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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장수기업의 '뚝심' [thebell desk]

신민규 벤처중기2부장공개 2024-11-25 14:11:25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1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실적발표 시즌에는 어디든 잠잠한 곳이 없다. 요즘같은 시기는 아직 4분기가 남아있어 괜찮다고 항변하는 기간인 동시에, 사실상 실적 부진을 인정하는 반성의 기간이기도 하다. 투자자도 그렇지만 실적 안 나오는 기업 입장에서도 '존버'에 괴로운 시간이다.

매분기 성적표를 쥐고 투자자에 대응하며 수년간 시장을 견뎌온 점은 의미가 있다. 코스닥사의 존속기간은 평균 7~8년에 불과하다. 연속적자를 몇년 내면 관리종목을 거쳐 상장폐지의 길에 들어선다. 기술특례기업도 상장 후 5년이 지나면 유예기간이 만료돼 존속 가능할지 판가름이 난다. 중소기업이 쉽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지형도 아니고 자본시장 조달로 버텨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 가혹한 측면이 있다.

상장 후 존속기간이 길면 그만큼 기업의 내구력도 커질 듯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성장세나 주가로 봐도 코스닥 장수기업 대부분은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고유한 생존전략과 핵심역량 구축에 시간을 보냈다고 보기 어렵다. 한 조사에선 설립후 상장소요시간이 길수록, 상장후 존속기간이 오래될수록 상장폐지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발표했다. 긴 업력이 생존능력을 의미할 순 있어도 그 자체로 성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긴 업력을 유지하면서도 꾸준하게 성장동력을 갖춰나간 곳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APS는 코스닥 초창기인 2001년 상장돼 그룹으로 성장했다. 정기로 APS 회장이 핵심공정장비 국산화에 주력하면서 시장에 자리매김했다. 이후 인수합병을 병행하면서 사세를 키워나가고 있다. 업력으로만 따지면 올해 30년째다.

2005년 상장한 미래컴퍼니는 오너 2세 김준구 대표가 이끌고 있다. 설립일로 따지면 올해 40주년을 맞이한다. 디스플레이 장비 본업으로 시작해 숱한 부침을 겪으면서도 토탈 서플라이어로 성장해가고 있다. 단기 성과를 떠나 연구개발을 통해 우직하게 제품력에 집중한 정공법이 결실을 앞두고 있다.

인수합병을 하든 본업을 키우든, 저마다 내공을 통해 장수기업으로 사세를 유지해 나가는 점은 칭찬할 일이다. 속출하는 변수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기업인으로 묵묵하게 본업에 집중한 시간은 국내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각종 송사, 특허분쟁, 인력이탈 등 말못할 속앓이 속에서도 중지를 잃지 않는 원로기업은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코스닥 신규 상장사가 과거 IT붐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단 상장만 하자는 단기 목표 말고 수년을 내다보는 기업설계가 됐으면 좋겠다. 상장 새내기들이 성장하는 장수기업의 뚝심을 배워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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