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지수펀드(ETF) 밀어주기가 요즘 화두다. 금융회사들이 계열 운용사의 ETF 상품을 의도적으로 사주고 판매사도 가세해 공정하지 못한 경쟁을 촉발시켰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부 국회의원이 구체적인 수치를 들고나와 문제를 제기했고 감독당국이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그 동안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계열 운용사의 ETF를 뭉터기로 매입해 온 것은 업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 시점에 왜 이슈로 떠올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공정과 정의'라는 프레임에 가둬두고 옳지못한 행위로 단정짓는 것은 ETF 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언뜻보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계열사의 ETF 매수는 손안대고 코를 푸는 것마냥 손쉬워 보이는 일이다. 모회사나 계열사들의 든든한 지원사격 덕에 운용자산(AUM)의 규모를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ETF라는 상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러한 관행이 단순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ETF 밀어주기의 편법 가능성에 대한 논리를 펴기 위해서는 성과가 뛰어난 상품을 배제한 채 오로지 제 식구가 팔고 있는 후진 상품만 매수해주는, 누가봐도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ETF는 인덱스를 활용한 패시브 구조다. 따라서 애초부터 타 상품과 차별성을 두기 어렵다. 매니저가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도 없다. 보수가 박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투자 성과도 대동소이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 똑같은 패시브라면 계열의 상품을 매수해 주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 없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계열 상품 매수로 보험 가입자 등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심각한 불이익을 안겨줬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딱히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특정 계정에서 패시브 투자 수요가 발생했고 계열 운용사가 그에 맞는 상품을 갖고 있다면 매수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과도한 눈치보기로 인해 멀쩡한 계열 상품을 사지 않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다.
결국 관점의 차이다. 계열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인지 아니면 편법인지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영역에 불과하다.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 사안을 '밀어주기'라는 프레임에 씌워 마치 복마전을 파괴시키는 것 마냥 호들갑이다. 이러한 소모적인 이슈는 변동성 확대와 간접투자 소외로 가뜩이나 어려운 운용업계를 더 지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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