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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투자전문 VC 줌인] 수익률 50% 넘는 영화 25편, 선구안 빛난 미시간②15개 지표로 평가해 250편 1700억 투자…최고 수익률 프로젝트 '범죄도시'

유정화 기자공개 2024-08-01 14:09:38

[편집자주]

문화콘텐츠 투자로는 큰 돈을 벌기 어렵다는게 VC업계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지난 23년 간 미시간벤처캐피탈의 뚝심은 빛났다. 문화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오면서 영화와 공연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이바지했다. 메인투자자로 나서 영화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천만 영화도 여러편 배출했다. 글로벌 페스티벌의 국내 유치를 주도하는 등의 족적도 남겼다.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문화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메타버스 펀드를 시작으로 3년 내 AUM 5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미시간벤처캐피탈의 성장 히스토리와 투자 전략, 청사진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0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미시간벤처캐피탈은 국내 영화산업 발전의 숨은 조력자로 꼽힌다. 2005년부터 투자한 영화만 약 250편, 금액은 1700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쏠쏠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고 평가받는 영화 투자업계에서 일찍이 메인 투자자로 자리매김하면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수 흥행작을 배출했음은 물론이다.

통상 VC들이 영화 투자로 수익을 크게 남기기는 쉽지 않다. 최근 극장에 오른 영화만 보더라도 손익분기점(BEP)를 넘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넘더라도 극장, 배급사, 제작사와 수익을 나누다 보면 정작 남는 게 많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렇다 보니 영화 투자로 업계 정평이 나 있는 하우스들은 저마다 엄격하게 작품을 검증할 수 있는 투자 기준이 있다. 미시간벤처는 검토할 영화를 선정하고 '재미'와 '흥미' 같은 정성적인 기준을 15가지 지표로 구분해 정량 평가를 거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메인투자자 성과로 실력 입증

한국 상업영화는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을까.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상업영화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한국 상업영화는 2012년부터 흑자로 전환돼 2017년까지 3.4~29.8%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팬데믹 여파로 △2020년 -30.4% △2021년 -22.9% △2022년 -0.3% 등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VC업계에서 영화투자가 본전만 내도 성공한 투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수익 구조도 투자사에 우호적이진 않다. 통상 영화 투자 수입을 정산할 때 부가가치세로 10%, 영화발전기금 3%를 제외한다. 남은 수익의 약 45%는 극장(유통사)이, 10%는 배급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이들 몫을 제외한 금액에서 다시 제작비를 빼면 순수익이 남는다. 이를 투자사와 제작사가 6:4의 비율로 나누는데, 메인투자자로 참여해 7:3 내지 8:2까지 협상할 수 있다. 미시간벤처는 VC가 단순 재무 투자자로만 참여하던 2010년대 초 영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 과정을 총괄하는 메인투자자로 입지를 다졌다.




미시간벤처는 멀티플 1.5배가 넘는 영화만 25편을 배출해낸 하우스다. 영화 '아이캔스피크', '청년경찰', '1987', '악인전', '랑종', '육사오' 등이 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누적 관객 1313만명을 기록한 영화 '서울의 봄'을 비롯해 도둑들(1298만명), 암살(1270만명), 괴물(1092만명) 등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4편도 여기에 해당된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영화 작품은 2017년 10월 개봉한 '범죄도시'다. 2017년 15억원을 투자해 약 46억원을 회수했다. 멀티플은 3.1배다. 전체 제작비가 약 70억원으로 낮은 편이었지만, 누적 관객수 688만명을 동원한 데 이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부가 수익을 확보한 결과다.

미시간벤처는 2008년 영화 '킹콩을 들다'로 처음 메인투자자를 맡아 '은밀하게 위대하게', '소원', '친구2' 등 다수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특히 직접 웹툰 지적재산권(IP)를 직접 매입해, 총괄해 만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금의 1.5배 이상을 회수했다. '미시간글로벌컨텐츠투자조합4호' 등을 통해 순제작비(48억원)의 50%가 넘는 26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에는 모태펀드에서 처음 신설된 한국영화메인투자 분야에서 1호 GP로 선정돼, 300억원 규모 모태펀드 자펀드 ‘미시간한국영화메인투자조합’을 결성했다. 미시간벤처는 이 조합을 통해 영화 ‘그녀가 죽었다’의 메인투자자를 맡았고, 누적 관객수 123만명을 기록해 BEP를 넘겼다. 미시간벤처는 총제작비 30% 이상인 30억을 투자해, 영화 시나리오 집필 및 기획 단계에 적극 참여했다. 영화 '서울의봄'과 '육사오'는 해당 조합을 활용해 15억원과 10억원을 투자했지만, 메인투자자를 맡지는 않았다.

◇OTT로 급변한 환경, 흥행작 고르는 기준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문화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손 큰 글로벌 OTT의 시장 진입으로 우량 IP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 과정에서 전반적인 제작비용이 크게 상승하면서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필요한 자금조달 역시 난도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 변화 속에서 미시간벤처가 영화를 투자할 때 중요시하는 지표도 달라졌다. 최근에는 ‘극장 관람 의향’에 주목한다. OTT가 인기를 끌면서 굳이 극장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채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VC 입장에서 극장 매출은 여전히 가장 크게 고려할 사항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시간벤처는케일이 큰 영화를 선호한다. 미시간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스케일에는 시각적 요소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스케일을 포함하는데 재난, 액션, SF 영화라면 확실한 시청각적인 만족감을 주는지, 코미디 영화라면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확실한 웃음 타율을 보장하는지를 본다"며 "또 복합 장르보다는 확실한 색깔의 단일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미시간벤처는 △IP 확장성(해외시장) △유사작 흥행성적 △제작사·감독·주연 배우의 전작 흥행성적 △예산 적절성 △엔딩의 완결성 등 지표를 정량적으로 살펴 투자를 결정한다. 여기에 시장 환경의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콘텐츠 본질에 집중하려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시간벤처 한 관계자는 "관객과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영화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으며,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영화와 더불어 콘텐츠 기업들에 대한 지분투자도 확대해 수익률을 제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시간벤처가 지분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VFX 기업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커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A2Z엔터테인먼트' △광고·영화 제작사 '써티세븐스디그리' △미디어아트 전문기업 '버스데이' 다양한 콘텐츠 기업이 포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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