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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증권사 '1조 클럽'의 명암

이승우 자본시장부 부장공개 2024-09-09 07:47:5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5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 1조원 이상 순이익을 벌어들이는 곳은 몇이나 될까. 업황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시중은행 정도가 대개 그 정도 번다. 그리고 그 외 업종을 포함해도 수십개 정도에 그친다.

최근 몇년 사이 1조클럽에 가입한 업종이 바로 증권업이다. 2021년 처음으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1조원을 벌었고 일부 증권사들도 그에 버금가는 실적을 냈다. 2022년과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시달리며 주춤했지만 올해 다시 1조 클럽 증권사가 재등장할 것 같다. 올 상반기 기준 순익 5000억원을 넘어선 증권사만 5개다.

2021년 처음으로 증권사가 순이익 1조원을 기록했을 때 사실 평가가 후하지 않았다. 부동산 호황기에 편승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PF 문제가 여전히 진행중인 올해도 1조 클럽 증권사는 탄생할 전망이다. 증권사 1조 클럽이 대세가 된 셈이다.

노력과 시행착오가 만만치 않았다. WM 비즈니스를 하겠다던 하우스들은 사모펀드와 DLF, ELS 사태에 휘청거렸고 IB 비즈니스는 부동산 PF가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IB와 WM 비즈니스에 대한 컨셉을 잡아 나가면서 내공을 쌓아왔다. 성과주의에 기반한 확실한 인센티브 제도, 상대적으로 유연한 인력 활용이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 게다가 타 업종 대비 깔끔한 지배구조는 비즈니스에 올인할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정부도 지원을 많이 했다. 수차례 IB 육성 대책을 내놓으면서 증권사의 모험자본 역할을 인정해줬다. 헤지펀드와 PBS 도입 등 WM 비즈니스를 위한 제도 개선도 정부의 공이다.

그늘도 있다.

은행계 증권사들의 여전한 부진이다. 캡티브 영업을 기본으로 깔 수 있다는 강점이 있음에도 성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타 증권사와 동일하게 괜찮은 인재를 영입하고 거기에 더해 계열사 지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가 별로라는 건 증권업에 대한 그룹의 이해도 부족이 아닐지 고민해 봐야 한다. 전업계 증권사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더 뼈아픈 건 파티를 벌이는 대형사와 달리 일부 중소형사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iM증권과 한화투자증권, SK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은 올해 2분기 적자다. IB에서도, WM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가운데 부동산 PF로 결정타를 맞은 곳이다.

중소형사에게 타산지석은 키움과 메리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두 증권사는 몇년만에 급성장했다. 규모의 경제가 아닌 조직 효율화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걸 증명한 증권사다.

공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실책도 있다. 여전히 증권사들은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공매도 금지와 ELS·사모펀드 판매사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는 증권맨들을 소스라치게 했다. 그만큼 비합리적인 조치와 대응이었다는 뜻이다.

증권업 비즈니스의 판도와 서열 변화는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에 대한 극명한 성적표다. 부진한 하우스들은 지금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고,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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