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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산업용 XR' 버넥트, 실적 부진 탓 주가관리 '어렵네'공모가 대비 20% 수준 "'방산혁신기업 100' 선정, 신사업 박차"

이종현 기자공개 2024-10-04 08:27:4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6일 16: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산업용 확장현실(XR) 솔루션 기업 버넥트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코스닥에 상장한 지 14개월 만에 기업 주가는 공모가 대비 반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기대치에 못미치는 실적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데요. 경기침체로 주요 고객들이 신규 기술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선 데 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버넥트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완만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버텍트는 공모가 1만6000원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는데요. 첫날 종가는 26.6% 하락한 1만170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등하락을 반복했지만 공모가를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연초 일시적으로 1만원대를 회복하며 주가 회복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했습니다. 3월에는 7000원대, 4월에는 6000원대, 6월에는 4000원대 등 하락이 지속됐습니다. 지난 9일에는 종가 기준 역대 최저가인 3455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버넥트의 상장 동력은 XR 기술과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시기, 관련 기술로 매출을 내는 드문 기업으로 주목받았는데요. 코로나19로 메타버스 붐이 일었던 2020년 매출액 21억원에서 2021년 35억원, 2022년 50억원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주목받았습니다.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실적을 달성한다면 주가 상승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상장 첫해 버넥트는 목표 매출의 73%만을 달성하는데 그쳤습니다. 순손실을 기록해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습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겠다던 목표 달성도 요원해 보입니다.

◇Industry & Event

버넥트는 2016년 설립한 XR 솔루션 기업입니다. 컴퓨터 비전을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AR) 기술이 핵심 근간인데요. 산업 현장의 작업자와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원격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버넥트 리모트'와 XR 콘텐츠를 생성·시각화할 수 있는 '버넥트 메이크·뷰', 대규모 산업 현장이나 복잡한 설비 운영 환경을 3차원으로 디지털화하는 '버넥트 트윈' 등이 대표 제품입니다.

버넥트의 기술이 주로 활용되는 것은 제조 현장입니다. 원격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작업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됩니다.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의 경우 별도의 전문가 파견 없이 국내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등이 버넥트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입니다.

숙달이 필요한 분야의 전문 기술자 양성 또는 지원의 용도로도 활용됩니다. 한국항공공사는 항공기 조종 훈련, 차량 보안검색 훈련 콘텐츠를 위해 버넥트의 솔루션을 도입했습니다. 산업 현장의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은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중입니다.

특히 기대를 모으는 것은 한화와의 협력입니다. 한화는 버넥트의 지분 8.05%를 보유한 2대주주인데요.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한화정밀기계, 한화토탈에너지스 등이 버넥트의 솔루션을 사용 중입니다. 이중 한화시스템은 원격 무기 정비를 위해 버넥트 리모트를 사용 중인데, 버넥트가 최근 방위사업청이 선정하는 '방산혁신기업 100'에 선정된 것과 맞물려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진한 실적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버넥트는 지난해 매출액 65억원, 당기순손실 10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보다 지출이 큰 상황인데요. 상장 당시 목표치로 제시했던 매출액 89억원, 당기순손실 39억원에 크게 못미칩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더 악화됐습니다. 상반기 매출액 16억원, 당기순손실 66억원으로, 전년 반기 대비 매출은 10.8% 줄었고 순손실은 11.9% 늘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의 절반 이상이 4분기에 집중된 만큼 당장의 반기 실적으로 한해 성과를 전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버넥트가 당초 제시한 올해 추정 실적 매출액 146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 달성은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Market View

버넥트를 다룬 리포트는 지난 19일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에서 공개한 것이 유일합니다.

'스마트한 산업용 XR 솔루션 전문기업'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는 버넥트의 특성과 현황 등을 세부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를 작성한 백종석 애널리스트는 "국산 AR·VR 산업은 통상 게임 분야를 위주로 성장해 왔다. 대부분 기업들이 VR 하드웨어나 게임 콘텐츠 소프트웨어(SW)에 집중하는 반면 버넥트는 XR 산업용 B2B 수요에 집중하는 중"이라며 "버넥트의 XR 사업은 B2C 비즈니스처럼 소비자의 기호나 유행에 휘둘리지 않아 안정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버넥트의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는데요. 그는 버넥트의 올해 실적 추정치로 매출액 80억원, 영업손실 130억원을 전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2.6% 늘어난 수치이지만 적자는 더 커진 수준입니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고 있어 기업고객이 XR 솔루션과 같은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기를 꺼릴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그에 따라 버넥트의 흑자 달성 시점도 불투명해졌다고 피력했습니다. 버넥트는 연간 매출액 150억원을 달성할 경우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성장 수준으로는 근시일 내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Keyman & Comments

버넥트의 핵심 키맨은 창업주인 하태진 대표입니다. 1982년생인 그는 KAIST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연구교수직까지 역임했습니다. KAIST의 유비쿼터스·가상현실(UVR) 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버넥트를 설립한 그는 지분 34.99%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IR을 총괄하는 인물은 경영지원센터장인 박동락 이사입니다. 그는 버넥트의 주식 1만3000주를 보유한 주주로, 박노영 연구소장과 함께 둘 뿐인 주식 보유 임원입니다. 더벨은 버넥트의 전략과 청사진에 대해 묻기 위해 연결을 시도 박 이사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최근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보니 조심스럽다"면서 "기업 경기가 안 좋아 투자를 줄이고, 공공에서도 예산을 축소한 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XR이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섹터 전반이 부진해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며 "대외 환경이 개선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돌파구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국방 분야입니다. 박 이사는 "최근 '방산혁신기업 100'에 선정됐다. 기본적으로 5년간 50억원 정도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지원되는데, 우리와 같은 테크 기업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방위사업청 사업에 참여할 때도 혜택을 받는데, 이번 선정을 발판 삼아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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