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NH증권 랩상품부에서 랩어카운트 루키리그를 열었다. 기존 관계를 맺고 있지 않던 신생 운용사 중 괜찮은 곳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총 7개 운용사를 선정해 각각 3000만원씩을 지급하고 3개월간 운용한 수익률을 평가한다. 이후 최종적으로 3개 운용사를 뽑아 이들과 손잡고 새로운 랩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뽑힌 운용사들의 얼굴엔 화색이 돈다. 당장 큰 금액은 아니지만 운용을 잘해 선정된다면 NH투자증권이라는 큰 판매사에 라인업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새 중소형 사모운용사들은 판매사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대형 판매사는 운용자산(AUM) 기준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최소 2000억원을 넘겨야 검토라도 받을 수 있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 이후 판매사들의 경계가 높아진 탓이다.
이제 막 시작한 신생사들에겐 어려운 조건이다. 사실 마케팅에 힘을 쓴다면 AUM 1000억원대까지는 빠르게 키우는 곳들이 종종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은 코스닥벤처나 하이일드, 공모주 펀드까지 3개 라인업을 깔면 일정 수준의 수요는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억원 기준을 넘기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루키리그에 선정된 곳들은 대부분 AUM이 1000억원대 내외였다.
루키리그가 반가운 이유다. 루키리그는 높은 판매사의 문턱을 실력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다리다. 큰 운용사들은 이미 대형 판매사에 걸려 있기에 더 많이 팔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자금이 들어오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생사는 실력이 있더라도 문턱을 넘지 못해 사세를 키우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최근 일임으로 다변화를 꾀하는 곳들도 많지만 사실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은 일임은 장기적으로 좋은 비히클은 아니다.
판매사에게도 긍정적이다. 매니저가 랩을 운용하는 방식을 오랜 기간 보면서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NH증권 점프업리그에서는 PB들이 직접 운용과정을 지켜보면서 매니저의 스타일을 파악한다. 추후 랩어카운트 상품을 만들어 팔 때 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소개할 수 있다. 위기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 스타일을 알 수도 있다.
NH투자증권 외에 대형사들도 루키리그를 열어주길 기대해 본다. 업계를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실력이 있음에도 정량기준을 못 맞춰서, 마케팅을 몰라서 크지 못하는 곳들을 만날 때였다. 오랜 기간 원칙을 가지고 운용하는 시그니처 펀드가 있지만 주식형 펀드 외면에 활로를 찾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 실력으로 겨루는 루키리그가 활성화되면 운용업계 뿌리도 튼튼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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