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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집행임원제·MOM' 양측 경영제도 밑그림 속 견제구는27일 심문기일…이사회 힘 키우는 영풍, 2대주주 비토권 효과 생기는 고려아연

허인혜 기자공개 2024-11-28 16:24:29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원은 27일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소집한 임시 주주총회 허가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임시 주총이 열리면 핵심적으로 논의될 사안은 기업의 경영권과 그 제도다. 어느 쪽이든 서로의 안건보다 자신 측이 합당한 구조를 이뤘거나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영풍 측은 완전히 새로운 이사진을 임시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제시했다. 집행임원제를 도입하고 전문 경영인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등 오너와 대표이사, 이사회를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소수주주 다수결제도(MOM)도 제시했다.

밑그림 속에는 견제구가 숨어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 대비 딱 1명이 많은 새 후보를 내놨다. 집행임원제를 추진하면 이사회가 현업까지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고려아연의 MOM 도입은 차후 영풍 측이 경영권을 쥐게 됐을 때 2대 주주의 입지를 무시하기 어렵도록 한다.

◇'딱 1명 더' 많은 이사 후보, 집행임원제 의도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7일 오후 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청한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심문기일을 진행해 개최 여부를 판가름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임시 주총을 소집하며 논의를 요구한 안건은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의 수는 13명이다. 사외이사 7인을 포함해서다. 영풍 측은 여기에 딱 한명을 더한 14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의 이름을 올렸다. 25일에는 임시 주주총회 의장으로 김광일 부회장을 선임한다는 내용을 청구했다.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영풍 측이 함께 올린 안건인 집행임원제의 효용성이 커진다. 이사회 장악으로 실질적인 현업 업무 운영까지 가능해지게 되는 셈이다.

집행임원제는 쉽게 말해 이사회와 업무 집행 임원을 별도로 두는 제도다. 이사회에서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 집행임원 선임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이사회의 힘이 강해진다. 대표집행임원(CEO), 재무집행임원(CFO), 기술집행임원(CTO) 등은 이사회에서 결정한 거시적인 안건들을 현장에 적용하는 임무에 가깝다.

고려아연 내부에서는 집행임원제도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집행임원제를 적용하면 경영 효율성이 낮아지고 집행임원의 책임과 역할이 모호해진다는 이야기다. 국내 환경에서는 아직 이 제도를 둔 곳이 극소수라고 고려아연은 분석했다.

글로벌 사례를 보면 집행임원제를 도입한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등이다. 다만 이들 기업이 집행임원제를 도입한 뒤 기업 성과는 좋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시가총액 4조원이 넘는 곳이 이 제도를 시행했다가 적자를 이유로 폐지한 바 있다.


◇최 회장 의장 사임, 실질효과는…MOM의 견제구

고려아연은 현 경영환경은 유지하되 이사회의 구조를 바꿔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대응책을 제시했다.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 선출해 맡기기로 했다. 이사회에 대한 제3자 평가를 실시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의도다.

소수주주의 과반결의제(mom·majority of minority) 조항은 고려아연과 영풍 측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취지는 지배주주의 독단적 선택을 막고 일반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이 제도가 받아들여지면 영풍 측이 경영권을 쥐게 될 때도 2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영향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제시안도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사회 의장에 앉을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연결고리가 있을 경우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MOM의 경우 영풍 측은 2대주주의 지배주주에 대한 실질적인 거부권(veto)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단 고려아연의 의안들은 영풍 측의 동의가 없다면 통과하기 어렵다. 정관변경이 선행돼야 하는 공약으로 특별결의 사안에 해당된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제안한 이사회 멤버 중 일부의 의안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이사회 후보들에 대해서는 법적 결격사유 등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김광일 MBK 부회장 '임시주총 의장'의 의미

영풍 측은 25일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 소송의 청구내용 일부를 변경했다. 영풍 측은 "제1항 기재 임시주주총회 의장으로 김광일(1965.12.16.생)을 선임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고려아연의 정관 제22조에는 '주주총회의 의장은 대표이사가 된다'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주총 의장의 권리로는 질서유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주총에서 고의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등의 경우 발신을 정지할 수 있다. 의사 진행을 원활하기 하기 위해서는 주주의 발언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임시 주총의 경우 의장은 법원이 선임할 권한이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법원에서 임시 주총을 허가하는 수순이기 때문에 주총 의장도 법원이 정한다는 설명이다. 통상적인 임시 주총 소집 청구시에는 소집 청구자의 대표 인원을 의장 후보로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임시 주총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김 부회장의 의장 선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주총 의장의 역할이 적지 않다"고 했다. 고려아연 측에서는 김 부회장의 제련업 이해도 등을 고려하면 적절하지 않은 선임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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