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역대급 회사채 쏠림, 내년 커버리지 판도 '열쇠'내년 만기도래 30% 연초 집중…조달 전략 불확실성 해소 관건
권순철 기자공개 2024-12-23 11:32:1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7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5년 부채자본시장(DCM)의 일반회사채(SB) 주관 경쟁 향방은 연초에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 가운데 약 3분의 1이 1~2월에 집중된다. 차환이 기본적인 스탠스인 것을 감안하면 역대 최대 규모의 발행이 예상된다.발행사들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 지 뚜렷하게 제시하는 증권사가 주관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쥘 전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연초 발행에 의구심을 갖는 곳들도 나타나고 있다. 기관 투심도 불투명해 증권사들에 구체적인 스케줄 문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2025년 1~2월, 회사채 만기 쏠림…커버리지 주관 경쟁 격화
2025년도 회사채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만기 쏠림'이다. 16일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2025년 1월과 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약 19조125억원으로 추산된다. 2025년 연간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62조3575억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가 연초 두 달에 걸쳐 집중돼 있다.
올해와 비교해도 이같은 쏠림현상은 두드러진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더 적음에도 1~2월에 훨씬 많은 회사채 만기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올해 만기 도래 물량은 67조7926억원으로 2025년도와 비교해 약 8% 많다. 반면 1~2월에 집중되는 회사채 만기 물량은 14조4755억원으로 2025년 동기간 대비 약 30% 적다.
근래 발행사들이 2~3년물을 고집하면서 연초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은 매년 증가했다.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장기물을 찍기 부담스런 환경이 조성됐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동안 기업들 다수가 연초에 단기물을 찍었다"며 "1~2월달 만기가 폭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커버리지 부서 간 경쟁이 격화될 수 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만기를 앞두고 있는 이슈어들의 기본적인 스탠스는 차환 발행이다. 그렇기에 연초 주관 지위를 최대한 확보해야 DCM 실적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1~2월 주관 레이스에서 승기를 잡은 증권사가 대체로 끝까지 선두를 지켰다.
이미 몇몇 증권사들은 1월 차환 발행이 예상되는 이슈어들과 접촉, 구체적인 발행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다. 코웨이가 대표적인 경우다. 내달 27일 31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는 코웨이는 1월 공모채 발행을 위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본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연초 발행 스케줄 '미정'…이슈어 확신 여부 '관전 포인트'
다만 주관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영업 경쟁은 발행사와의 인연이나 주관 경험만으로 결정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일 초유의 계엄령 선포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이슈어들은 내년 초 발행 스케줄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발행사들이 조달 계획에 확신을 갖도록 하는 증권사가 유리한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이유다.
연초 발행을 고려하던 이슈어들은 그대로 계획을 추진할 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내년 초엔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일 것이라는 기대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도 투자자들이 어떻게 스탠스를 조정했는지 파악하지 못해 연초 발행 스케줄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커버리지 부서에 발행 스케줄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통상 이 시기에 관련 질의가 들어오면 연초에 투자자 풀이 가장 많아 발행이 유리하다는 설명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발행사가 어떤 조달 전략을 취해야 할지 확실하게 답하기가 애매한 환경이 연출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명쾌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증권사가 신뢰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연초에도 많은 발행사들이 몰려 투심이 분산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이에 GS그룹 등은 증권사로부터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될 하반기에 공모채를 찍는 방향으로 조언을 받았다. 실제로 하반기 조달 비용이 급격히 떨어져 성공적으로 발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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