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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살려라' 삼성, 한·일 반도체 R&D 거점 가동 기흥·요코하마 연구소 릴레이 설립, 천안 패키징 투자도

김도현 기자공개 2024-11-15 09:39:53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지난달 공개한 사과문의 핵심이다. 최근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기술력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는 한국과 일본에서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의 첨병 역할을 맡게 될 시설을 연이어 구축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일본 요코하마에 설립 중인 '어드밴스드패키징랩(APL)'을 가동한다. 작년 말 투자 발표된 APL에는 오는 2028년까지 400억엔(약 3620억원)이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APL 관련 오피스를 마련한 뒤 클린룸 등 반도체 R&D 라인을 꾸려오고 있다. 이곳에서는 인공지능(AI) 및 5세대(5G) 이동통신 등 분야에서 쓰이는 고부가 칩을 위한 패키징 기술이 연구된다.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전용 최신 패키징도 포함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10월 찾은 'NRD-K' 공사 현장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가리지 않고 패키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정 난도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개선 속도는 더뎌지고 있는데 최대한 가깝고, 좁게 연결하는 식으로 이를 상쇄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TSMC, SK하이닉스 등 경쟁사 대비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 영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선택이 AI 반도체 대전에서 밀리게 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전 부회장은 취임 이후 어드밴스드패키징(AVP)사업팀을 AVP개발팀으로 재편하는 등 패키징 역량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말부터 본격 가동할 ALP도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내 소재, 장비 등 협력사와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주에는 한국 기흥캠퍼스에 짓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NRD-K)' 준공식을 연다. 2022년 착공한 NRD-K는 2030년까지 20조원 내외 자금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미 건물 및 클린룸 공사 마무리 단계로 연말부터 반도체 설비가 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8일 개최되는 준공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회장은 2차례 현장을 찾을 만큼 NRD-K에 관심을 보여왔다. 전례 없는 반도체 위기가 지적되는 시점에서 이 회장이 방문한다면 내부적으로도 사기 진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NRD-K에서도 HBM을 비롯한 선단 공정 기반 반도체 개발이 이뤄진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 속도 조절에 돌입하는 가운데 NRD-K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정도로 중요성이 부각되는 곳이다.

*삼성전자의 천안 반도체 투자 협약식 현장

◇HBM 캐파 확장, 천안사업장 추가 투자

HBM 생산능력(캐파) 확대도 돌입한다. 평택캠퍼스 등에서 최신 D램 라인 전환 및 증설을 단행하는 동시에 패키징 시설도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7년까지 삼성디스플레이의 천안 공장 부지를 활용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세우기로 했다. HBM은 D램을 쌓아 만드는데, 천안에서 적층 공정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온양, 천안 등에 패키징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천안의 경우 부지가 부족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임대해 사용 중이다.

아직 엔디비아의 5세대 HBM(HBM3E) 품질 검증(퀄테스트)을 끝내지 못했지만 상당 부분 진척을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가 HBM3E 8단 및 12단을 선점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6세대 HBM(HBM4)부터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협력 중인 AMD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엔비디아 이외 HBM 수요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련의 R&D 및 패키징 투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HBM4부터는 고객맞춤형(커스텀) 제품 양산이 본격화돼 R&D 센터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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