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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기 전선업계 톺아보기]일진전기의 승부수, 변압기로 판 키운다④중전기 수주잔고 191.5% 증가…전선·변압기 통합 납품 시너지 '기대'

유나겸 기자공개 2024-12-31 07:30:52

[편집자주]

한 줄의 전선에도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이 담겨 있다. 전선 한 줄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원자재부터 설비에 이르기까지 복수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선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이슈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덕분이다. 국내 전선 기업의 강점과 기회 요인을 비롯해 전선 생산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기업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전기가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망 교체 수요와 신재생 에너지 확산이 맞물린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변압기 생산 능력의 2배 확대를 시도 중이다. 호황기 대응 차원이다.

주목할 부분은 전선과 변압기를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강점으로 삼아 북미와 유럽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도의 기술력과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변압기 사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고도의 품질 관리·맞춤 제작…경쟁력 확보

일진전기는 1968년 허진규 회장이 설립한 일진금속공업사에서 출발했다. 1982년 법인 전환 후 일진전기공업으로 이름을 변경했으며 2022년 현재의 사명을 확립했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전선 부품 소재로 출발한 뒤 중전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국내 유일의 전선·변압기 통합 생산 기업이 됐다. 전선 부문에서는 전력선을, 중전기 부문에서는 변압기를 포함한 주요 설비를 생산한다.

특히 변압기 사업은 일진전기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 중전기사업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중전기 부문 강화를 본격화한 이후 해외 수주와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회사의 성장 기반을 확고히 했다.

실제 변압기 부문의 매출(연결기준)은 2021년 2065억원, 2022년 2518억원, 2023년 2923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수주잔고도 늘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변압기를 포함한 중전기 부문의 해외 수주 잔고는 8억7789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억768만달러 증가했다. 국내외 총 수주 잔고는 11억1758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1.5% 증가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선 부문의 수주 잔고(6억5031만달러)보다 높은 수치다. 그만큼 변압기 사업 성장에 보다 드라이브를 건 영향이다. 3분기 기준 전체 수주잔고의 63%가 중전기 부문이며 이중 해외 수주잔고가 80%를 차지한다.

일진전기가 변압기 사업에 집중해온 이유는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변압기는 고객의 요구와 사용 환경에 맞춘 맞춤 제작이 필요하다. 따라서 고도의 기술력과 철저한 품질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내부 권선 작업과 절연 처리 같은 공정은 자동화가 어렵고 숙련된 작업자의 수작업으로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손이 많이 가지만 높은 수익성을 보장한다.

변압기 시장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인프라 변화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와 신재생 에너지 확산,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가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산 캐파 2배↑…실적 개선 기대

일진전기는 변압기 시장 확대에 발맞춰 생산 캐파를 대폭 늘렸다. 지난해 9월 홍성 기존 공장 유휴 부지에 약 682억원을 투자해 초고압 변압기 신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1년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 10월 31일 준공을 완료했고 11월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2공장에서 변압기의 일부가 이미 생산됐으며 1월 중순에 한꺼번에 출하될 예정이다.

이번 증설로 일진전기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연간 약 43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북미, 유럽 등 해외 시장 수출이 크게 증가하며 변압기 매출이 기존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는 작년 11월 실시한 99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회사는 9월 말 기준 유증 자금 중 460억원을 시설 투자에 사용했으며 나머지 자금도 향후 투자 계획에 따라 활용할 예정이다.

전선과 변압기를 함께 수주·납품할 수 있는 통합 역량은 일진전기의 또 다른 강점이다. 전력 인프라 구축에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사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패키지 계약이 가능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전선과 변압기 수요가 연계되는 구조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일진전기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해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확충과 신재생 에너지 확산 등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전선과 변압기를 통합적으로 납품하는 기업은 종합 역량을 인정받아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난다"며 "일진전기처럼 전선과 변압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업은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해외 수주와 매출 확대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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