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03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랩·신탁 미스매칭 사태 징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 양형 수준을 사전 통지했고 이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확정한다. 아직 사전 통지이고 제재심이 예정돼 있지만 사실상 양형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업계에서는 일선 직원에 대한 중징계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과장, 대리급 등 일선 실무자들도 중징계를 받은 이들이 속출해서다. 경징계인 견책이나 감봉을 넘어 중징계인 3개월 정직을 통보받은 직원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회사 차원에서도 하나증권과 KB증권 외에 영업정지를 받은 증권사가 있다고 알려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책임져야 하는 자리인 본부장급은 중징계를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결정권자가 아니었던 대리, 사원급까지 중징계가 나오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스매칭이 관행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코로나 이전 저금리 시기에는 랩어카운트나 신탁에서 상품 만기보다 장기인 채권을 편입해 수익률을 올리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대다수 증권사들의 랩, 신탁운용팀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해 왔다. 금융당국의 묵인 하에 굳어진 관행에 운용역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실무자급 인력들의 자율성이 크지 않았다.
일부 직원의 경우 사적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항변의 이유 중 하나다. 과거 랩 신탁에서 자전거래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징계의 수위가 크게 나왔던 이유는 리베이트를 받는 등 개인이 사적이익을 취했기 때문이다.
정직 3개월이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이들 증권사 랩 신탁운용팀은 사실상 공중분해될 것으로 보인다. 정직 3개월은 중징계라 정직이 풀린 이후로도 2년동안은 같은 업무를 맡을 수 없다. 징계를 받은 팀원은 모두 교체해야 하는 셈이다. 징계 대상 증권사 관계자는 “일선 직원들은 안타깝지만 부서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새롭게 인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업계의 항변을 모두 들어줄 일은 아니다. 징계를 받은 직원들 중 성과급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이해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금감원에서도 운용역 전부에게 중징계를 내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새롭게 투입된 인력은 징계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엄벌이 만능일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대리나 과장급 직원들을 징계한다고 얻을 실익은 크지 않다. 재발 방지 측면에서도 이미 장부가가 아니라 시가평가 제도를 도입해 제도적 정비는 완료됐다. 단순한 엄벌주의보다는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시스템을 바꾸는 방식의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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