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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수직계열화 위협, 현대트랜시스의 교훈②계열사 노무리스크→완성차 생산차질…현대위아·제철 노사갈등 위기

고설봉 기자공개 2024-11-15 08:36:48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인사 시계가 빨라졌다.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글로벌 톱티어로 부상했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트럼프발 위기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차 선점을 위한 과제도 무겁다. 현대차그룹은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인사를 앞당기고 있다. 최고의 순간을 열어간 임직원 보상과 함께 미래지속성장을 위한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올해 말 인사를 조망하고 2025년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사 대표이사(CEO) 인사 윤곽이 잡히기도 전에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 교체가 공론화된 것은 올해 현대차그룹 SCM(공급망 관리)이 현대트랜시스 노사갈등으로 크게 위협받았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그룹의 개발·생산·판매 시스템에 리스크를 초래한데 대한 필벌과 다른 계열사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쇠물부터 완성차까지’를 슬로건으로 완성차 개발·생산·판매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그룹 내 수직계열화 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파워트레인과 시트를 전문생산한다. 올해 현대트랜시스 노사갈등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차질이 한달여 이상 빚어졌다.

◇현대트랜시스가 쏘아올린 노사갈등…수직계열화 위협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정기임원인사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백철승 사업 추진 담당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사장 교체는 노조 리스크인 것으로 평가된다. 여 사장은 2019년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이 합병하며 출범한 현대트랜시스의 초대 대표로 6년간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올해 현대트랜시는 극렬한 노사갈등으로 그룹사 전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1169억원)의 두 배가 넘는 2300억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지난달 8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1000여명은 지난달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3개 차선을 막고 집회 벌이며 본사 영업활동에도 위협을 가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 11일 파업을 멈추고 현장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공장은 정상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씨는 남았다. 임단협이 종료되지 않아 언제든 파업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노조는 협상 결과에 따라 파업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기아에 들어가는 변속기를 하루 1만5000개씩 생산하는 핵심 부품업체다. 한달 넘게 이어진 현대트랜시스 파업으로 현대차·기아 생산 차질 물량은 약 3만여대, 손실 규모는 1조원대로 추정된다. 현대차 아산공장과 현대차 울산1공장, 기아의 광주 1·2공장도 영향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트랜시스 올해 상황을 보면 여 사장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라며 “노조 파업이 잠시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인사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 핵심 역량 중 하나는 노무리스크 차단

현대차그룹은 ‘쇳물부터 완성차까지’로 대표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생산·판매 효율성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완성차에 필요한 각 부품의 개발·생산 단계에서부터 완성차와 부품사간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 부품을 적기에 공급받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수많은 계열사로 나뉜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를 일사분란하게 작동하는 원리 중 하나는 노무다. 현대차와 기아에서 노사협상이 시작되면 각 계열사 순으로 협상이 이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 현대차의 임단협을 기준으로 각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기도 했다.

윤여철 전 현대차 부회장.

그룹사 전체적으로 노무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것이 생산·판매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그만큼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핵심 역량 중 하나는 노무관리다. 현대차그룹에서 노무관리가 얼만큼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은 윤여철 전 현대차 부회장이다.

2018년 9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인적쇄신을 시작했다. 당시 현대차에는 윤여철·김용환·양웅철·권문식 등 4명의 부회장이 존재했다. 정 회장은 이 가운데 윤여철 전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를 전격 퇴임시켰다.

윤 전 부회장은 현대차 운영지원실장, 경영자원본부장, 노무관리 지원담당, 울산공장장 등을 역임했다. 노무관리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2008년 부회장에 올랐다. 이후 2021년 12월까지 자리를 지켰다. 윤 전 부회장은 현대차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지속 이끌어왔는데 올해 7월에도 현대차는 6년째 무분규 타결을 이뤘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 사장 교체는 정 회장이 그룹사 CEO 및 주요 임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핵심 무기인 수직 계열화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데 대한 징계성 인사로 풀이된다.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왼쪽)과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이런 차원에서 현재 노무리스크를 겪고 있는 현대위아와 현대제철 등도 불안감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말 계열사 CEO 인사에서 이 부분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다.

현대위아는 현대차 구매본부장 출신인 정재욱 사장이 2021년 3월부터 이끌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 기획재경본부 본부장 출신인 서강현 사장인 2023년 12월부터 이끌고 있다.

현대위아 노사는 실무교섭과 본 교섭을 합쳐 21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무위로 끝났다. 현대제철의 임단협 협상은 아직 초기에 머물고 있다. 지난 9월 상견례를 진행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본교섭을 벌이지 않았다. 현대제철 노조는 파업 선포식을 예고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의 자회사 현대ICT도 현대제철과 같은 수준의 임금과 성과금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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