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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현대차따라 미국 투자한 부품업계, '기술 파트너' 초점[완성차] IRA·USMCA 불확실성 고조, 대미투자·미 기업 협업·친환경 부품 확대 해법

허인혜 기자공개 2024-11-27 09:19:23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5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완성차 부품사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현대차와 같은 고민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 생산기지에 필연적으로 동행한 곳들이다. 현대차의 성과가 곧 기업의 성적표인 벤더사들은 악재에 레이더를 바짝 세울 수밖에 없다.

이들은 미국 인접 국가에도 생산 밸트를 구축했다. 멕시코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온 트럼프 2기 정부가 멕시코에 고관세 정책을 펼 가능성이 커졌다. 3국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니어쇼어링 전략을 펼쳐온 부품사들에게는 이중고다.

통상 전문가들도 부품사에 대해서는 불확실성 축소와 기민한 전략대응 외에 뾰족한 수를 제시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헤쳐나가야 할 트럼프 태풍이다. 대미투자 규모는 알릴 수록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을 대체할 부품 수출국을 꾀하는 한편 하이브리드·내연기관 부품 확대로 파트너십을 다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IRA 폐지 전망에 USMCA 재검토까지

트럼프 재집권으로 국내 완성차 부품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다. 인플레이션방지법(IRA) 축소·폐지 전망과 그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하락으로 현대차그룹이 타격을 입으면 부품사들도 직격탄을 맞는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과 멕시코 사이 좋지 않은 기류도 악재다. 현대차그룹을 따라 타국행을 택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부품사들은 고관세를 우려하고 있다.

기아의 멕시코 누에보 레온 공장처럼 아예 생산기지 자체가 멕시코인 경우도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무역협정(USMCA)에 따라 연 260만대까지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무관세가 아닌 고관세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USMCA의 재협상을 예고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정책은 중국에서의 직수입뿐 아니라 타국을 통한 우회 수출도 엄격하게 제어하고자 한다. 멕시코가 그 우회경로로 지목받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멕시코 정부, 진출 기업과의 소통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대응책을 내놨다. 기업들의 가장 큰 우려가 불확실성일 만큼 아직까지는 뾰족한 수를 세우기 어려운 때다.
출처=코트라, 2024 美 대선 향방에 따른 자동차 산업 전망

◇현대차그룹 따라 보따리 푼 부품사들, 대미투자 내세워야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에 생산기지를 꾸린 기업들은 진출 규모 등에 따라 미국 시장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 진출한 차 부품사들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IRA 대응 마련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투자했느냐'는 내세워야할 매력 포인트다.

미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부품사들은 현대모비스와 HL만도, 에스엘, 세종공업, 서연이화, 화신, 아진산업, 대원강업 등이 대표적이다. 대미투자에 나선 기업으로 넓히면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 300여곳 중 절반 이상이 대미투자를 단행했거나 단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HL만도는 제너럴모터스(GM)의 우수 협력사로 지정돼 있다. GM 등의 북미매출이 전체의 약 30%다. 그만큼 대미투자 기간도 규모도 상당하다. 2003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2004년 앨라배마에 생산기지를 세웠다. 2012년에는 조지아 공장을 구축했다. 서연이화는 조지아주에 자본금 3000만 달러를 투입해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에스엘은 미국 법인에 4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디아이씨도 미국에 100억원을 출자했다.

코트라는 미 대선 관련 보고서를 통해 "생산공정의 일부 혹은 부품 검사 등을 현지에서 진행해 일부 과정을 현지화라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또 공급업체 단지(supplier park) 입주와 기존 공급사를 선호하는 현지 완성차 기업 등을 공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멕시코를 중심 기지로 삼은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의 수출 관계를 제시해야할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삼을 만한 점은 니어쇼어링 전략에 수혜를 본 미국 기업도 여럿이라는 점이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국내 기업의 부품들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GM과 포드에도 팔린다.
HL만도 공장 확장 계획. 사진=HL만도

◇중국 대체국가·친환경 부품 생산 '파트너십'

현재 경제 기여도 외에 중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 기업들의 기술력을 교환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을 대체할 부품 수출 국가로서의 역할과 친환경 유망 부품 중심으로의 확대 추진이다.

중국 대체 국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진단됐다. 다만 이 효과는 단기간만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대중정책의 전환이 있을 수 있고, 트럼프 정부가 끝난 후에는 중국과 재협력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이 길어도 4년 내에 확실한 경쟁우위를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부품 중심의 생산 확대가 제시됐다. 트럼프 2기에서 전기차 혜택이 축소되면 상대적으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의 수혜가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미국 완성차 업계가 집중 중인 파워트레인(ICE, HEV, MHEV, PHEV, BEV, FCEV) 포트폴리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신차부품(OE) 비중 확대도 눈여겨봐야 할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외 매출 비중인 10%를 2033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공략할 주요 고객사로는 이미 수주 계약을 맺은 GM 등을 제시했다. 미국 기업과의 접점을 늘릴 수록 협상의 명분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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