

Q. 컬렉팅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컬렉팅을 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됐다. 내 공간에 그림이 걸렸다고 상상하면 만족감과 풍성함이 생겼다. 지인들과 같이 그림을 보고 그 앞에서 밥을 먹으면서 공유의 즐거움을 알게됐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 그림을 구입하기도 한다.

Q. 특별한 감성을 느낀 그림을 꼽아본다면.

A. 많다. 우선 곽훈 선생의 고래잡으러 가는 그림이 있다. 이누이트족은 고래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파도 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배를 타고 나간다. 고래를 잡는 중 죽을 수도 있다. 고난을 극복함으로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그들의 삶, 근성이 내게 와닿았다.

그림을 보며 내 과거를 돌아봤다. 모두 각자만의 스트레스와 역경이 있다. 나는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그림을 좋아한다. 컬렉팅 할 때에도 작품이 내게 어떤 에너지를 주는지에 집중한다. 지인들도 그 기운을 얻었으면 좋겠다.

임지혁 대표 소장품 중 곽훈의 작품. Halaayt_Acrylic on Canvas_190 x 145 cm_2021.

Q. 또다른 애장품은 어떤 것이 있나.

A. 일본 작가 마치야마의 작품이다. 지금은 성장해서 잘 되고 있지만 한 때 그 작가가 힘들었다. 신화 속 유니콘 같은 말을 타고 가는 그림을 그렸는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 또다른 한 점은 얼마전 작고한 스페인 출신 작가 브라보의 작품이다. 피카소 그림과 비슷한 형상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삶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생각하게 된다. 하루하루 살아감이 감사하게 느껴지더라.

임지혁 대표 소장품 중 토모카츠 마츠야마(Tomokazu Matsuyama)의 작품.
임지혁 대표 소장품 중 에두아르도 아란즈 브라보(Eduardo Arranz-Bravo)의 작품.

Q. 전시 공간 '유알 아트 스페이스'는 어떤 의미인가.

A. 갤러리를 만들고 싶은데 그렇다고 이걸 비즈니스로 하고 싶진 않았다. 너의 아트 공간이란 뜻의 유얼(your) 아트 스페이스다. 나같은 컬렉터들의 공간으로서 특정 주제를 잡고 여러 컬렉터로부터 작품을 받아 함께 전시해보는 것을 구상 중이다.

작가와 콜라보도 가능하다. 작가를 직접 만나 그들의 작품을 걸 수 있고 그들을 상징하는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곽훈 선생님과 관련된 음식 메뉴를 만들고, 카푸치노 크림 위에 작가만의 캐릭터를 그려넣는 식이다.

Q. 컬렉션을 통해 어떤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가고 싶은가.

A. 컬렉팅을 좋아하다보니 수집품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욕심부려 나 혼자 다 볼 수는 없다. 집에만 놓고 즐기기보다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우울할 때 누구나 우리 공간에 와서 안정감을 얻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가는 행복한 시간이 이뤄지길 바란다.

문화 공간 '유알 아트 스페이스' 아래에 위치한 아트 레스토랑 '유로 세븐틴'. 식당 곳곳에 임지혁 대표가 소장 중인 작품들을 걸어놓았다. 사진 속 그림은 일본작가 토모카츠 마츠야마의 작품.
식당 곳곳에 걸린 그림들. 이건용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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