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1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금융당국, 투자자와 대척하지 않겠다는 내부 기조를 정한 것으로 보여 사실상 유상증자 자진철회가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내이사들은 철회로 기울었고 일부 사외이사가 신중론을 펴면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사회의 최종 결정과 발표는 12일로 예정된 기업설명회(IR) 이후로 전망된다.

금융당국도 '되도록 빠른 결정'을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고려아연은 의견 청취를 위해 국민연금도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에게 '남은 패'가 유상증자 외에는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계획을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임시 주주총회의 주주명부 폐쇄 기간은 이사회 결정사안으로 여전히 의결권 확보에 주력해야할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시장과 다투지 않겠다"…내부기조 철회에 무게

고려아연은 8일 "유상증자 철회 관련하여 현재 확정된 바는 없다"는 해명공시를 냈다. 하지만 내외부에서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자진철회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내부적으로 '금융당국이나 시장과 대척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대척하지 않는다는 기조는 곧 자진철회와 의미가 통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정정신고서를 요청하며 제동을 걸었고 주가로 본 투심도 긍정적이지 않은 만큼 당국·시장과 맞서지 않겠다는 의미가 곧 자진철회라는 이야기다.

8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는 세 가지 안건이 올랐다. 유상증자에 관한 후속 논의의 건이 포함돼 있다. 금감원의 정정 공시 요구 사항 등을 공유하고 유상증자와 관련한 시장 등의 반응을 모니터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사회 내부에서는 유상증자의 적법성에 대한 이견은 없었지만 주주가치 훼손 등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사회 내 특별 임시위원회 구성도 논의됐지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사외이사들은 특별위 대신 지난 주말 차담회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철회 여부를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의 시급성 등을 따져 특별위 설치보다 사외이사들의 별도 논의를 거쳐 이사회에 제언하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남은 단계는 최종 이사회다.


◇금감원 "되도록 빠른 결정 해달라…유상증자 계획, 구체성 부족"

금감원이 고려아연에 되도록 빠른 결정을 내려달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이번주 초 결론이 나고 공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려아연이 12일 오전 실적 발표와 기업설명회(IR)를 앞둔 만큼 이사회의 결정은 이후 알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정신고서 요구 사항을 보면 금융당국은 우선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의 '구체성'을 문제 삼았다. 임시 이사회 안건을 참고하면 금감원은 고려아연에 △공개매수 직후 유상증자 목적 및 배경 구체적 기재 △발행규모 및 할인율 최대수준으로 결정한 배경 구체적 기재 등을 담은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지난주 여의도를 찾아 대형 증권사와 기관투자자들을 만났다.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도 증권가, 기관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유상증자 결정 배경과 소통 방식에 대해 일부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두고 더 높은 값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봤지만 시장과 당국 등을 고려해 낮춰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점을 보면 당국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유상증자 부문에서는 소통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남은 패 많지 않아…'임시 주총' 관건, 유증 이어갈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복수의 주요 관계자들은 고려아연에게 남은 패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포기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해석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과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 등이 지분을 정리했고 한국타이어도 지분 매각 이야기가 들리는 상황"이라며 "최 회장도 본인이든, 우호적 의결권이든 추가 확보가 절실한 만큼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이어갈 결심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진퇴양난인 상황에서 최 회장의 의중이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유상증자를 이어갈 이유가 부족해졌다는 관측에는 "수세에 몰리며 시기를 떠나 의결권 한주, 한주를 모으는 것이 더 급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명부는 연말 확정된다. 이 기간을 넘기면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로 획득할 수 있었던 지분율 추가 효과를 3월 주총에서는 이용하지 못한다.

다만 올해 연말에서 내년 연초께로 전망되는 임시 주주총회의 경우 주주명부 폐쇄 일자는 이사회의 결정 사안이다. 따라서 의결권을 확보해야할 명분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려아연의 정관 제16조에 관련 규정이 있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또는 기타 필요한 때에 이사회의 결의로 정한 날에 주주명부에 기재돼 있는 주주를 그 권리를 행사할 주주로 할 수 있으며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정한 날의 2주간 전에 이를 공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