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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플랜트 역량 점검]삼성E&A, '2조 영업손실 교훈' 혁신 전략 구축 원동력유상증자 1.2조 자구책, 3년 연속 매출 10조 달성 유력

전기룡 기자공개 2024-11-27 07:55:26

[편집자주]

플랜트가 중동 산유국에서 대규모 손실액을 인식한 이래 10여년만에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력 매출원이었던 건축·주택의 수익성이 급감한 반면, 플랜트는 여전히 고른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트 역량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손질한 건설사도 눈에 띈다. 플랜트라는 사업영역이 변곡점을 맞이한 만큼 더벨은 주요 건설사들이 지닌 역량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E&A는 오로지 플랜트 외길만을 걸어온 건설사다. 전신인 코리아엔지니어링 시절부터 화공·비화공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력이 있다. 삼성물산이 1978년 코리아엔지니어링을 인수한 이후부터는 그룹 일감을 주로 맡았다. 덕분에 빠르게 기술력이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도 발빠르게 진출했다. 초기에는 아시아시장을 수주텃밭으로 삼았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플랜트 발주 물량을 확대하자 전략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2000년대 초반 1조원대였던 매출 외형이 2012년 11조원대까지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도 중동시장이 자리한다.

다만 저유가 국면에 접어들자 최소한의 마진만 남겼던 수주전략 탓에 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인식했다. 정상화까지 걸린 시간만 10여년에 달한다. 현재는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 하에 'SHIFT LEFT'와 'AHEAD'라는 혁신 전략에 의거해 수익·효율성을 담보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저유가 기조 발목, 사우디 현지법인 정상화에 1조 투입

삼성E&A의 전신은 정부 주도로 1970년 설립된 코리아엔지니어링이다. 국내 첫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이었던 만큼 일찍이 다양한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삼성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는 그룹 일감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 나갔다.

담보된 기술력을 토대로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초창기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정도로 아시아시장에 주력해 왔다. 이후 중동 산유국들이 저유가 기조에서 벗어나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들을 발주하자 주요 국영석유기업(NOC)들과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삼성E&A는 빠른 속도로 중동시장에 안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SPC PDH/PP(2831억원)'로 중동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1조2487억원이었던 매출 규모가 2012년 11조4402억원까지 확대됐다는 점이 삼성E&A의 위상을 방증한다. 2012년 매출액(11조4402억원) 중에서도 59.5%인 6조8069억원이 중동·기타지역으로부터 계상됐다.

사정은 저유가 기조와 함께 달라졌다. 주요 NOC들이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더욱이 당시는 경쟁입찰이 도입됐던 시점이다. 최소한의 마진만을 남겨왔던 만큼 작은 불확실성은 삼성E&A가 2013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 영업손실 2조4824억원을 인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그룹도 대규모 영업손실로 삼성E&A의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지자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지원 하에 보통주 1억5600만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1조2652억원을 조달했다. 조달한 1조2652억원 전액을 운영자금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 미루어 당시 삼성E&A의 사정을 유추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법인(Samsung Saudi Arabia Co., Ltd)을 정상화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삼성E&A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네 번에 걸쳐 유상증자 방식으로 Samsung Saudi Arabia Co., Ltd에 1조104억원을 지원했다. 현재는 2019년을 기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태다.

◇수익·효율성 최우선 요소, 'SHIFT LEFT·AHEAD' 전면에

삼성E&A는 대규모 손실을 교훈 삼아 수익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수주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삼성E&A의 2대 혁신 방안이자 지난해 설립 이래 최대 매출총이익(1조4508억원)을 달성할 수 있던 원동력으로 거론되는 SHIFT LEFT와 AHEAD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SHIFT LEFT는 초기 기획(FEL·Front-end Loading) 단계부터 공을 들이는 전략이다. 발주처에게 타당성조사(Feasibility Study), 개념설계(Pre-FEED), 기본설계(FEED) 등이 포함된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고 설계·조달·시공(EPC), 운영(O&M)까지 수주 범주를 확대하는 걸 골자로 한다.

삼성E&A가 2018년부터 수행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메탄올 프로젝트'가 주요 사례다. 삼성E&A는 타당성조사 단계를 시작한 이듬해 FEED를, 다시 1년 뒤에는 EPC를 추가 수주했다. 단순 EPC에 그치지 않고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AHEAD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으로 대표된다. 그간의 노하우와 함께 모듈러, 빌딩 정보 모델링(BIM)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체계적 관리가 가능한 구조인 만큼 잠재적 리스크를 발견하기에 용이하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사업 범주를 화공·비화공플랜트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취지 하에 투자도 단행했다. 삼성E&A는 연초 에너지 트랜지션 신사업(2000억원)을 필두로 설계 자동화, 모듈러 등 EPC 수행혁신 분야에 1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IT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데도 4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그간의 노력에 힘입어 올해에는 3년 연속 '매출 10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삼성E&A는 올 상반기 기준 5조710억원 상당의 매출액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2017년(4843명)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임직원 수도 같은 기간 5908명을 기록하고 있다. 전년 동기(5738명)보다 3% 늘어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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