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지금]삼성에 가려진 SK 파운드리, 중국행 효과 '미미'⑤시스템반도체 잇단 부진, 메모리 비중 분산 난항
김도현 기자공개 2024-11-06 10:01:15
[편집자주]
1983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존폐 직전까지 갔지만 기사회생했다.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것이 반전 계기였다. 최태원 회장의 지지 아래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덕분에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함께 '메모리 빅3'로 부상했다. 2010년대 말 전방산업 호황 덕에 퀀텀점프 했고 SK가 재계 2위로 도약한 기회도 제공했다. 다만 최근 들어 위기감도 고조되는 중이다. AI 시대 들어 위기에 처한 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해주고 있으나 산업적 측면의 우려도 큰 상태다. SK하이닉스의 현 상황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제조사로 D램과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한다. 이중 D램 비중이 압도적이나 낸드는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이후 빠르게 확장되는 분위기다.다만 메모리 산업은 전방 수요에 따라 부침이 크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앞세워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쓰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작년까지만 해도 적자 기업이었다. 인공지능(AI)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었다.
이를 상쇄하고자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것이 시스템반도체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를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이미지센서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자 했으나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넥스트 HBM이 필요한 SK하이닉스의 고민이 적잖은 배경이다.
◇동반 적자 전환, 파운드리 사업 강행이냐 철수냐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자회사로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와 SK키파운드리 2곳을 두고 있다. 양사는 작년 반도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란히 영업손실을 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2017년 중국 국영기업 우시산업발전집단(WIDG)와 협력하면서 중국에서 기반을 다진 바 있다. 2020년에는 현지 공장을 구축하면서 국내 청주사업장에서 관련 설비를 이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코로나19, 미·중 분쟁 등 대외 변수였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중국 시장 공략에 차질이 생겼다. 더욱이 중국이 자체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SMIC, 화홍 등 자국 파운드리에 힘을 실어줬다.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궁극적으로 중국 쪽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올 5월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WIDG에 우시법인 지분 49.9% 단계적으로 넘기기로 하면서 해당 소문은 더욱 확산됐다.
SK하이닉스는 우시법인을 세울 당시 양측이 장비 등 자산 전반에 대한 지분을 나눠 갖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WIDG와 공동 경영을 하면서 현지 고객과 접점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우시 공장 가동률은 50% 미만으로 전해진다. 2022년 영업이익 164억원에서 2023년 영업손실 171억원으로 돌아선 상태인데 올해 역시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매출이 6분의 1 토막 나면서 계약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관련 인력 정리도 숙제다. 해당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고 현지 체류 기간 만료 등으로 적잖은 인원들이 국내로 복귀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한국 사업자에는 팹이 없어 생산라인 담당자들이 무관한 업무를 하게 되면서 대거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는 DB하이텍 이직의 길을 터주기도 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중국 등 해외로 나갈 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1년 말 SK하이닉스가 인수하고 올해 초부터 SK그룹에 편입된 SK키파운드리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적자전환했다. 2022년 2333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면 2023년 67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1년 만에 급격한 침체다. 이와 관련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SK키파운드리는 전력반도체로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 100볼트(V) 이사 BCD(Bipolar-CMOS-DMOS) 공정과 갈륨나이트라이드(GaN) 공정 등이 대상이다. 이중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받는 GaN 반도체를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고객 확보 유무가 관건이다.
◇존폐 갈림길에 선 이미지센서 사업
앞서 삼성전자 폴더블폰, 중국 중저가 모델 등에 탑재되는 성과를 거둔 이미지센서 부문도 고전 중이다. 이미지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의 색상과 강도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반도체다.
모바일 산업 자체가 흔들리면서 이미지센서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물론 스마트폰을 다루는 삼성전자마저도 이미지센서 사업이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올해 이미지센서 생산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 상태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리브랜딩'을 통해 판로 모색에 나섰지만 큰 성과는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이미지센서 라인 내 설비를 빼는 등 전반적인 규모를 축소하는 단계다.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가 이미지센서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미지센서 사업은) 현재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접을 생각은 없다"면서 "경쟁사 대비 약한 부분도 있고 강한 부분도 있는데 이것들을 분석하는 과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곽 사장 의지와 별개로 기로에 놓인 이미지센서 사업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석희 대표(현 SK온 사장)가 HBM을 보존한 것처럼 곽 사장도 결단이 필요하다. 핵심 아이템을 밀고 가되 힘이 빠진 분야는 정리하는 과감함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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