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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Match up/현대자동차 vs 토요타자동차]이사회 직접 꾸리는 정의선, 한발 물러난 토요타②이사회 의장 맡고 있는 두 회장 사외인사 선임 참여 온도차

이돈섭 기자공개 2024-08-22 07:52:29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0: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자동차 오너들은 사외인사 선임 과정에서 그 역할 차이가 도드라진다.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은 직접 사외인사 선임 과정에 참여해 이사회를 꾸리는데 일조하고 있고 토요타자동차의 토요타아키오 회장은 한발 물러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달리 사외이사 최초 선임 배경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무관치 않은 만큼 그 본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정의선 회장, 사외이사 선임에 직접 관여

2010년 현대자동차 이사회에 진입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8년부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일원으로 현대자동차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사추위 일원이 되기 전에는 1999년부터 20여년간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어온 정몽구 명예회장이 사외이사 후보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의선 회장 체제 현대자동차 사추위는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2명 등 5명의 이사로 꾸려져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삼성, SK, LG 등 국내 4대 그룹 오너 중 유일하게 대표직과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사추위에도 참여함으로써 모든 경영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임을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사회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측은 정의선 회장에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외이사가 완전히 독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기업 오너가 경영을 직접 주도하는 경우 조직 장악력이 크기 때문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는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5년 간 해당 회사 임원이었던 경우 △직계가족이 지난 3년간 회사 또는 자회사의 임원이었던 경우 △회사 또는 경영진과 개인적 사업관계가 있는 경우 △회사의 다른 사외이사에게 고용되거나 사업 관계가 있는 경우 등을 독립성 결여 사유로 제시, 이들 사유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독립성을 결여했다고 판단해 후보로 선임하지 않는 식이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는 최은수 더킴로펌 고문변호사와 윤치원 EQONEX 회장,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유진오 전 캐피탈인터내셔널 파트너, 심달훈 우린조세파트너 대표,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등 6명. 정의선 회장이 사추위에 참여한 이후인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신규 선임된 인물들이다. 최근 20년 사이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한 발 물러선 토요타 회장, 사외인사 정보 공개는 아직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그룹 오너가 표면 위로 드러나진 않는다. 일본 회사법상 토요타자동차와 같은 감사위원회설치법인의 경우 이사회는 집행부를 감독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이사회 활동은 감사위원회가 감독한다. 결국 경영활동에 대한 최종 감독 권한은 감독위원회에 있는 셈인데, 감독위원회 내 사외감사이사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각각 3명씩 참여하는 '임직원인사안(案) 책정회의'에서 추천한다.

눈에 띄는 점은 토요타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당시 사장으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었지만 해당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 토요타자동차는 일본 현지에서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하기 전인 2013년 선제적으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 시기는 일본 금융당국이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을 시도하던 때다. 투자 유치 목적이 감안된 만큼 토요타 회장이 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토요타 회장은 최근 2년여 사이 계열사 품질 조작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외인사 독립성을 강조, 이 과정에서 기존 사외이사가 자신의 근무처가 토요타자동차와 거래관계가 있었다는 이유로 사외이사직을 사임키도 했다. 토요타는 △관계회사 △주요거래 △차입 △거액보수수령 △거액기부대상 △주주관계 △관계감사법인 △근친자 △상호임원파견여부 △재임기간 등의 면면을 따져 독립성을 판단하고 있다.

토요타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 달리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활동 내역을 세부적으로 공개하고 있진 않다. 토요타자동차는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구성원에 대해 연 한 차례 자기평가 조사를 실시하고 정보교류 목적으로 작년 한해 20여회 미팅을 개최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유하고 있지 않다. BSM(이사 기술 매트릭스·Board Skills Matrix)의 경우 정기주총 소집 통지문에서 공개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마찬가지로 토요타 회장 역시 14년 간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을 총괄하면서 조직 장악력을 극대화했다. 지난해 초 회장에 취임하면서 사장 인사를 포함해 주요 임직원 인사를 직접 단행키도 했다. 지난 6월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앞으로도 이사회 의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만큼, 회사 집행부 경영은 여전히 토요타 회장 주도로 이뤄질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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