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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기아, 연례진단에 사외이사 개별활동 모니터링은 '배제'[평가 개선 프로세스]⑦매년 1회 무기명 40문항 설문…"비판의사 개진 적극권장"

박동우 기자공개 2024-09-23 08:18:50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14: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직이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활동을 복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경영 의사결정 최고기구라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과거 활동을 다시 살펴보고 성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기아는 연례적으로 이사회 활동을 진단하는데 힘썼다. 매년 1회 자체 평가를 실시하는데 10개 분야에 걸쳐 무기명 설문을 진행해 왔다. 평가 답변을 작성하는 주체는 사외이사다.

다만 기아는 사외이사들을 겨냥한 개별 모니터링을 이사회 평가 범위에서 배제했다. 사외이사들이 의사결정 참여자인 동시에 기업 경영 관찰자인 만큼 이들이 제약 받지 않고 비판 의사를 적극 개진할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다.

◇10개 분야 자체진행, '정보수집·감사위' 항목 최고점

THE CFO는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올 5월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주요 기업 이사회를 평가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의 6대 지표를 토대로 기아의 이사회 운영 실태와 활동 내역을 살펴본 결과 255점 만점에 199점을 시현했다.

총 35점을 배정한 평가 개선 프로세스 부문에서 기아는 24점을 받았다. 5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3.4점이다. 6대 영역을 통틀어 구성(3.1점) 다음으로 점수가 낮다. 7개 문항 중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평가, 사외이사 평가결과의 이사 재선임 반영 여부를 살피는 항목에서 최하점을 기록한 영향이 작용했다. 반면 이사회 전체에 관한 평가 결과 공시, 이사회 평가결과에 근거를 둔 개선안 마련·반영 여부를 살피는 항목에서는 5점 만점을 얻었다.


기아는 2021년부터 이사회 평가 제도를 시행했다. 해마다 최소 한 차례 실시하는데 평가를 담당하는 주체는 사외이사로 국한했다. 이사회에 경영진과 오너도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만큼 사내 임·직원이 평가하면 객관적 결과 도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대신 이사회 일원인 동시에 외부 관찰자의 시각을 견지하는 사외이사들에게 평가의 과업을 맡겼다.

사외이사는 무기명으로 온라인 시스템에 접속해 설문에 응답한다. 실명을 기재하지 않는 건 한층 진솔한 답변을 얻으려는 취지와 맞닿아 있다. 전체 10개 분야 40개 문항에 걸쳐 평가를 진행하는데 △이사회 역할 △책임·의무 △독립성 △운영 △정보 수집 △구성 외에도 감사위, 지속가능경영위, 사외이사후보추천위, 보수위 등 소위원회 활동과 실적까지 들여다본다.


2023년도 이사회 평가 결과는 올 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의안으로 보고됐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사회 전체 평균 점수가 5점 만점에 4.89점으로 나타났다. 정보 수집과 감사위 부문이 최고점 5점을 기록하고 보수위가 4.6점으로 단연 낮은 점수를 시현했다. 2022년도 평가에서는 전체 평점이 4.9점으로 책임·의무 항목이 유일하게 5점 만점을 받았다.

◇KCGS, 기아 ESG 통합등급 'B' 부여

단순히 이사회 평가 결과를 청취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선책까지 모색한다. 올 5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들이 제시한 의견에 대해서는 개선 방안을 수립해 차기 이사회에서 결과를 보고하고 이사회 운영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부분이 방증한다. 기아는 2023년 2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2022년도 평가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로 사업·상품 관련 이해도 강화, 외부감사인과 커뮤니케이션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사회 전반의 활동을 둘러싼 평가를 연례적으로 시행하지만 사외이사를 타깃으로 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아는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개별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배경으로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시하며 자유롭고 비판적인 의사 개진이 적극 권장된다"고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기술했다. 사외이사 개인의 활동을 평가할 경우 자칫 경영자와 대주주의 눈치를 보면서 적절한 견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지난해 물의를 일으켰거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점은 평가 개선 프로세스 지표 점수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외부 기관으로부터 획득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 역시 이사회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기아는 외부에서 받은 ESG 등급에 관한 항목에서 5점 만점에 4점을 얻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기아의 2023년도 ESG 통합 등급을 'B(보통)'로 매겼다. THE CFO 가이드라인에서는 외부에서 책정한 ESG 등급이 'B'에 해당하면 4점을 부여한다. 다만 장기 추세로 살피면 기아의 ESG 등급은 하향하는 양상을 보였다. 2021년 A+(매우 우수)였으나 2022년 B+(양호), 2023년 B로 낮아진 흐름이 방증한다.


지난해 KCGS가 책정한 기아 ESG 통합등급 세부 내역을 살피면 사회는 A+, 환경은 A(우수)를 받은 반면 지배구조 영역에서는 'C(취약)'를 얻는데 그쳤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점이 악영향을 끼쳤다. 기아는 이사회 의사결정 신속성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대표·의장 겸직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구성원을 둘러싼 인사조치권이 감사위에 부여되지 않은 점도 KCGS의 지배구조 세부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아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인사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해 인사조치 등에 관한 권한 또는 동의권을 내부감사기구에 이양하는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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