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은행권 자문 서비스 도전]자산가 입맛에 맞을까…시기상조 지적도②증권사는 무료 컨설팅…경쟁력 여부에 의구심

황원지 기자공개 2024-08-27 08:13:50

[편집자주]

은행권의 투자자문업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NH농협은행도 연내 투자자문업 등록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은행의 자문 서비스 출시는 금융상품 판매에서 벗어나 수익 증대와 함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벨은 은행권 투자자문업 진출이 자산관리(WM)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0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이 앞다퉈 투자자문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지만 자문수수료 시스템이 자리잡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선 고객의 전체 자산 정보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고액자산가들은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해 자금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와의 엇박자도 문제다. 은행권에서는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자문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더 활용도가 높은 일임업 허가가 있어 자문은 매력적인 비즈니스가 아니다. 증권사가 무료로 자문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홀로 자문수수료 체계를 도입한다면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자산정보 필요한 자문서비스, 고액자산가 입맛엔 ‘글쎄’

KB국민은행이 첫 투자자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기존 수수료 시스템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받는 판매수수료가 중심인 현재의 시스템에서 자산관리 상담을 통해 나오는 자문수수료 체계로의 전환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자문수수료 시스템이 자리잡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객의 전체 자산 정보가 필요한데, 고객들이 이를 제공할 유인은 거의 없어서다.

은행권이 도입하려 하는 투자자문 서비스는 고객의 전체 자산정보가 중요하다. KB국민은행은 자문계약을 맺으면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매 분기별로 리밸런싱 리포트를 공유한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어떤 비중으로 투자할지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서는 고객의 전체 자산 구성과 규모를 파악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고액자산가 입장에서는 한 판매사에 전체 자산의 종류와 규모를 밝힐 유인이 크지 않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비상장, 부동산 등의 투자기회는 보통 해당 금융계열사의 IB를 통해 나온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판매한 SK온 신종자본증권을 담은 펀드가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이 딜은 총 5000억원 중 300억원만이 한국투자증권 리테일 고객에게 제공됐다.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액자산가들은 판매사 한 곳에 돈을 모두 맡기지 않는다”며 “하나, 국민, 한투 등 여러 금융기관에 자금을 분산해두고 다양한 투자기회를 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투자기회를 찾는 고액자산가 입장에서는 여러 금융기관에 자금을 분산하는 게 유리한 셈이다. 그간 포트폴리오 영업이 잘 정착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굳이 하나의 금융기관, 한 명의 PB에 모든 자산을 공개하려는 고액자산가가 많지 않아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업승계나 상속이 필요한 패밀리오피스 고객 정도가 전체 자산 정보를 제공할 유인이 있을텐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은행업권에서 이들을 사로잡을 실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는 투자일임에 집중…은행권 자문 경쟁력 '반신반의'

증권사와의 엇박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고객들은 은행과 증권을 구분하지 않고 자산관리를 해줄 금융기관을 찾는다. 증권사에서 PB들이 자문과 컨설팅을 수수료를 받지 않고 제공하는 상황에서 은행에서만 자문수수료를 받기 시작한다면 경쟁력을 가지긴 어렵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투자자문업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펀드나 신탁, ELS 등 금융상품을 판매해서 얻는 금융상품투자이익을 늘리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증권사에서는 투자자문업이 매력적인 비즈니스는 아니다. 증권사는 이미 자문보다 활용도가 높은 투자일임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단순히 자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임을 통해 고객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주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한다. 시점에 따른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자문, 투자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문 자체는 투자자문사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2017년 투자자문업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판매사들은 고객에게 자문사를 연결해주는 자문플랫폼 서비스를 만들었다. KB증권의 ‘투자자문 PLAZA’를 비롯해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자문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가 직접 나서서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은 크지 않은 셈이다.

당초 은행권에서도 투자자문보다 투자일임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임 라이선스가 활용도도 높고, 수익성을 키우기도 좋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작년 말 당국에서는 은행의 자산관리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투자일임업 진출은 이르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투자자문업 진출이 본격화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