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빅뱅]'리더십 전환기' 책임진 이재근 국민은행장, 향후 거취는①'새 출발' 양종희 체제 버팀목…연임 경력에도 5대 은행 최연소, 부회장제 폐지 변수
최필우 기자공개 2024-08-02 11:36:16
[편집자주]
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1일 15:2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사진)은 다른 시중은행장과 달리 올해 연장된 임기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취임하는 과정에서 추가 임기를 받았다. 지주 리더십 전환에 맞춰 은행장도 교체되는 게 관행으로 통하지만 양 회장은 이 행장을 재신임했다.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양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연말 그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이 행장은 연임 경력이 있음에도 1966년생으로 5대 은행장 중 가장 젊어 세대교체 필요성은 크지 않다. 전임 행장의 3연임 사례도 임기 추가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요인이다. 부회장제가 폐지되면서 이 행장 임기 만료 후 밟을 스텝이 없는 상황도 변수다.
◇세대교체 필요성 일축하는 '1966년생' 은행장
이 행장은 KB금융 내에서는 물론 은행권을 대표하는 세대교체 주자로 꼽힌다. 그는 2022년 KB국민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1966년생으로 당시 진옥동 신한은행장(현 신한금융 회장, 1961년생), 박성호 하나은행장(1964년생), 이원덕 우리은행장(1962년생), 권준학 NH농협은행장(1963년생)보다 2~5살 젋은 행장이었다.
현 5대 은행장 중 유일하게 재임 3년차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젊은 행장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1964년생,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1963년생,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1965년생,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1965년생으로 이 행장보다 1~3살 위다. 이 행장이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퇴진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행장은 그룹 내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이른 나이에 행장에 오를 수 있었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비서실장을 맡으며 일찌감치 전사 경영 상황을 파악하는 안목을 키웠다. 이후 지주 재무기획 담당 상무,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등 지주와 은행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행장이 되기 직전에는 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영업을 진두지휘했다.
양 회장과 합이 맞았던 것도 지난해 임기 연장을 가능하게 했다. 양 회장과 이 행장은 주택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양 회장은 은행권에서 드물게 행장 경험이 없는 은행지주 회장이다. 현직 CEO로 KB국민은행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이 행장을 재신임해 그룹 경영진 리더십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었다.
양 회장은 은행장 승계 프로세스가 한창 진행 중일 오는 11월 임기 3년 중 1년을 마친다. 남은 임기 2년을 함께할 은행장을 선임해야 한다. 새로운 인물을 행장으로 내세우면 2년의 임기를 부여할 수 있다. 아직 젊은 행장으로 꼽히는 이 행장과의 동행을 이어나가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허인 전 부회장, 행장 3연임 전례…넥스트 스텝 '부회장' 직급은 폐지
은행권에서 은행장 임기는 통상 2~3년이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첫 임기에 2년을 보장하고 이 기간 성과에 따라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 행장도 첫 임기로 2년을 받았고 1년의 추가 임기를 받아 재직 기간을 연장했다. 은행권의 전통적인 관행을 따를 경우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다.
KB국민은행 전례를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행장의 전임자인 허인 전 KB금융 부회장은 KB국민은행장 임기를 두 차례 연장했다. 2017년 11월 첫 임기 2년을 받았고 이후 1년 씩 두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이미 한 차례 연임한 이 행장에게도 추가 연임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부회장제가 폐지된 것도 이 행장의 거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KB금융은 앞서 3인의 부회장을 둬 차기 회장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양 회장을 선임했으나 폐쇄적 승계 시스템이라는 금융 당국의 지적을 받고 부회장 직급을 없애야 했다.
부회장 세 자리 중 하나는 성공적으로 은행장 커리어를 마친 인물의 몫으로 여겨졌다. 허 전 부회장이 은행장 경력을 바탕으로 부회장이 됐고 지주 회장에 도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부회장 제도가 폐지되면서 행장 경력 이후 올라설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행장에서 물러나면 후선으로 물러나야 하는 구조다.
KB금융 입장에서는 젊은 CEO로 그룹 전략 자산인 이 행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임기를 최대한 늘리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허 전 부회장 연임 때와 달리 부회장 제도가 폐지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 행장이 3연임에 성공할 경우 2년의 임기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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