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금리인하기에도 '고개드는' 장기CP…하반기에만 '3900억' 자본잠식 빠진 석탄공사, 크레딧 리스크 높아진 롯데쇼핑 등 장기CP 찾아

백승룡 기자공개 2024-10-21 07:03:2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7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돼 회사채 시장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장기 기업어음(CP)이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롯데쇼핑, 대한석탄공사 등이 장기CP 시장을 찾아 총 39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장기CP는 단기 신용등급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해 자본시장의 ‘교란자’로 불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석탄공사는 지난 15일 1500억원 규모 CP를 발행했다. 만기는 2년, 할인율은 연 3.42%로 책정됐다. 유안타증권과 한양증권이 나눠서 인수했다. 대한석탄공사는 신용평가사로부터 장기 신용등급을 받지 않고 단기 신용등급만 A1을 받고 있다. 1년 이내의 단기 신용등급으로 2년짜리 장기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CP는 1년 미만의 단기자금 조달이 본질이라는 점에서 만기 1년 이상일 경우 장기CP로 불린다. 다만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과 경제적 실질이 동일해 자본시장의 교란자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CP 발행 시 1년 미만의 채무증권이라는 전제하에 단기 신용등급이 부여되는데, 장기CP는 단기 등급을 토대로 장기 자금을 조달한다는 모순도 있다.

대한석탄공사는 지속적인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해 내년 폐업이 거론되고 있는 공기업이다. 대한석탄공사의 공사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액까지인데,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보니 발행도 불가능하다. 결국 공사채 발행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 CP로 자금조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 존속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2년 만기로 CP를 발행해 ‘부채 떠넘기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석탄공사에 앞서 롯데쇼핑도 지난달 말 2200억원 규모 장기CP를 발행했다. 1년 6개월 만기로 금리는 연 3.55% 수준이었다. 롯데쇼핑은 올해 1월(3350억원)과 4월(5000억원) 두 차례에 걸쳐 공모채를 발행했지만 하반기에는 장기CP로 자금조달 방식을 선회한 것이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4% 역성장을 한 데다가 별도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도 20% 넘게 감소하는 등 실적이 저하되면서 하반기 공모조달에 부담을 느낀 모습이다.

특히 롯데쇼핑은 차입 부담이 과중해지면서 신용등급(AA-) 하향 트리거를 터치하고 있어, 공모채 시장에 나서기엔 투심이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쇼핑의 등급 하향조정 검토요인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 5% 미만’, ‘EBITDA 대비 순차입금 8배 상회’를 제시하고 있는데 상반기 말 기준 EBITDA 대비 순차입금 8.4배를 기록하면서 트리거를 터치했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1.5년물 CP 금리는 3.55%로, 발행일 기준 롯데쇼핑이 속한 AA- 등급의 민평평균금리(3.295%)는 물론 1노치(notch) 낮은 A+ 등급의 민평평균금리(3.533%)보다 높은 수준이 책정됐다. 사실상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강등 시나리오가 반영된 금리 수준이다. 최근까지 회사채 시장의 강세가 펼쳐지고 있지만, 공모채 시장에 나서 금리를 낮추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올해 5월 장기CP 시장을 찾아 65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하반기 들어 200억원을 재차 조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22년 7월 1000억원 규모 사모채를 찍으면서 채권시장에 데뷔했는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자 리파이낸싱 수단으로 장기CP를 택한 것이었다. 모회사인 카카오와 공동투자 방식으로 SM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져 사법 리스크에 휩싸이자 채권시장 복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기업 자금조달 담당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진행되는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장기CP는 수요예측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증권사와 협의한 조건에 따라 전액 인수되기 때문에 미매각 위험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 “의도적이든 아니든 채권시장의 제반 규율이 결과적으로 회피되는 상황에서 장기CP가 발행 및 유통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