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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배터리솔루션즈, 'ESG 핵심' 재활용 기지 가보니축전지 넘어 전기차 'NCM·LFP' 사업 확대

영천(경북)=김혜란 기자공개 2024-12-26 08:30:29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13: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 모양의 은색 납 42개가 한 묶음으로 묶여 납축전지 제조사로의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납 완제품 한 개당 무개가 25킬로그램(㎏), 한 묶음은 1톤(t)이 넘는다고 했다. 이 납은 자동차 시동 배터리로 기능을 다한 납축전지에서 납을 추출해 만든 재생연이다. 99.95% 순도의 재생연은 광산에서 채취한 납(전기연)과 동일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7일 경상북도 영천시 금호읍에 있는 배터리솔루션즈 영천공장에선 재활용된 순연과 합금연을 볼 수 있었다. 순연(순도99.95% 이상)은 99.98%의 납, 합금연은 안티몬을 함유한 납이라고 했다. 2010년 설립된 배터리솔루션즈는 월 3500톤(t)의 재생연을 생산할 수 있다. 영천 공장 내부와 공정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차전지 산업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해지면서 배터리 재활용은 세계적 화두가 됐다. 배터리솔루션즈는 납축전지를 넘어 전기차 배터리까지 재활용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밸류체인으로서 진화를 거듭하며 국내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폐납축전지가 이틀 만에 순연으로 '재활용'
완성된 합금연(사진=김혜란 기자)

원재료인 폐납축전지가 영천 공장에 도착하면, 전처리와 제련, 정련 및 주조의 세 단계를 거쳐 재활용된다. 폐납축전지는 국내 자동차 정비소나 폐차장에서 수거상을 거쳐 반입하거나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 수입한다. 납축전지에는 중금속인 납과 지정폐기물인 황산이 들어있어 황산을 제거하고 순순한 납만 추출하는 게 핵심이다.

첫 단계는 전처리다. 파쇄기에 폐배터리를 넣고 잘게 부수는 자동화 공정을 거치면서 황산은 분리되고 납은 덩어리와 가루 형태로 변한다. 그다음은 제련 공정이다. 화학적 처리를 거쳐 전처리 후에도 남아 있는 황산을 중화한 뒤 분철과 분탄 등의 부재료를 첨가해 고온의 회전로에서 납제련물을 추출한다.

납제련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련한 뒤 응고시키는 게 주조 공정이다. 정련까지 거치면 순도 99.95% 이상의 순연이 만들어진다. 합금연은 정련 공정에서 합금(안티몬)을 추가해 만든다. 이렇게 완성된 순연과 합금연은 납축전지 제조사로 공급돼 자동차의 배터리로 재탄생한다. 파쇄부터 주조를 거쳐 완제품으로 만들어지는 데는 이틀 정도 걸린다.

배터리솔루션즈 관계자는 "공정은 세 단계로 간단하지만 (재활용하기 전 납에) 산화납과 황산납 등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잘못하면 납을 폐기물로 버리는 양이 많아지고 납 회수율이 낮아진다"며 "제련 공정에서 수율을 확보하는 게 기술력의 핵심이다. 생산비용의 70%이상이 이 공정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영천 공장에는 회전로가 두 개 설치돼 있었지만, 내년 상반기 안으로 회전로를 하나 더 추가할 예정이다. 기존 회전로도 길이를 늘려 캐파(CAPA·생산능력)를 확대한다. 이러면 월 7000t 생산량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제련을 위한 회전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까지, 영역 확대

축전지 재활용 공장 바로 옆에는 내달 초 준공식을 앞둔 전기자동차 배터리 전처리 파일럿(시험생산) 라인도 볼 수 있었다.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리튬인산철(LFP) 폐배터리를 파쇄(전처리)해 블랙파우더(블랙 매스)로 만드는 자동화 시설이라고 했다.

중국 배터리 재활용 장비제조사 서니그룹(Suny Group)으로부터 매입한 자동화 설비로, NCM은 물론 LFP 배터리 전처리까지 모두 가능하다. 시간당 1톤을 파쇄할 수 있다고 한다.

리튬 배터리 전처리 역시 납축전지와 마찬가지로 파쇄 공정을 의미한다. 폐배터리를 설비에 넣으면 자동으로 구리와 알루미늄 등 금속을 구분해낸 뒤 니켈과 코발트, 망간만 추출해 갈아 검은색 가루(블랙 매스)로 만든다.

이후 산에 녹여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각각 추출해내는 게 후처리 공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전처리 공정은 개발 중이며 이제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단계지만, 앞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후처리 공정까지 기술을 확보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회사는 납축전지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두 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를 대체해도 납축전지는 계속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동이나 네비게이션 작동 등에 필요한 배터리와 전기차를 구동하는 배터리는 전압 차이가 있는 데다 납축전지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들은 방독마스크를 쓰고, 정기적으로 혈중 납 검사를 받아 지금까지 산업재해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김민홍 배터리솔루션즈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게 '환경이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환경과 안전을 위한 투자라면 결제 올리기 전에 집행하라고 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터리솔루션즈는 2015년 12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다가 2018년 1월 회생절차에 돌입했고, 그해 3월 상장이 폐지됐다. 회생 절차를 종결한 뒤 지난해 3월 코스닥 상장사 케이피에스가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현재 보유 지분은 72.38%다. KB증권, 키움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해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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