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게임업계 M&A 전쟁 참전하나 외부 게임사 투자 활발, 현금실탄도 쌓여…게임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
황선중 기자공개 2024-11-28 16:34:4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게임업계는 인수합병(M&A)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호황기가 지나면서 신작 흥행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탓이다. 대형 게임사들은 대규모 자본과 시간을 투입해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기보다 유명 개발자가 이끄는 강소 게임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신작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다.최근 게임업계 M&A 전쟁에서 눈길을 끄는 곳은 웹젠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자체적으로 게임을 만들어 왔지만 올들어서는 외부 게임사에 대한 투자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투자를 위한 현금실탄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비축하며 대형 M&A 기대감도 키워가고 있다. 향후 웹젠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올해 전략적 투자 4건 '활발'
웹젠은 올해 외부 게임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네 차례 진행했다. 가장 먼저 지난 1월 액션 RPG 장르 모바일게임 전문 개발사 '하운드13'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하운드13은 유명 아트디렉터(AD) 박정식 전 아이덴티티게임즈 대표가 2014년 창업한 게임사다. 현재 액션 RPG 장르 모바일게임 <드래곤소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수집형 RPG 장르 모바일게임 <프로젝트세일러>를 만드는 '파나나스튜디오'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7월에는 전략 RPG 장르 PC게임 <르모어:인페스티드킹덤>을 개발하는 '블랙앵커'에 1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 8월에는 방치형 MMORPG 장르 모바일게임 <프로젝트도굴왕>을 만드는 '던라이크'에 60억원을 투입했다.
그동안은 외부 게임사에 대한 투자보다는 자체적으로 자회사를 세우고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실제로 핵심 자회사인 웹젠레드코어, 웹젠레드스타, 웹젠노바, 웹젠레드앤 모두 직접 설립한 곳들이다. 지난해 외부 게임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지에이스튜디오(10억원) 한 곳에 불과했다.
◇현금곳간 사상 최대 규모로 넉넉
웹젠의 투자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금실탄이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 웹젠이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분기 말 연결 기준 4113억원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27.5%(889억원)이 불어났다. 현금성자산이 4000억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총자산(7381억원)의 55.7%를 차지한다.
현금곳간을 채운 일등공신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다. 웹젠은 2007년부터 18년 연속 영업이익을 창출할 정도로 꾸준한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수익성 규모도 적지 않다.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1586억원, 순이익 447억원으로 순이익률이 28.1%였다. 결과적으로 웹젠은 매년 수백억원대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장기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던 장기금융상품까지 현금화했다. 실제로 장기금융상품 규모는 3분기 말 792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57.3%(1065억원) 감소했다. 웹젠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3분기 누적 47억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1051억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게임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역성장 돌파하나
웹젠이 외부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성장세 둔화가 있다. 웹젠은 2020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2940억원)을 달성한 이래 3년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962억원으로 2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이로 인해 웹젠은 직접 설립한 자회사가 아니라 외부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웹젠은 그간 게임 포트폴리오가 어두운 분위기의 남성취향적 MMORPG 장르에만 국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매출을 책임지는 게임 <뮤>, <R2>, <메틴2> 모두 MMORPG 장르다. 그동안은 큰 문제가 없었으나 최근 국내 게임 이용자 사이 MMORPG 장르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웹젠은 올해 외부 개발사에 대한 투자 덕분에 △액션 RPG △수집형 RPG △전략 RPG 등으로 저변을 확대할 기회를 얻었다. 또한 자체적으로도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수집형 RPG <테르비스>를 개발하며 '탈MMORPG' 속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다만 신작이 흥행에 실패하면 변화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웹젠 관계자는 "예전에는 외부 개발사에 대한 지분 투자가 거의 없었지만 회사에 현금이 어느 정도 쌓이면서 투자도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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