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법안 점검]'세법-상법' 개정안 희비교차…행동주의펀드 촉각①동력 잃은 정부 추진 세법개정안, 떠오르는 야당발 상법개정 카드
황원지 기자공개 2025-01-13 10:51:56
[편집자주]
작년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공시를 활성화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한편, 세법과 상법 개정으로 저평가를 만든 구조를 깨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계엄으로 국회가 마비되면서 1년간 추진해온 법안 개정은 대부분 공중분해 된 상태다. 더벨은 밸류업의 핵심축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법안의 현재 진행 상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8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2월 26일,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국내에 상장된 기업가치와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다. 기업 공시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밸류업 지수를 개발해 자본 유입을 꾀하기도 했다.법안 개정에도 공을 들였다. 세법과 상법개정을 통해 구조적으로 밸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주로 상속세 완화, ISA 세제 지원,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조세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세법개정안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반대로 야당 측에서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상법 개정을 지지하며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계엄으로 상황이 뒤집혔다. 시간에 쫓겨 예산안과 세입부수법안을 야당이 단독 처리하면서 정부가 추진했던 세법개정 내용이 대부분 사라지고 동력을 잃은 상태다. 동시에 탄핵 정국이 시작되며 야당이 강조하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등의 상법개정안이 힘을 받고 있다.
증시 밸류업이 절실한 운용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상법과 세법 등 법률에 운용전략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우 국회에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도 포착된다.
◇업계 숙원 '주주충실의무 도입-배당소득 분리과세' 모두 테이블 올랐다
자산운용업계에서 세법, 상법 개정에 주로 목소리를 내왔던 건 행동주의 펀드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의 경영활동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면 이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낸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도 불사한다. 법안이 개정되면 손에 든 무기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동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만큼 지난해 내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왔다.
이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중요하게 꼽아온 건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다.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의 합병이나, 개인회사에 대한 용역계약 등 다양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한 행동주의 운용사 대표는 “20년간 상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조항을 개별적으로 고쳐왔지만 이에 대응하는 방법이 다양해졌을 뿐”이라며 “원천 차단을 위해서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우리나라의 배당소득세율은 투자자의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 14%의 원천세율을 적용한다. 이는 면세인 국내주식 양도소득세율이나 급여에 대한 소득세율보다 월등히 높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낮은 주주환원의 원인으로 높은 배당소득세를 꼽으며 이에 대한 세법개정이 선행되어야 밸류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외에도 ISA 한도 확대와 같은 방안도 밸류업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꼽혀왔다. 해외로 나가는 자금을 붙잡아 국내 증시에 공급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에도 3%룰을 적용해 이사회의 견제기능을 높이는 것도 업계에서 강조해온 개혁안 중 하나다.
◇계엄령에 공중분해…정부 개혁안 실효성엔 ‘의문’
하지만 운용업계에서 제시해온 개정안들은 지난달 계엄 사태에 공중분해된 상태다. 계엄 정국에 처리 예정이었던 법안들이 대다수 폐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세법개정안의 경우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대부분 삭제됐다.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상속세 인하를 비롯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던 ISA 한도 확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작년 공표한 방안이 모두 폐기됐다.
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밸류업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며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ISA 한도 확대, 국내투자형 ISA 신설, 자본시장법상 주주 이익 보호규정 신설, 배당 증가액 저율 분리과세 등 지난해 약속했던 개혁안을 다듬어 내놓았다. 하지만 탄핵 사태로 국정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실제 개정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야당이 힘을 실었던 상법 개정안은 힘이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세법, 상법개선안 중 어느 쪽이든 통과된다면 밸류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 개정에 민감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물밑 움직임도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하우스들이 업계 의견을 합쳐 더불어민주당 측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전달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난해 여야가 잠정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던 법안들이 폐기된 건 아쉬운 지점”이라면서도 “하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근본적인 문제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 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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