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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사업구조 재편]돌발 변수에 무산된 재편…투자·효율화 차질 불가피주총 철회, 분할·합병 백지화…"투자자금 확보 방안·성장전략 고심할 것"

허인혜 기자공개 2024-12-16 11:04:51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1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 3사의 분할·합병안이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변수에 결국 무산되면서 사업구조 개편으로 추진하려던 신규 투자와 사업 효율화도 방향성을 잃은 모양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분할로 기대했던 투자 재원 1조2000억원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에 투자할 예정이었지만 이 계획은 좌초됐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모자기업 구축으로 사업 효율화와 시너지를 노렸지만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업구조 개편이 표결에도 부쳐지지 못하며 그동안 두산그룹이 지출한 전략 구축·외부 컨설팅·투자자 설득 등의 비용도 무용지물이 됐다.

◇"예상밖 변수에 분할합병 가결요건 충족 여부 불확실"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10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12일로 예정됐던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철회했다. 상정 예정 안건이었던 분할·합병안도 자동 철회된다.

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밥캣 지분(46.1%) 보유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 지분을 로보틱스에 합병한다는 내용으로 두산그룹이 준비과정을 포함해 올해 내내 준비했던 개편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관련 공시를 통해 "분할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한 외부환경 변화로 분할합병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에 급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고 했다.

이어 "종전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함에 따라 본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졌다"며 철회 배경을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 매수 예정가액으로 2만890원을 제시했다. 분할·합병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주주들에게 이 가격에 주식을 사주겠다는 약속이다. 매수 한도는 6000억원으로 정했다. 지난주만 해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2만원을 안정적으로 넘겨왔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 마감된 3일 주가는 2만115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예상 밖 계엄선포로 4일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 4일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1만9000원으로 마감됐다. 10일 종가는 1만7180원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이 여파로 10일에만 주가가 마이너스(-) 9.06% 내렸다.

◇물들어올 때 난파된 개편안…에너빌 투자, 밥캣·로보틱스 시너지 차질

두산 3사가 사업개편을 추진한 배경을 염두에 두면 두산그룹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두산밥캣 분할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약 1조2000억원의 투자재원을 얻을 예정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동 등 해외 복합발전 프로젝트 급증, 데이터센터용 소형모듈원자로(SMR)·가스터빈 발주 확대, 원전 수요 증가 등을 배경으로 핵심 사업인 가스터빈과 SMR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줄곧 밝혀왔지만 수포가 됐다.

두산밥캣과 로보틱스의 모자기업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결합하는 솔루션 등을 기대해 왔다. 모자 관계로 2026년까지 1000억원, 2030년까지 5000억원의 시너지를 전망하기도 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현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회사 역시 당장 본건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하여 대안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합병 추진 비용도 무용지물

합병을 추진하며 사용했던 비용도 무용지물이 됐다. 사업 재편안이 성공했다면 미래를 위한 투자였겠지만 모든 것이 '올스톱'된 지금은 비용 지출에 지나지 않게 됐다.

두산그룹은 복수의 외부 기관에 분할합병 자문과 가치 평가 등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7월 분할합병안의 두산밥캣 주식 가치산정이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자 안진회계법인, 이촌회계법인, 우리회계법인 등 복수의 외부 평가기관에 적정가치 평가를 의뢰했다. 이와 별도로 분할합병에 대한 컨설팅과 투자자 설득 비용 등이 지출됐을 것은 당연한 추론이다.

두산그룹은 상황 변동에 따른 혼돈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 내부에서는 지난주 주가 흐름 등을 토대로 주총 표결 승리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 외인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보다 먼저 의사결정을 하는데 해당 기간에는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을 웃돌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총 철회를 10일 결정한 배경도 불확실성 해소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회사는 불확실성을 남겨두는 것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진행해 회사 방향성을 알려드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임시 주총을 철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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