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K-금융 빌드업]세계 4위 배터리 생산국 헝가리, '캐즘' 여파는④삼성SDI와 SK온 유럽 생산거점 위치…산업은행과 시중은행 3곳 진출
부다페스트(헝가리)=조은아 기자공개 2024-10-02 10: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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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에게 유럽은 업종을 불문하고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수십 년 전부터 끊임없이 도전해온 건 그만큼 매력적이고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을 따라 은행권에서도도 유럽 시장을 꾸준히 두드려왔다. 독일과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현지 시장을 들여다보고 국내 기업의 유럽 진출을 현지에서 돕고 있는 금융사들의 생생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7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헝가리는 최근 몇 년 사이 유럽연합(EU) 이차전지 밸류체인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현재 세계 4위의 배터리 생산국이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진행이 예정된 외국인 직접투자가 마무리되면 세계 2위의 배터리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한국은 헝가리에서 4번째로 큰 외국인 직접투자 국가다. 최근 3년간(2019년, 2021년, 2022년) 단일 연도 기준으로 헝가리 최대 투자국이었다. 특히 이차전지, 타이어, 전자제품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독보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배터리 중심으로 한국 기업 진출 급증
우리 기업들이 헝가리를 이차전지 생산거점으로 낙점한 가장 큰 이유로 완성차 생산공장이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꼽을 수 있다. 인근 폴란드엔 폭스바겐과 볼보의 생산공장이, 체코엔 현대차와 스코다, 토요타의 생산공장이 있다.
슬로바키아에도 기아와 폭스바겐의 생산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헝가리에도 독일 3사의 생산공장이 있다. 유럽에서 독일 3사(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생산공장이 있는 국가는 독일을 제외하고는 헝가리가 유일하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헝가리 정부의 노력도 한몫했다. 2017년 법인세율을 19%에서 9%로 인하했고 낮은 고용주세(13%)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상업용 전기요금이 폭등하자 헝가리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를 개최해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헝가리 주요 투자국은 한국과 유럽 국가들로 구성돼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 중 63%는 유럽 국가들이고, 유럽 외 국가로는 한국 22%, 미국 19% 등이 투자를 주도했다.
현재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는 2023년 10월 기준 270여곳에 이른다. 주요 진출 분야는 이차전지, 전자제품, 건설업, 금융 서비스업, 물류 서비스 등이다.
주요 진출 기업으로는 삼성SDI(이차전지), 한국타이어(타이어), SK온(이차전지), 한온시스템(자동차 공조), 삼성전자(TV), 신흥SEC(이차전지 부품), 더블유스코프(이차전지 소재), 에코프로비엠(이차전지 소재), LG화학(이차전지 소재) 등이다. 특히 삼성SDI와 SK온의 이차전지 공장 건설 및 운영을 계기로 관련 협력사들이 2018년부터 대규모 동반 진출했다.
다만 올해는 분위기가 무겁다. 헝가리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여파를 피하지 못한 탓이다. 삼성SDI와 SK온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밸류체인에 걸쳐있는 소재 및 부품 생산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캐즘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탓에 하반기 가동률은 예측조차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현지에서 만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도 한국 기업들 대부분의 분위기가 상당히 침체돼 있다"며 "한때 한식당이 우후죽순 생겼는데 최근 다시 폐업하는 곳이 늘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진출한 산업은행…시중은행 3곳은 최근 3년 사이 진출
국내 금융권도 우리 기업들을 따라 잇달아 헝가리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헝가리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은 KDB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있다. 산업은행은 유럽법인(KDB유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3곳 은행은 사무소를 두고 있다.
KDB유럽은 2002년 12월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의 헝가리 자회사인 대우헝가리은행을 인수해 새롭게 출범한 곳이다. 헝가리법인(KDB헝가리)으로 운영하다가 헝가리를 중심으로 유럽 내 거점을 확보한다는 방침 아래 영업기반을 넓히면서 KDB유럽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아시아계 금융기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며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여수신을 포함한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3곳 은행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2021년 사무소를 열었고 하나은행은 가장 늦은 올해 사무소를 열었다. 최근 3년 사이 국내 기업들의 헝가리 진출 러시에 발맞춰 하나둘 진출했다. KDB유럽과 3곳의 사무소 모두 부다페스트에 위치해 있다.
헝가리사무소는 영업 활동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 현지 금융기관 사이에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헝가리 현지 금융시장 소식을 발빠르게 수집하고 이렇게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법인 설립부터 자금 관리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헝가리 금융당국과의 관계 형성도 필수적이다. 헝가리 금융시장도 유럽연합(EU) 공통 금융규제를 대부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만남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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