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07: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도화된 자본시장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역할은 꽤 정의하기 어렵다. 기업의 자금 조달과 배분 운용, 그리고 위험관리에도 관여하는 점을 보면 CFO 적임자는 팔색조같은 업무 역량을 갖춘 인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국내 일부 기업과 몇몇 국가에선 여전히 CFO의 개념을 곳간지기로 한정한다. 그러나 이 역시 큰 흐름과 대세를 바꿀 수 없는 부차 사례다. 대개는 재무를 넘어 기업 경영과 관련한 현안과 막중한 권한은 각 기업과 CEO 그리고 CFO에까지 집중된다.
명칭과 형식이 다를 순 있다. 기업이 구멍가게 수준이거나 국가에 준하는 돈줄을 쥐락펴락하는 규모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럴지언정 기업이 있다면 어떻게든 CFO는 존재한다. 아무리 부정해도 켜켜이 쌓인 자본주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세계는 이미 분절이 불가능한 초연결사회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리적으로 입증됐다. 40여년만에 벌어진 대한민국의 계엄 시국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마찬가지의 논리 위에 선다. 어느 집중된 권력에 여러 책임논리를 설정해 두지 않은 데 대한 후과는 그만큼 빠르게 모두에게 돌아오는 시대다.
리스크만을 이유로 CFO의 손발을 잘라버리는 건 옳지 않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도 안 된다. 현재 각국에서 택하는 최소한의 위험방지 요건은 '공시책임'이다. 기업의 좋고 나쁨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 CEO와 CFO의 모럴 해저드 방지와 기업 컴플라이언스를 위한 첩경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 상황은 이 출발선에서 조금은 비껴 서 있다. 선진 금융·자본시장에선 CFO가 곧 공시업무책임자를 담당하는 게 기본이다. 국내에선 여러 이유로 이 책임을 피할 수 있다. 막대한 자금과 회계 처리 권한이 CFO에 있는데 이에 대한 결과를 소상히 알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과거 대비 국내 기업 CFO의 업무가 복잡해지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신고업무책임을 구태여 분리해 두는 것은 '책임없는 쾌락'을 CFO에게 준다는 뜻으로 읽힌다. CFO는 주주권익 보호와 기업 경영과 상당히 큰 접점을 쥐고 있다. 기업 의도가 어떻든 본연의 의무를 직접 지지 않을 수 있단 건 의아한 부분이다.
미국은 2001년 CFO를 중심으로 대규모 회계부정이 일어난 엔론(Enron) 사태 후 곧바로 정보책임을 강화하는 사베인즈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 SOX법)을 제정했다. 전 세계가 이에 동참하며 CFO의 신고업무 즉 공시 책임은 전 세계의 기본이다. 거창한 K-SOX를 바라는 게 아니다. 국내 기업도 상장사라면 이런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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