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이사제 톺아보기]에코프로와 반대 행보, 노조추천 이사 막은 KB금융③KB 노조, 주주제안 통해 7차례 도전…외국인 주주 '현대증권 선례' 우려
원충희 기자공개 2025-01-15 08:20:57
[편집자주]
근로자이사제(또는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퍼져 있으며 국내에서도 몇 번 도입이 시도됐다. 현재는 공공기관 중심으로 시행 중이나 아직 민간기업들 사이에서는 거부감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에코프로그룹이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theBoard는 근로제이사제의 현황과 문제점,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그룹이 자발적으로 추진 중인 근로자이사제는 국내에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2022년 노동이사제 실행 의무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된 게 결정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관(官)의 입김이 강한 은행권에서 도입이 시도됐다.민간 금융권에서 가장 화두가 됐던 곳은 KB금융그룹이다. 노조가 주주의 자격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하는, 노동이사제와 비슷한 도전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7차례 시도됐지만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이면에는 과거 현대증권(현 KB증권) 선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KB금융 노조, 2012~2023년 7차례 사외이사 추천 도전
2022년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강원랜드, 한국전력 등 시장형 공기업들은 물론 2021년 수출입은행도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했다. 그 여파는 민간 금융권으로 퍼졌다.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인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은 국민연금이 1대 주주인 경우가 많아 오너가 있는 비금융기업보다 도입이 수월한 편이었다.
특히 KB금융은 유독 여파가 거셌다. 앞서 2012년부터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계속 시도했던 만큼 기세가 올랐다. 당시 KB금융 노조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인 김진 변호사를 후보로 내세웠으나 의결권 지분율이 0.25%에 그치면서 주주제안 행사요건 미달로 무산됐다.
이후 노조가 이사후보 추천을 본격화된 것은 2017년부터다. 그해 1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에 몸담았던 하승수 변호사를 후보로 내세웠다. 당시 정권의 의지가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얻어 17.78%의 우호지분을 모았으나 보통결의 요건인 발행주식 총수의 25%와 출석주주 과반에는 미달했다.
2018년 정기주총 때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추천했지만 역시 찬성득표율이 미달했다. 2019년에는 민변 출신 백승헌 변호사를 후보로 내세웠으나 당시 그가 속해있던 로펌이 KB손해보험의 법률자문과 소송 등을 맡은 전력이 있어 철회했다.
2020년 11월 임시주총에서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2022년 정기주총 때는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노조위원장 출신), 2023년 정기주총 때는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법인) 대표를 밀었으나 모두 결의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실패했다.
◇외국인 주주 반대로 무산, 작년에 노사 수뇌부 교체
노조의 이사후보 추천이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KB금융 지분의 70% 수준을 보유하던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 때문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노조의 경영 관여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ISS 등 글로벌 의결권자문기관도 반대를 권고했다.
당시 KB금융 사외이사였던 금융권 관계자는 "그때 KB금융은 증권,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M&A가 다수 필요했는데 노조의 경영 관여가 경영진의 운신 폭을 좁혀 기업가치에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과거 현대증권 선례가 이사진에게 공유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민간기업 중에서 근로자이사제와 유사한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처음 시작한 곳은 옛 현대증권이다. 2004년 5월 당시 노조와 우리사주는 지분 6.3%를 보유해 2대 주주 자리에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내세워 이사회에 입성시켰다.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본격화 했던 게 2017년, 앞서 2016년 3월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했다는 점, 현대증권 사외이사 경력이 있는 하승수 변호사를 후보로 내세웠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KB금융 사외이사를 지낸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경우 이사회에서 논의됐던 각종 안건이 노조와 공유돼 쟁의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사진 검증에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총력투쟁을 벌인다고 하는 등의 경영 관여 문제가 KB금융에서도 불거질 경우 이사진의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 KB금융 정기주총에서 노조는 이사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앞서 2023년 11월 윤종규 전 회장이 임기 만료로 3연임을 끝내고 물러났으며 노조 측을 지휘하던 류제강 국민은행노조위원장이 2024년 1월 한국노총으로 가면서 노사 수뇌부가 교체된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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