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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사외이사 thebell desk

원충희 THE CFO부 차장공개 2024-08-26 08:06:3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08: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사외이사의 역할도 달라지더군요."

최근 만난 대기업 사외이사는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금융회사와 오너가 있는 대기업 등 여러 곳의 사외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금융회사인 A사에선 경영주체의 일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주인 없는 기업이라 이사회의 책임이 오너 기업에 비해 막중했기 때문이다. 감독기관의 눈초리도 촘촘하니 절차나 내용에 대해서 훨씬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인수합병, 투자 등 주요 안건에서 심도 있는 회의를 자주 거쳤다.

그만큼 이사회나 소위원회도 잦았다. 가족들로부터는 본업이 헷갈린다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으로 인해 소장을 받은 적도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는 사외이사를 해본 적 있는 경력자들 사이에서 '험지'로 통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B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할 당시에는 오너의 속도조절 역할을 했다. 그 회사의 총수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었고 하나 같이 놀랍고 획기적이었지만 내부통제 등 안전장치가 필요한 게 보였다. 그 부분을 계속 주문하면서 좀 더 보완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 회사에선 오너의 견제자 역할이다. 견제자라고 해서 무조건 경영진과 대립할 필요는 없었다.

오너 대기업인 C사는 총수가 경영승계를 한지 몇 년 되지 않아 젊었고 아직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기업이 소속된 업계는 기술 트렌드 변화가 빠른 곳이다. 좀 더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만큼 여기서는 오너가 앞에 나서라고 등을 밀었다. 지금까지는 존재감이 굵직한 CEO가 그 역할을 했지만 기업의 앞날에 대한 결정은 결국 오너의 책임경영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조언자의 포지션이 강했다.

흔히 세간에는 거수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사외이사 제도는 점진적으로 진화 중이다. 시장의 인식이 달라지고 이사회에 대한 존재감이 부각되면서부터다. 물론 아직은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사외이사들의 존재는 생각보다 더 기업가치와 경영 선진화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그 비중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때로는 경영주체 일원으로, 때로는 경영진의 견제·감시자로, 때로는 오너의 조언자로 기업문화와 업권에 따라 변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마치 '카멜레온' 같은 유연성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국의 이사회는 느리지만 그래도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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