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K-순환경제]'저온분해 vs 열분해' 재생유 시장 선점 메이커는도시유전·인지이엔티·에코크레이션 등 내년 양산 앞두고 각축전
조영갑 기자공개 2024-09-03 08:44:16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9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친환경 정제원료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석유사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폐플라스틱 기반 재생유 양산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 역시 ESG 경영과 원가 절감 등을 위해 친환경 제재의 확보를 위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각 메이커들이 폐플라스틱 재생유 본격 양산을 위해 투자를 확장하고 있다. 어떤 메이커가 내년 양산 시장을 선점할지 이목이 쏠린다.29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유전, 인지이엔티, 에코크레이션 등이 현재 폐플라스틱 폐기물 관련 지자체와 각각 협약을 맺고, 거점 생산 도시에 설비 투자를 확장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주요 기관, 법인들로부터 수백억원의 SI(전략적 투자자) 투자를 유치한 이력이 있는 회사들이다. 확보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재생유 플랜트 설비를 확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메이커들이다.
폐플라스틱 재생유 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최근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1회용 폐플라스틱이 폭증하고, 이와 관련한 환경 문제가 대두되자 리싸이클 재생유에 대한 산업의 관심이 증폭됐다. 열분해 방식으로 이를 처리하는 재생업체들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존재했으나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나프타(납사)나 중질유로 전환하는 기술이 채택된 것도 최근 몇년간의 일이다.
여기에 올해 초 국회에서 이른바 '석유사업법'이 통과되자 국내외 정유사로 거대한 잠재 판로가 확보, 각 메이커들이 사활을 걸고 양산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사업법(개정안)은 △석유정제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의 투입 허용 △친환경 연료를 바이오연료, 재생합성연료 등으로 명시적으로 규정 △친환경 연료의 개발·이용·보급 확대 및 원료 확보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 등을 담고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재생유도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 양산 단에 가장 근접해 있는 업체는 열분해 방식을 내세우는 인지이엔티와 저온분해 세라믹 파동 방식 기반의 도시유전이다. 인지이엔티는 대규모는 아니지만 이미 열분해유를 생산, 국내 일부 정유사들에 공급하고 있다.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지이엔티는 2022 하반기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과 웰컴캐피탈 등으로부터 약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해 왔다. 경북 경주를 중심으로 약 10여 기의 유화설비를 확보했다.
다만 최근 유화설비 내에 화재가 발생, 이와 관련된 소방안전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이를 방비하기 위한 추가 시설 투자를 고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지이엔티의 사정에 밝은 한 투자자는 "재생유 생산 과정에서 화재 사고가 빈발하는데, 이와 관련된 소방방재 안전조건이 대폭 강화되면서 여기에 추가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지이엔티는 추가 펀딩 상황을 지켜보되 여의치 않은 경우 설비 확장 및 고객사 대응용으로 확보해 뒀던 충남 서산 일대의 토지(약 5000평 가량)를 매각, 이를 안전설비 확충 용 자금으로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가 펀딩의 액수는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10기 중 4기 가량이 폐플라스틱 재생유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인데, 일일 처리량은 약 8~10t(톤) 가량으로 추산된다. 수율을 50%라고 가정하면 일일 4~5t 가량의 재생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은 이미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생산보다 안전성 설비 강화가 더 큰 당면 과제"라면서 "허들이 올라간 만큼 이를 충족할 수 있는 회사는 인지이엔티를 비롯해 몇 군데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성 이슈 때문에 솎아내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안전성을 강화하고,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추기 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다.
도시유전은 인지이엔티와 완전히 결이 다른 기술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른바 세라믹 촉매 기술 기반 파동에너지로 플라스틱의 분자고리를 끊는 방식이다.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저온열분해 설비에 넣고, 세라믹 촉매 방식으로 분해하면 약 70%의 수율을 낼 수 있다는 게 도시유전 측의 설명이다. 1톤의 폐플라스틱을 넣으면 700kg의 정제유를 뽑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대로 양산이 진행되면 현재 알려진 고온 열분해방식(약 50%) 보다 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방식이 된다.
도시유전은 운영과 투자금 확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우리기술과 공동 출자를 통해 전북 정읍에 웨이브정읍이라는 JV를 설립, 여기를 통해 첫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기술이 지분 51%, 도시유전이 4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기술은 전환사채를 발행해 100억원을 조달하고, 웨이브정읍에 설비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올해 말 완공, 내년 상반기 상업가동 및 양산이 목표다.
SK그룹과 손을 잡은 에코크레이션은 재생유 생산보다 열분해 설비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에코크레이션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오센트릭 등 투자자로부터 약 28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SK지오센트릭이 직접 운영할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에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ARC는 연 6만t 수준의 캐파(처리량 기준)를 목표로 건설 중에 있는데, 준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식 상업가동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된다.
재생유 업계 관계자는 "(석유사업법 개정안) 법안의 통과와 정유사들의 적극 도입 노력이 겹치면서 내년부터 폐플라스틱 재생유 시장에 불이 붙을 전망"이라면서 "각 제조사들의 수율 싸움이 결국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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