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십을 바꾸지 않으면 성장도 투자유치도 불가능하다."한 강연회에서 만난 바이오텍 공동개발 및 투자 담당자가 내던진 말이다. 한동안 깊은 침체에 빠졌던 바이오텍 투자가 최근 기지개를 켠 시점에서 나온 발언으로는 의외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가 던진 충고는 명확했다. 투자유치 의사가 있어 정작 협의에 나서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바이오텍에 대한 지적이었다. 투자유치는 받고 싶지만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엔 일고의 협상도 거부하는 바이오텍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바이오텍이 경영권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창업스토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상당수는 대학 연구소부터 사업을 시작한다. 창업자는 상당수 대학교수다. 이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투자자를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한다. 전문적인 CEO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소수의 인력으로 시작한 이들 바이오텍에서 교수 출신의 창업자는 만능이 되어야 한다. 투자자 유치는 물론 R&D 방향 설정, 세세한 실무도 그의 몫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규모가 커지고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한 뒤엔 투자자와의 협상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바이오텍 창업자들은 이 부분에서 큰 좌절감을 맛본다. 반작용으로 경영권에 대한 집착도 강해진다는게 다수의 투자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강한 경영권 집착이 자칫 시장에서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있다. 적절한 시기 투자 유치에 성공하지 못한 바이오텍은 결국 회생이 어려워진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유전체 분석 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가 대표적이다. 유전체 사업에 강점이 있던 EDGC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조달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결국 이른바 CB 돌려 막기 후 막바지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한때 상장을 추진했던 큐젠바이오텍 역시 제때 투자를 받지 못하고 회생절차가 진행중이다.
작은 교내 랩실에서 시작한 창업주의 애사심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선 창업주도 변화해야 한다. 여러모로 펀딩 시장은 각박하고 자금을 모아야 하는 바이오텍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 오너십보단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더 중요하다. 신약 개발 성공과 더불어 자본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바이오텍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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