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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재집권]폐기·부활 오고 간 망 중립성…통신3사 '호재' 될까정권과 함께 바뀌는 FCC 위원장, 국내 망 대가 입법 '훈풍' 예상

최현서 기자공개 2024-11-08 07:09:09

[편집자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이다. 정치 이념은 이전과 같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국내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관세 인상, 반친환경 기조 등을 예고해서다. 현지에 이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반도체,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은 더 크다. 더벨은 돌아온 트럼프 행정부가 재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13: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2017~2021년) 재임 시절 망 중립성을 폐기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 개념이 정립된 망 중립성은 이후 법제화와 폐기, 부활 과정을 거쳤다. 미국 정부의 성향에 따라 생사가 갈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망 중립성을 폐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통신3사에게 호재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미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정권에 맞춰 교체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때 자동 폐기됐던 망 사용료 관련 법안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국내 통신업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망 중립성 옹호" vs 공화당 "폐기"

6일(현지시각) 백악관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망 중립성 개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출처=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2017년 트럼프 정부 1기 당시 법제화됐던 망 중립성을 폐기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네트워크 시설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2003년 팀 우(Tim Wu)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가 정립한 망 중립성은 △단대단 원칙(end-to-end principle) △커먼 캐리어(common carrier)로 나뉜다.

단대단 원칙은 네트워크의 맨 끝에 있는 최초 서비스 제공자(통신사)와 최종 소비자(기업, 개인 등)의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커먼 캐리어는 사회 필수 인프라 시설을 독과점하는 사업자가 납득할 만한 요금으로 모두에게 서비스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신 시장에 대입하자면 트래픽의 많고 적음과 상관 없이 모든 사업자들은 이용자에게 같은 요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로 인해 통신 사업자들의 수익성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념으로 분류된다.

미국에서 망 중립성은 집권당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됐다. 주로 민주당이 해당 개념을 법제화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2015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를 세계 최초로 법제화했다. 디지털 격차 해소와 인터넷 접근성 강화라는 목표를 제시했던 오바마 정부의 방향성과 일치했다.

올해 4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1기 시절 사라졌던 망 중립성을 다시 부활시키고자 했다. FCC는 망 중립성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난 8월 미국 제6연방항소법원이 FCC의 판단에 제동을 건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를 구성하면 해당 개념의 부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망 중립성 폐기" 유력 차기 FCC 위원장, 국내 입법 '순풍'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망 중립성 관련 공약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반대 성향을 가진 FCC 수장이 물러나고 집권당 정책 방향에 맞는 사람이 부임한다. 현직 위원장인 제시카 로젠워셀(Jessica Rosenworcel)도 트럼프 정부 1기가 끝난 직후인 2021년에 부임했다.

이에 따라 미국 통신업계는 공화당 소속 현직 카 FCC 위원이 새 수장으로 부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FCC 내 고참 공화당 위원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 FCC 위원 브렌든 카의 '프로젝트 2025'에 기고한 FCC 보고서 중 일부./출처=The Heritage Foundation

카 위원이 FCC를 이끌게 되면 망 중립성은 다시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미국 보수주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서 발간한 정책집 '프로젝트 2025'에 공화당이 집권할 때 변화할 FCC의 정책들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카 위원은 망 중립성 폐기를 통해 인프라 확장과 ISP의 투자 기회를 넓혀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망을 이용하는 글로벌 CP의 트래픽이 상당한 만큼 그에 비례한 정당한 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 위원이 FCC에서 망 중립성을 폐기한다면 유럽보다 미국 통신 정책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국내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던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이번 국회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5인이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모두 망 이용료 납부를 법제화한다는 내용이다. 네트워크 대가 지불 법안이 통과된다면 통신3사의 인프라 구축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계 모두 상위 글로벌 CP가 많은 트래픽을 쓰지만 대가를 내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빅테크가 망 중립성을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던 미 정부의 입장이 사라지면서 망 이용료 법안 통과에 탄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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