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더본코리아 상장심사 '결국' 미뤘다 상장심사 기한 내 상장위원회 미개최, 공정위 조사 영향…"과거 사례 검토 중"
손현지 기자공개 2024-08-02 06:09:15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1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의 상장위원회가 상장 예비심사 기한인 45영업일 내에 열리지 않았다. 주관사가 심사 연장을 요청하지 않은 가운데 거래소 차원에서 좀 더 신중한 심사를 위해 일정을 뒤로 미룬 것으로 파악된다.거래소 입장에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 심사팀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가 진행했던 앞선 여러가지 조사 사례들을 검토하며 심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상장위 개최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선 거래소가 공정위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되는 데다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고도 상장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가맹점주 갈등 확산…거래소 질적심사 길어진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당초 이날까지로 예정된 더본코리아의 상장예비심사 기한 내에 상장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5월 29일 거래소에 상장예심을 청구했다. 일반적이라면 상장 예비심사 기한인 45영업일이 도래하는 1일까지는 상장위를 개최해 결론을 짓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더본코리아의 '연돈볼카츠' 가맹점주와 본사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사태를 좀 더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상장위원회 개최 일정도 좀 더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만간 발표될 2분기 실적을 심사에 반영해 결론을 내리는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도 전해진다.
공정위는 지난달 더본코리아의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 절차를 개시했다. 예상 매출액을 두고 진실공방에 돌입한 가맹본부인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들의 주장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달 24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는 더본코리아가 가맹점 상담 과정에서 예상매출액을 부풀려 설명했다며 공정위 측에 신고했다. 점주들은 "가맹본부가 월 3000만원 수준의 매출과 20∼25%의 수익률을 보장했으나, 실제 매출은 1500만원으로 절반에 그치고 수익률도 7∼8% 정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거래소는 그간 공정위의 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상장예심 승인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공정위 제소 이슈 자체가 심사를 지연시키는 걸림돌이 되진 않을 거란 뜻이다.
그러나 거래소가 중시하는 '질적 심사' 과정이 공정위 조사와 무관치 않다. 질적 심사 요건으로는 경영 투명성, 투자자 보호, 경영 안전성 등이 있다. 중요한 소송이나 분쟁이 있을 경우 기업 경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소는 최근까지도 공정위 제소 등 본사 측과 갈등을 빚은 연돈볼카츠 점주들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상세히 살펴봤다. 더본코리아 측도 매출액과 수익률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쪽의 공방전이 팽팽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 기한을 늘려 추가 검토하는게 낫다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본사-가맹점주 갈등 불가피한 프랜차이즈 IPO, 시그널되나
거래소는 현재 다른 공정위 조사 사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가 다른 비슷한 사례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지녔는지 등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향후 갈등 상황이 커져 투자자들이나 다른 이해 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도 검토 중이다.
경영 지속성 여부를 판단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가맹점주들의 갈등도 감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폐점률이 낮은 홍콩반점과 빽다방의 가맹점주는 오히려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에 대한 반대집회를 열기도 했다.
거래소가 이번 심사에 특히 신중을 기하는 건 이번 심사 결과가 향후 프랜차이즈 IPO에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의 비즈니스 구조는 워낙 본사와 가맹점주의 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거래소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향후 프랜차이 IPO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는 평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의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본사와 가맹점주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편"이라며 "국내 상장에 성공한 프랜차이즈가 교촌에프앤비, 엠피대산, 디딤이엔에프 등 3곳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결론까지 기다릴까…상장 기한 '시계제로'
거래소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6개월 넘게 소요되는 만큼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온전히 기다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공정위 제소와 분쟁 사항은 다양한 심사 요소 중 하나라서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심사 결과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본코리아 내부 갈등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인지해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달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들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로 경영 갈등은 부각되기 시작했다.
앞선 관계자는 "가맹점주들과 본사 간 갈등은 예심청구 이전부터 있었고, 최근에서야 수면위로 올라온 것일 뿐"이라며 "이전 사전협의 과정에서부터 경영 지속성 여부를 주시해왔는데 향후 갈등 상황이 더 커지는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고도 상장한 사례도 있다. 이번엔 공정위 조사 결과가 상장 예비심사 이후에 나올 예정이라 결과를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본코리아의 이번 상장 시도는 지난 2018년 이후 재도전이다. 백 대표가 최대주주로 지분 76.69%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주주는 강석원 부사장으로 지분 21.09%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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