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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기 전선업계 톺아보기]주춤했던 가온전선, '수직계열화' 전략 통했다⑥전력 '모보' 통신 '이지전선' 이원화…모든 제품 국내 생산 역량 확보

유나겸 기자공개 2025-01-02 09:41:31

[편집자주]

한 줄의 전선에도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이 담겨 있다. 전선 한 줄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원자재부터 설비에 이르기까지 복수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선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이슈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덕분이다. 국내 전선 기업의 강점과 기회 요인을 비롯해 전선 생산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기업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09: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온전선이 전선업계 호황에 발맞춰 성장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저압 케이블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초고압과 통신 케이블로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수직계열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가온전선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덕 전년 비 매출 '74.78%↑'

가온전선은 LS전선의 자회사로 2023년 연결기준 매출 1조4986억원을 기록한 국내 3위 종합전선회사다. 1947년 국제전선으로 출범해 희성그룹과 LS그룹을 거쳐 현재는 모회사인 LS전선과 함께 국내 최대 전선·케이블 사업군을 형성하고 있다.

2011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후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국내 전선 업계 3~4위권을 유지했다. 다만 2010년대 중반부터 국내 전력 인프라 수요가 주춤하며 성장세가 정체된 아픔도 겪었다. 2011년과 2012년 1조원을 넘었던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2016년에는 7494억원(연결기준)까지 떨어졌다.

가온전선이 찾은 해법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였다. 기존 중저압 케이블 중심의 사업 구조를 초고압 케이블과 가요성 알루미늄피 케이블(ACF)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확장하며 수익성 개선을 꾀했다.

초고압 케이블은 높은 기술력과 원가 부담이 요구되는 만큼 일반 케이블보다 단가와 수익성이 높다. ACF 역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통신사업도 강화했다. 5G 통신 활성에 대비해 랜(LAN)과 광케이블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2019년 가온전선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사업부의 CAPEX가 66억원으로 전력사업부(59억원)보다 컸다.

이같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수익성 개선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2020년 이후 가온전선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가온전선의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8574억원, 2021년 1조704억원, 2022년 1조4165억원, 2023년 1조4986억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LSCUS 인수, 해외시장 공략 가속화

가온전선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는 '수직계열화' 전략이 중요한 기반이 됐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확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가온전선은 2013년 중저압 케이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LS전선 자회사였던 모보를 인수했다. 1984년 7월 설립된 모보는 전력, 제어, 가전용 등의 중·저압 케이블을 제조하는 업체다.

2020년엔 피복절연선 및 케이블 제조업을 영위하는 디케이씨를 인수했다. 가온전선은 이를 통해 전력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현재 초고압 케이블은 가온전선이, 중압 케이블은 모보, 저압 케이블은 디케이씨가 전담하는 구조를 확립했다.

통신사업 부문에서도 이 같은 전략은 이어졌다. 2020년 5G 이동통신 관련 케이블을 제조하는 이지전선을 설립하며 통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냈다. 통신사업 부문에서는 광케이블·UTP 케이블은 가온전선, UTP 일부는 이지전선이 맡고 있다.

최근 가온전선은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력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기에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가온전선의 내수 매출은 1조672억원에 달했지만 수출 매출은 1476억원에 그쳤다.

가온전선이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의 전력망 수요는 652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온전선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또 한 번 수직계열화 전략을 꺼내 들었다.

지난 11월 가온전선은 LS전선이 보유한 미국 배전 케이블 생산법인 LSCUS 지분 82%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인수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주식 양수' 안건을 승인했다.

현물출자 방식에 따라 가온전선은 주당 3만542원에 신주 668만4736주를 발행해 LS전선에 제공했다. LSCUS는 그간 LS전선과 가온전선이 각각 82%와 18%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으로 미국 내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대응해 배전케이블을 생산해왔다. 이번에 가온전선이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이 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온전선이 지금까지 내수 중심의 전력·통신 송배전 기업이었다면 앞으로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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