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어 줌인]"사업 재편 탄력, AI 이커머스 혁신 지원"이상훈 대표 "상장후 개발비 100억 투자, 올해 성과 가시화"
이종현 기자공개 2024-10-15 08:30:42
[편집자주]
티몬·위메프의 몰락으로 혼란을 겪는 이커머스 업계에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전문 기업 플래티어가 그 주인공이다. 플래티어는 제조·패션·식품·화장품 등 각 분야별 맞춤형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오픈마켓에 대한 불신이 자사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플래티어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벨이 플래티어를 둘러싼 시장 동향과 미래 전략에 대해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 후 소프트웨어(SW) 개발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왔고 올해부터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핵심 무기가 될 인공지능(AI) 탑재도 순조롭다. 내년부터는 사업구조 재편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본다."이상훈 플래티어 대표(사진)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신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시스템통합(SI) 사업모델에 더해 SW 라이선스 판매까지 영역을 다각화하고, 나아가 AI를 바탕으로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커머스 플랫폼 전문기업 발돋움
플래티어의 설립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현대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현대정보기술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 대표는 웹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을 거치며 커리어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5년 재직 중이던 기업이 경영난에 빠지며 위기에 처했고, 당시 함께하던 동료들이 이 대표에게 창업을 부탁해 고민 끝에 '시스포유I&C'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창업 초창기를 두고 "등 떠밀려서 엉겁결에 했다. 부담도 컸다"고 회고했다. 스스로 원해서 한 창업이 아님에도 이 대표는 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크고작은 기업이 난립했지만 플래티어는 경쟁을 이겨냈다.
전환점을 맞은 것은 설립 15주년째인 2020년부터다. 클라우드가 IT 시장에 뿌리내리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한 시기에 플래티어는 시스포유I&C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한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자금 확보를 통한 신규사업 추진이 목표였고, 2021년 성공적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이후 플래티어는 설립 이래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이커머스에 대한 수요는 그야말로 폭증했다. 플래티어의 매출액은 2019년 237억원에서 2020년 393억원, 2021년 418억원, 2022년 499억원 등으로 치솟았다. 인력이 부족해 추가 사업 수주를 못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는 지난해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플래티어는 지난해 매출액 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33.3% 역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17% 줄었다. 코로나19 종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경기 불확실성 증가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크게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이 크게 나빠졌다기보다는 2021~2022년 시장 수요가 과열된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세부적인 사업 지표를 살펴보면 이 대표 자신감의 근간을 확인할 수 있다. 플래티어가 상장 이후 공들여 온 자체 SW 판매 매출은 올해 상반기 가파르게 상승했다. 상반기에만 45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1년간의 매출보다 25.9% 높은 수치다. 그간의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
◇AI 탑재한 '그루비·엑스투비' 시장 공략
전통적인 플래티어의 사업모델은 기업 고객이 이커머스 활동을 위한 웹·모바일 플랫폼 구축을 의뢰하면 이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주는 것이었다. 까다로운 갖가지 요구에 대응 가능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이 주요 고객군이다. 현대자동차, 롯데, CJ올리브영, 한국타이어 등이 플래티어의 고객이다. 단일 계약 규모는 수십억원대로, 100억원 이상 사업도 수행한 바 있다.
모든 기업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백만원으로도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현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시장이 따로 형성됐는데, 이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시장 이상으로 성행했다.
이처럼 예산에 따른 이커머스 '대·소' 플랫폼의 계층화가 이뤄진 가운데 플래티어는 자체 SW인 '엑스투비'를 통해 '중'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노리는 중이다.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SI 사업의 경우 사업비에 인건비가 포함돼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SW를 제공하는 엑스투비 라이선스 판매는 플래티어 인력의 인건비가 제외돼 가격을 절감한다. 온라인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이 주요 타깃이다.
기존 SI 사업과 엑스투비 판매는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각 사업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엑스투비는 SW가 가진 여러 기능이 모듈식으로 구성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로 구성돼 있어 신기능의 탑재와 업데이트가 유리하다. 엑스투비를 이용한 개발을 돕기 위해 A4 용지 1만페이지 이상의 기술 정보를 담은 '테크허브'를 운영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다만 여전히 큰 비용이 드는 사업인 만큼 기업들로서도 쉽사리 지갑을 열기 힘들다. 이때 역할을 하는 것이 인공지능(AI)과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 '그루비'다. 플래티어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AI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의 기능을 엑스투비에 녹여내고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그루비를 유인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플래티어가 지향하는 것은 '활용 가능한 AI'"라며 "AI가 생산성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지만 개별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그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다. 플래티어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피력했다.
또 그는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변화로 플래티어에게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오픈마켓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던 기업들이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를 위한 자사몰 구축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규 사업 수요가 늘어나면서 플래티어의 사업 중 한 축을 이루는 데브옵스(DevOps) 매출 상승도 기대된다.
이 대표는 "엑스투비에 집중한다고 해서 기존의 SI 사업 모델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아니다. SI 사업과 SW 판매가 1:1의 비율을 유지하게 되리라 본다"면서 "SW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결국 기술이다. 우리의 기술로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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