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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조직 분석]KB금융에서 '부사장'의 의미③그간 부사장 2~4명으로 다른 곳보다 적은 편…6자리로 늘려 책임 경영 강화

조은아 기자공개 2024-10-15 12:41:48

[편집자주]

지주사의 경쟁력은 인물에서 나온다. 자회사 지원이나 매각은 물론 그룹 차원의 M&A나 투자 등 신사업 발굴이 모두 지주사에서 결정된다. 개인의 판단력, 분석력, 추진력이 필수로 요구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금융지주 아래 은행을 비롯해 모든 계열사가 나란히 놓여있는 금융지주들에겐 더 말할 것도 없다. 금융지주사를 구성하는 핵심 인물들과 함께 지주사 차원의 경영 전략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15:2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거의 모든 금융지주엔 사장이 없다. 부회장도 지난해 말을 끝으로 모두 사라졌다. 대부분 금융지주에선 회장 다음이 부사장이다.

KB금융은 몇 년 전 회장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부회장 체제를 도입했는데 회장 선임 이후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하나금융 역시 금융당국의 지적에 공식적으로 부회장 직급을 없앴다. 자연스럽게 주요 계열사 대표와 함께 지주 부사장들에게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도다.

◇유독 적은 부사장 수, 주목도 높아

주요 금융지주들은 오래 전 사장 자리를 공식 폐지했다. 자리 자체의 애매함 탓에 갈등의 배경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사장은 회장에 이은 2인자라지만 회장과는 역할이 중복되고 지주 계열사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쥔 은행장과도 서열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KB금융 역시 사장 자리를 없앴는데 2015년 잠시 부활한 적이 있다. 김옥찬 전 사장은 KB금융의 마지막 사장이다. 당시 윤종규 전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일시적'으로 사장 직급을 도입하고 SGI서울보증 대표였던 김 전 사장을 영입했다. 윤 전 회장이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했던 만큼 업무 부담을 줄이고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되면서 사장 자리는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회장 한 명 아래 여러 명의 부사장들이 회장을 보좌하는 구조가 됐다. KB금융은 특히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부사장들이 적은 편이기도 했다. 현재 부사장이 6명인데 역대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대부분 2~4명을 유지해왔다.

신한금융 부사장이 한때 10명을 훌쩍 넘겼던 것과도 대조된다. 지금은 훨씬 줄었지만 2022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 부사장은 13명에 이르렀다. 부사장에 오르는 일이 당연히 쉽지 않지만 KB금융에선 그만큼 더 어려웠다는 의미다.


수가 적은 만큼 다른 금융지주 부사장보다 한층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연말 계열사 대표의 임기 만료가 다가올 때마다 지주 부사장들이 각 계열사 내부에 있는 부사장 등 최고 경영진을 제치고 하마평에 우선적으로 오르내렸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실제 KB금융에 족적을 남겼던 인물 가운데 지주 부사장 출신이 많다. 양종희 회장부터가 지주 부사장 출신이며 KB국민카드 대표를 지냈던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 현직 KB국민카드 대표인 이창권 사장 모두 지주에서 부사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양 회장의 후임으로 KB손해보험 대표에 올랐던 김기환 전 대표 역시 부사장을 지내다 KB손해보험 대표로 이동했다.

◇6명으로 늘어난 부사장 자리, 의미는

KB금융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을 기존 3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3명 가운데 1명이 물러났고 4명이 새로 자리에 올랐다. 서영호 부사장과 최철수 부사장만 자리를 지켰다.

특히 당시 인사를 통해 양 회장이 중시하는 부문들이 명확히 드러났다. 6명의 부사장은 각각 전략담당(CSO), 재무담당(CFO), 리스크관리담당(CRO), 디지털부문장(CDO) 겸 IT부문장(CITO), 글로벌사업부문장, 소비자보호담당(준법감시인, CCO)을 맡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핵심 현안이자 꼭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기존 부회장들이 2~3개씩 나눠 맡고 있던 부문을 각 부사장에게 하나씩 맡겨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다. 동시에 부사장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다음 자리를 위해 경쟁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 이들 6명은 겸직도 하지 않고 지주에만 몸담고 있다. 특히 전체 지주 임직원 수는 줄었지만 부사장 수는 늘어나면서 조직 관리가 한층 촘촘하고 치밀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부사장 6명의 무게감 역시 상당하다. 1965~1971년생으로 지금 당장 계열사 대표에 올라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에다 경력 역시 주력 계열사인 은행과 증권, 보험 등 다양한 부문을 아우른다.

부사장 수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활동의 제약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사장 수가 적으면 아무래도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1년으로 임기가 짧은 상황에서 대외 활동 등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부사장이 늘어나면 이런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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